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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하이브리드로 부활!

지음님의 [어디 버려진 자전거 없나...] 에 관련된 글.

짝궁의 자전거에 안장대만 바꿔서 타고다니면서 쓸 만하고 싼 앞바퀴를 찾아 헤멘 것이 어언 2주!

그래도 노력이 헛되지 않아, 4개의 바퀴를 구할 수 있었다.

 

사전 지식

(나는 내 자전거가 탈나는 만큼 자전거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바퀴가 탈 난 것은 처음이라 다음 내용은 나도 새로 알게 된 것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자전거 바퀴는 바퀴축(허브)+바퀴살(스포크)+바퀴테(림)+튜브+타이어로 구성된다. 그리고 앞의 세 개가 조합되어 있는 것을 바퀴뭉치(휠셋)이라고 부른다.

바퀴살은 얇고 가는 것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24개(일반적인 경우)가 서로 의지하면서 바퀴가 동그란 원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 두개의 바퀴살이라도 휘어지면 바퀴테가 휘어버린다. 바퀴테가 조금 휜 경우는 바퀴살의 장력(팽팽하고 느슨한 정도로 나타나는 힘)을 조절함으로써 교정할 수가 있다.

문제의 어려움은 바퀴뭉치의 구성요소, 즉 바퀴축과 바퀴살과 바퀴테의 조합을 변경하는 것은 별도의 공구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이 세가지는 어느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한꺼번에 바꿔버리는 게 편하지 어느 하나만을 교체하는 작업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세가지가 모두 있더라도 이를 조합해서 하나의 바퀴뭉치를 만드는 것은수고비만 2~3만원이 든다.

그런데 내 자전거는 사고로 바퀴테가 크게 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바퀴테만 바꾸고 싶지만, 바퀴뭉치 전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고... 지난 글에서처럼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퀴를 자전거 몸통에 고정시키는 부품이 있는데, 보통 너트로 고정되어 있지만, 대략 15~20만원 이상부터는 공구없이도 바퀴를 떼고 붙일 수 있도록 탈부착손잡이(Quick Release lever, QR레버, 아.. 용어 우리말로 하기 어렵네...--a)가 달려 있다. 고속버스 등에 싣거나 수리를 할 때 아주 유용하다.

 

1번 바퀴 :

방학동에서 망가지고 버려진 자전거 핸들에 그냥 걸려 있던 바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시마노(Shimano) 바퀴축에 알렉스림(Alexrims) 바퀴테를 가진 있는 전문 산악자전거 바퀴다.

타이어도 전문 산악용으로 두툼하고 별로 닳아있지도 않다.

흠집이 좀 있지만, 지금 내 자전거에 비해서도 훨씬 좋은 물건임이 분명했다.

이런 물건이 왜 거기에 버려져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뒷바퀴라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앞바퀴와 뒷바퀴가 간단히 호환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앞바퀴와 뒷바퀴는 바퀴테와 바퀴살은 같은 걸 쓰지만, 바퀴축이 달라서 호환이 안된다는 걸 알게됐다.

결국 당장 내 자전거를 고치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 그래도 뜻밖에 좋은 부품을 구해 횡재한 기분이다. 타이어와 QR레버만 해도 얼마냐... ^^

 

2번 바퀴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도로변에 방치돼 있던 자전거에서 떼어낸 바퀴다.

자전거는 저가의 접는 자전거. 자전거가 언뜻 봐도 버려진 것이라는 게 분명했다.

자전거 몸통은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져 있었고 여기저기 녹이 좀 슬었지만, 앞바퀴는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바퀴가 고정된 방식이 내 자전거처럼 공구없이 쉽게 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작업 첫날은 작은 휴대용 공구로, 둘째 날은 뺀찌(뺀찌가 우리말로 뭐냐....--a)로 시도했으나 너트 자체에 녹이 슬어서인지 실패.

결국 세째 날 커다란 스패너를 빌려와서 떼는 데 성공.

그런데 바퀴축의 회전이 부드럽지가 않다. 오래방치된 탓인 듯. 그리고 저가형 부품이라 좀 무겁다. 어쩌랴 이거라도 그냥 써야지...

 

3번 바퀴

친구 녀석 하나가 자전거를 업그레이드 했다는 소식을 듣다! 아싸!

1번 바퀴에는 못미치지만 2번바퀴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바퀴.

조르고 졸라서 얻어냈다.

그런데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그 친구의 자전거는 태어나지 이제 1년도 안됐지만, 무려 7천km를 달린 노구가 아니었던가.

바퀴축의 회전이 2번 바퀴만도 못하다. ㅠ.ㅠ

그 친구가 새 자전거를 사고나서... 제일 좋아진 점으로 바퀴축을 말했던 이유를 알겠다.

바퀴축을 정비하는 건 또 내 역량을 벗어나는 일. 아 이걸 어따써?

 

4번 바퀴

남영역에서 원효대교 방향으로 100m쯤 가면 완전 허름한 자전거 가게가 있다. 자전거 가게라기 보다는 인력거 가게라고 보는 게 맞을라나? 브랜드가 있는 가게도 아니고 그냥 '빵꾸, 바퀴일절'이런 식으로 대충 손으로 쓴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다. 평소에 참 신기하군, 저런 데가 아직 남아있네... 하고 지나치던 곳이다.

그런데 용산에 다녀오는 길에 '바퀴'라는 글자가 갑자기 크게 보였다. 그래서 들어가 봤다. 가게 자체가 전체적으로 어둡다. 조명 자체도 어두울 뿐더러 은빛 반짝이는 신제품들이 아니라, 녹슬고 낡은 부품들이 진열돼 있는 탓이다. 새 자전거는 파는 것 같지도 않다. 주인 할아버지는 인력거를 고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한 쪽에 자전거 바퀴들이 빨래줄에 걸려 있다. 새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 중 하나를 가르키며 가격을 물어봤다. 원래는 만원받고 파는 건데, 팔천원만 달라신다. 그런데 물건을 다시 보니 바퀴살에 녹이 장난이 아니다. 원래 등급도 2번 바퀴 정도의 저가형인데 녹은 더 심한 듯 했다. 새것도 3만원 정도면 살 거 같은데, 좀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바퀴가 눈에 들어왔다. QR레버도 달려 있다. 그리고 바퀴축을 봤더니만... 시마노! 그것도 원래의 내 것보다도 한단계 높은 등급! 아 이건 도대체 얼마일까? 그래도 중고니까 3만원 쯤? 두근거리며 가격을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

'아, 만원짜리 팔천원에 준다니까! 바빠죽겠는데 아무거나 빨리 골라서 가져가. 아직 개시도 못해서 8천원에 주는 거야'

최근의 자전거 고급화 경향에는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한 저 호통! 그렇다. 할아버지에게는 전부 같은 '바퀴'였던 것이다. 평생 수없이 많은 자전거를 고치면서 살아오시면서, 자전거가 굴러가기만 하면 되고 '자전거가 다 같은 자전거지'라는 자세를 꿋꿋이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존경스러운 마음에 제발 오래 사시고, 가게도 오래 버티시기를 바라며 크게 인사하고, 얼른 사서 나왔다.

 

조립

사실 4번 바퀴는 바퀴축과 QR레버의 모양이 조금 달라서 내 자전거에 달 수 있을지 아닐지 불확실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바퀴살 한 두개는 휘어진것을 애써 다시 편 듯한 모양이었다. 할아버지가 작업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 조금 불안해서 2번으로 갈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잘 달라 붙었다. QR레버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QR레버가 없는 것이더라도 앞바퀴는 왠만하면 아무거나 호환이 잘 되는 건가 보다.

어쨌든 바퀴뭉치는 해결됐고, 이제 튜브에 난 펑크를 때우고 타이어를 바꿔달면 된다. 펑크를 때우는 건 꽤 숙달이 돼서 금방할 수 있었다. 타이어를 갈아끼우고 바람을 넣는데... 헉. 타이어가 구멍이 뚤릴 정도로 심하게 긁혀있는 것이 아닌가? 넘어질 때 그런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넘어진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하튼 튜브가 김밥 옆구리 터진 것처럼 삐져나와 있었다.

전에 쓰던 산악용 타이어를 다시 꺼냈다. 내 자전거는 산악자전거여서 원래는 두꺼운 산악용 타이어였는데 많이 닳아버려서 지난해에 좀 더 얇고 밋밋한 도로용 타이어로 바꿔쓰고 있었다.

 

하튼. 이렇게 해서 앞바퀴는 산악용 타이어, 뒷바퀴는 도로용 타이어를 단 변종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탄생했다. 뭐 대체로 만족스럽다. 시간과 노력이 좀 많이 들었지만, 8천원에 해결했고 새로 알게 된 것도 많고, 내 자전거에 대한 애정도 더 늘었으니까.

 

그런데, 이리 저리 만지면서 보니까 자전거가 갑자기 늙어버린 듯 했다. 불쌍한 놈. 이제는 좀더 조심조심 타고다니고, 정비도 자주 해주마. 오래 오래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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