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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아카데미 사회발전연구회일 시: 2006년 3월 31일(금) 오후 6시
장 소: 흥사단 강당(동숭동 대학로 소재)
주 제: 현행 주민등록증의 개선 필요성과 과제 - 전자주민증 도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발 제: 최두영 행정자치부 주민제도팀장
토 론: 안종배 한세대 영상미디어학부 교수/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운영위원
이기한 서울여대 컴퓨터학부 교수/서울대 IC카드연구센터장
1.
회의 중에 이런 토론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누군가는 가서 자료집이라도 가져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얘기가 됐다. 그리고 내가 그 '누군가'가 됐다.
2.
사실 흥사단은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 어쨌든 전자주민증에 관한 얘기를 한다니 일단 반갑다.
3.
늦었다. 6시 시작인데 사무실에서 6시 45분이 돼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이럴 때 잔차가 있다는 건 다행이다. 서울역에서 혜화동까지 20분. 그래도 한 시간 지각. ㅠ.ㅠ 분위기는 다소 낯설다. 토론회 청중의 평균 나이가 50은 돼 보이는 듯. 저 뒤에 눈에 익은 행자부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4.
자료집을 훑어 보니, 발제는 안들은 게 다행이다.
최두영 팀장은
지난 2차 공청회에서 썼던 문서를 그대로 가져와서 발제를 했다. 토론자들이 하는 얘기로 미뤄보건대 여전히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라고 반복한 듯. 그리고 거기서 나아가,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반대한다면, 도입하지 않겠다'라고 강변한 듯.(토론자 안종배 교수가 인용한 말을 들은 거라서 정확한 건 아닙니다. --;) 그래 제발 끝까지 도입하지 마라. 우리는 끝까지 반대할 거니까.
5.
안종배 교수는 사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그런데 차분한 어조로 우리가 성명서에 얘기했던 것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전자주민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끔 정확한 의도가 궁금한 말들이 있긴 했지만, 강력한 아군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흥사단 운영위원인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이 토론회도 이 사람의 주장으로 개최된 것일까? 하튼. 몇가지 인상적인 주장만을 정리하자면,
- 스마트카드를 온라인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컴퓨터나 스마트카드 리더기가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오히려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접근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 신분증이 신분 확인 그 이상의 기능을 할 필요는 없다.
- 가장 정확한 신분확인은 수단은 사물(카드)가 아니라 개인 그 자체다. 즉 본인이 본인을 증명하는 방식, 즉 지문을 비롯한 생체정보를 통한 신분확인 수단이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전자주민증은 비용의 중복투자에 불과하다.
- 전자주민증의 '필요성'을 국민이 아니라 기업이 주장하고 있다. 컨소시엄의 구성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필요성을 주장하는 꼴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의 네가지를 제안했다.
- 현재 기업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추진체를 변경해야 한다. 학계와 시민단체와 전문가를 포함하는 추진위원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재검증해야 한다.
- 2008년으로 정해져 있는 기한은 없애야 한다.
- 스마트카드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포함되는 내용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 스마트카드의 도입으로 불편이 가중되어서는 안된다. 리더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D 플레이어나 디스켓 드라이버로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추진위원회의 구성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왜 아직까지 이렇게 주장할 생각을 못했을까?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행자부의 최두영 팀장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뭐 실제로는 어떻게 할 지 두고봐야 겠지만.
6.
찬성 측에서 토론을 한
이기한 교수의 발제는 뒷부분 밖에 못 들었다. 발제문으로 봐서는 찬성 측의 일반적인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면이 있다.
스스로 프라이버시에 굉장히 민감하고, 그래서 스마트카드와 관련된 국가 사업들에 조언을 많이 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가장 많은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쩌면 자신이야 말로 골수반대일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은 무서워서 주민등록증을 갖고 다니지 않는단다. 그리고 미국 여권을 받을 때 생체정보 제공하는 것 반대한단다. 그리고 안종배 교수가 '개인이 스마트카드에 들어갈 내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것에 대해 반박하면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넣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순한 너스레인 건지, 자아 분열인 건지, 아니면 정말로 스마트카드가 프라이버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7.
사실 7시에 중요한 약속을 잡아 놓은 터라, 8시가 좀 넘어서는 자리를 떠야 했다. --;; 아마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 뒤로 많은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종배 교수와 이기한 교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주최측에 연락처만 물어보고 돌아왔다. 그리고 최두영 팀장에게는 '할 일도 많은 행자부가 왜 전자주민증에만 골몰하는가?' 라는 요지의 질문지를 남겨줬다. 어찌됐을라나. ㅋㅋ 아무튼 발제자 만큼이나 긴 시간 많은 얘기를 한 두 토론자 덕분에 기대보다 재밌었던 토론회였다.
8.
4월 14일 행자부와 조폐공사컨소시엄의 3차 공청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행자부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정말 기대되지 않나요? 그리고
이에 대비해서 인권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기로 했어요. 4월 7일 5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 많은 분들이 오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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