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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나왔네요

[웹2.0, 정보운동2.0] 토론회에서 토론자로서 언니네의 소중한 경험을 말씀해 주신 조지혜 대표가 광고하셨던 바로 그 책! 드디어 서점에 깔렸네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역사와 형식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고, 내용도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좋은 책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니네 분들 모두... 정말 축하합니다. 짝짝짝.
아. 얼마나 뿌듯할까... ^^
언젠가는 진보 블로그에서도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비밀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해서 혹은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워서 꼭꼭 숨겨두고 싶은 것들이 아니라, 편견과 사심 없이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만의 것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내가 일기장에도 차마 쓰지 못했던 기억들을 나눌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된다.

놀랍게도, 언니네 방에 모인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결코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비밀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신들린 것처럼 털어놓는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말들이 내 안에서 끓어오르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금기를 깨버리는 이 ‘위험’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을 털어놓은 용감함에 매료되고, 어느새 그 용기에 전염되어 있는 나를 만난다. 숨은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마음껏 분노하고, 지혜롭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사람들은 차오르는 에너지를 만끽한다. 너무나 용감해서 더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렇게 언니네 방을 채우며 살아 움직이고 축제를 벌인다.

(프롤로그 중에서)



‘자기만의 방’으로의 초대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방>

김이정민 기자
2006-03-28 03:38:07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시대에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니네(unninet.co.kr)에 둥지를 틀고 있는 ‘자기만의 방’은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글을 쓰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라 글로 담아내고 싶은 현실이자 경험이다. 언니네 회원들은 ‘자기만의 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많은 ‘언니’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또 서로 격려하는 “혼자가 아닌” 공간이라고 말한다. 다정하게 도닥이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남성들의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크고 작은 소란을 일으켜 온 수많은 자기만의 방들이 모여 <언니네 방>이라는 이름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갤리온, 9800원).

2003 년 여름 언니네 파티의 제목처럼,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를 읊고’ 공감하고 추천하고 지지를 보냈다. ‘자기만의 방’은 처음 자그맣게 언니네에 자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니네에서 가장 사랑 받는 공간 중 하나다. <언니네 방>에서는 일기장에 혼자서 끄적이는 글보다 더 솔직하고 성찰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때로 ‘설익은’ 이야기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말들 속에서 성장해 나가고, 투정 어린 푸념도 따뜻한 ‘자매애’에 힘을 얻는다. ‘나만의 공간’이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고 거기에 대답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40여 편 글들로 엮인 <언니네 방>은 지은이를 '언니네 사람들' 이라고 소개한다. 언니네라는 교차로에서 마주친 많은 여성들이 ‘우연히’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을 발견하고 반가워하고 응원하면서 ‘언니네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몇 년의 시간 동안 차곡차곡 언니네를 채워온 이야기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들의 경험에 또 다른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덧대며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렇게 쌓인 글들로 엮인 <언니네 방>은 여성이 여성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 남성들에게 보내는 따끔한 경고,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살아남기를 위한 지침들을 담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생존자의 힘겹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는 사회가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이 그녀들의 경험을 어떻게 가두는지 보여준다. ‘성추행범을 물리친 무용담’은 망설임을 용기로 바꾸는데 힘을 보태주고, ‘성적 모욕에 대처하는 법’ 에피소드에서는 여유롭게 ‘받아 치는’ 전략이 발휘하는 유쾌함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되는 언니네 방 이야기들은 열린 채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여성주의는 어떤 상황에 대한 명확한 답이나 해결책이 아니라 경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쉬지 않는 떨림’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언니네 방>은 그 고민의 과정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글을 읽는 이들과 쓰는 이들 모두에게 성찰과 성장의 계기를 던지고 있다. 언니네 사람들의 말 걸기에 반갑게 대답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언니네 방의 초대가 제법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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