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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원래 일종의 놀이가 아니었던가? 그것이 놀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될 때부터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 무언가 쓸 모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은연 중에 이미 '과학이 기술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나는 대학 때 학과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우리 과 교수들을 소 닭 보듯이 했다. 그 중에서 내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교수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은 정확하게 옮길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과학 그거 잘난 체 하는 거 잖아요. 남들 모르는 거 혼자 알면 재밌잖아요. 안 알려주다가 슬쩍 알려주면서 약 올리면 재밌잖아요." 그 교수님은 내가 생물학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고 아직까지 고민하게 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쉽다면 일부로 어렵게 만들고서라도 풀어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것이 대중의 상식과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규칙 내에서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다. 덧글에서 나타난 반론은 단지 하나의 반론일 뿐이다.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게임을 즐길 자격이 없다. 규칙을 설명하지 않고 결과만을 추려낸다면, 그것 만큼 한심한 일도 없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아무런 의미 없다. 아무런 쓸 모 없다. 그냥 재밌는 거다. 나중에 의미가 생길 수는 있다. 누군가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 누군가 그것을 쓸 모 있는 것으로 만들 수는 있다. 누군가 그것을 돈 버는 데 활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순간 그것은 놀이가 아니게 된다. 과학이 아니게 된다.
그림과 음악...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아무 의미 없다. 그리고 그래서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예술이 어딘가에 쓸 모가 있게 되는 순간, 그것은 예술이기를 그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나중에 돈 더 많이 벌려고 월화수목금금금하지 않는다. 영리한 사람은 일찍이 떠난다. 과학에서 쓸 모를 찾는 사람이라면, 답답함을 참지 못해 떠난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서 바로 그 '의미 없음', 무의미를 빼앗는다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 참는다고? 설마.
황우석이 BT가 나라를 살릴 쓸 모 있는 것으로 떠벌리고 다니는 순간부터, 그는 과학자가 아니었던 거다. 학회지는 물론 '그들만의 리그'다. 그것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사실 자체가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황우석처럼 '그들만의 리그'를 전국민의 리그로 만들어 버리느니, 차라리 그냥 그대로 남아라.
'그들만의 리그'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쓸 모 없다라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는 자랑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 아닐까?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왜 재밌고, 자신의 연구가 왜 대단한 건지를. 그것이 얼마짜리다 라는 식이 말고. 그들은 일반인을 상대로 우쭐댈 수 없고 그만큼 그들은 스스로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재미를 잃었다면, 보상을 요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한가지 과학에서 일종의 시기심 역시 당연한 거다. 지나치게 잘난 체 하는 사람이 있다 면 참을 수 없는 거다. 자기가 더 뛰어난 무언가를 해내던가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헛점을 찾아내서 거꾸로 약올리기를 하는 거다. 브릭과 과갤에서 있었던 일은 일정정도는 이런 것이다. 그들이 국민들을 위해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사명감에서 논문 분석하고 포토샵으로 닭질을 했던 거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영웅'을 참지 못한다고? 다 시기심이라고? 그래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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