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나가는 알바 하나가 취소된 후
오랜만에 집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
마침 비가 오는 날이라 다행이다.
아직 제대로 된 신발이 한 켤레뿐이고, 쉽게 비가 새는지라
비 오는 날 외출하는 건, 다음 날 미칠 여파까지 생각하면, 꽤 고역이다.
비가 올 때마다, 돈 벌면 신발 사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돈이 조금 생겼지만, 또 비가 지나면 언제나처럼 잊고 지낼 것이다.
다행히 평소에는 낮에 거의 잡히지 않던 인터넷도 잡혀
일 없이 웹을 돌아다니며 뒹굴거린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어쨌든 지난 한달 간은 주말까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을 했으니,
하루쯤은 이래도 되지 않을까 애써 생각하며 그냥 계속 시간을 보낸다.
이번 여름 마지막 큰 비가 되려나.
조금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가 모든 소리를 덮는다.
다음 주면 큰 일 하나가 끝난다.
아마 그 다음 주면 또 하나가.
돈이 필요하므로,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엇보다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어느덧 8월 3째주. 두 주 후면 새로운 생활이 시작될 테고
아마도 그걸 준비하느라 또 바빠지겠지만
그래도 그건 좀 다른 성격의 일일 테니.
빨리 내일 일을 준비해야 할 텐데
비의 유혹, 또는 비라는 핑계는 만만치 않다.
어쨌든 다른 날도 아닌 오늘 비가 내려서,
그리고 오늘 알바가 취소되어서 하루를 여유있게 보낸다.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