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큰 단점은 지속하지 못하고, 매듭짓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고에 관해서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얼마간 꾸준히 읽었다고 자평하는 한두 명의 저자 및 책이 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하곤 내가 대략 2003년부터 2005년 정도까지
읽었던 여러 가지 책들은 거의 하나도 매듭짓지 못했다.
정신분석학이든, 언어학이든, 정치철학이든, 윤리학이든, 페미니즘이든, 예술이든, 스피노자든...
매듭을 짓지 못했으니 그 대부분은 잊히었다.
이 블로그 만든 걸 계기로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에 쓰던 글을 다시 읽게 됐는데
그 때 내가 부딪쳤던 벽을 거의 하나도 넘지 못했을 뿐더러
대개는 후퇴한 걸 보니 우울해진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적어도 한두 가지 정도는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손에 익어야 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식상해질 즈음에 새롭게 내놓을 수 있을
다른 사고들이 바로 지금 꾸준히 익어가는 중이어야 하지 않을까.
서른이 넘으면서 점점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 불안(anxiety), 행동을 강박하는 이 정서를 또 다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시 스스로를 다잡을 때다.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