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위대함은 어디서 오는가

Posted at 2010/10/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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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authors or discoverers are always accompanied, followed, and sometimes preceded by minor authors who observe the same facts and make the same discoveries. But great authors are historically great because they have understood the historic importance of their discovery, have made it the center of their work, and have made of that work a public act, capable of modifying the theoretical situation."

- Louis Althusser, Letters to D., Writings on psychoanalysis : Freud and Lacan,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6, p. 37.

기질상 통이 작고 야심이 없는 편이며

거기에 큰 불만 없이, 많은 경우엔 감사하며 살아가는 나이지만,

그래도 저런 글을 보면 내가 너무 쪼잔한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나마 저런 문제를 계속 고민케 하는 것이 나에겐 철학이다.

철학자가 되지는 못하지만, 철학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이다.

Posted by 아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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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2010/11/06 23:27 # M/D Reply Permalink

일견 맞는 부분도 있지만, 제 생각엔 오히려 문제를 저렇게 돌려버리는 건 유물론자이자 맑스주의자로서 성실한 자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불균형한 지적 환경이고, 이에 기반해 작동하는 지적 지배와 종속이죠. 알튀세르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 의식이 동시대 동유럽 맑스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부각되었었죠. 오늘날 알튀세르가 여전히 주목받는 것이 "프랑스"라는 지적 환경과 그 속에서의 그의 위치,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제자들의 활약과 무관할까요? 이 문장에서 알튀세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이해하지만, 쉽게 이야기되는 제 1세계 지식인들의 상호 숭배 사이에 맹점이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아포리아 2010/11/07 12:40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제가 인용한 부분은 알튀세르가 (자기 자신에 관해 말하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라캉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편지의 수신자인 D를 비롯 많은 정신분석가들이 라캉을 인정하지 않는데, 세세한 부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자기 역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위와 같은 전반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이는 당대 정신분석학계에서 라캉밖에 없다, 뭐 대략 이런 맥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인용한 맥락은, 제가 요새 공부하는 곳이 경험적 분석을 강조하는 곳인데, 그것에 십분동의하면서도, 위와 같은 문제에 관한 고민을 놓치지는 말자는, 일종의 자기다짐이었습니다.
따라서 동시대 동유럽 맑스주의자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는데 알튀세르만이 주목받고 있다는 건, (라캉이라는 정신분석가에 관해 말하는) 알튀세르의 맥락과도, 그리고 (경험적 분석 못지 않게 '일반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저 자신의 맥락과도 좀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라캉이, 비록 맑스주의자는 아니지만, 1세계 지식인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당대 지적 정세에서 라캉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인용한 부분의 앞뒤, 그리고 다른 글(예컨대 <프로이트와 라캉>)에서 좀더 자세히 나오니까, 저 대목만 가지고 말씀하신 결론을 이끌어내기는 다소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