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쓰느라 밤을 새다니.
학부 시절엔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 이 나이에 웬일이람.
어쨌든 이번에 레포트 쓰면서 새삼 느낀 것인데
인터넷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싶다.
스캔 뜬 책을 비롯, 적지 않은 자료를 인터넷에서 구했는데
이것들이 없었다면 거의 진척이 없었을 것이다.
한동안 도서관 없는 생활을 했고
인터넷 없는 생활도 적지 않게 하다가
이제 둘 다 되는 환경에서 공부를 하자니
확실히 다르다. 물론 어느 시점에선가는
이 둘로 환원되지 않는 나만의 사고를 제시해야겠지만
그렇게 파고들 지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조사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더 나중에는, 이렇게 접근가능한 자료 말고
아직 정리되지 않았거나 전산화되지 않은 자료를 얻기 위해
서고나 현장으로 가야 하겠지만, 그 역시 나중 일이다.
어쨌거나 인간은 혼자 사고하지 않는다.
물질화된 지식의 망 어딘가에 접속해
그 일부로 사고한다고 보는 게 현실에 훨씬 가깝다.
그리고 '창조적' 사고란, 대개의 경우 허구다.
사고는 아마 대부분의 시간 동안 노가다와 다르지 않다.
약간의 장비와 기술, 그리고 충분한 시간과 인내만 있다면
누구든 일정 수준까지 사고할 수 있다.
육체노동자 중에서 가히 예술의 경지에 이른 달인이 있는 것처럼
지식노동자 중에서도 이른바 '천재'가 있겠지만
굳이 일정 수준 너머에 가닿지 않더라도
세상에 충분히 값진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점점 더 믿게 된다.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