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식/이운식. 처음 들어보는 말이고 아마 다시 듣게 되기도 쉽지 않을 듯한, 그런만큼 많은 기억과 생각이 스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옮긴 것일까.
처음 광화문에 분향소를 만들던 때, 영정사진이 색색 다른 재질과 무늬의 액자에 담겨왔다. 아프게만 기억되지 않길 예쁘게도 기억되길 바라는 누군가의 마음이었을 듯도 하지만, 광화문 분향소는 사진 전시관은 아니었으므로 바로 교체되었다.
단지 추모와 기억의 장소만도 아니었다. 이곳은 사건의 장소였다. 1주기와 2주기가 될 때 끝이 없게 사람들이 줄을 서 추모의 순서를 기다린 건, 분향소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광화문 분향소를 거점으로 만들어지는 사건에 가담하기로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오늘 옮긴 것도 영정만은 아니었다.
혼자 조용히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언젠가는 친구가 여기 있다며 한참 울고간 이도 있었다. 안산합동분향소는 무섭고 힘들어서 친구를 보고 싶을 때는 여기를 온다고. 세월호 수색활동에 투입되었다가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소방관의 아드님이 조용히 다녀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제천화재 유가족 한 분은 광화문 인근에 살았는데 화재 이후에야 다녀오게 됐다고도 했다.
안산 분향소가 희생된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였다면 광화문 분향소는 재난참사 중인 한국사회를 만나는 장소이자 자신을 대면하기 위한 장소는 아니었을까.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장소를 잃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대면할 장소를 잃는 것일 수도 있다. 서울시가 다시 만든다는 전시관으로 대체될 수 없는...
그러니 결국 숙제는 모든 사람에게 남겨졌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도 마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재난참사 중에 있음을 잊지 않는 것도,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나를 대면하는 것도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는 숙제.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긴장이 되어선지 마음이 얼기도 하고 조금은 서러워지기도 했다. 조금 단단해지는 듯하면서도 조금 두려워지기도 하는 시간.
모든 장소로 사건을 옮기라는 숙제를 받은 것 같아 무거워진 마음은, 영정을 옮기는 동안 오히려 가벼워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떠올릴 얼굴과 이야기들이 있음을,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그들을 기억하도록 도와줄 사람들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진보다 더욱 강할 사람들.
뒷모습만 봐도 누구 엄마 누구 아빠인지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게 안되더라는 것도 깨달은 오늘이지만, 어디 안 갈 사람들, 그래서 어디에나 있을 사람들. 졸졸 쫓아만 다녀도 숙제 절반은 하겠구나 생각하니 마음도 조금 부드럽고 쫀득해지더라는 것.
이안식. 마음이나 기억이 이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영정을 옮기는 의식. 사건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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