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학교는 열리나. ‘온라인 개학’이라는 교육부의 계획을 듣고 나니 어쩔 수 없이 떠오른 의문이다. 아니, 학교가 열렸다 해도 될지부터 질문해야겠다.
코로나19의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된 이후 개학 시점이 네 차례 연기되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사안이다. 아동의 안전은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 학교에 모여 수업을 듣고 밥을 같이 먹는 집단생활은 감염병에 취약한 조건이다. 학교 구성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혼란은 학교에서 멈추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등교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70% 이상이다. 그러나 수업일수도 문제다. 모든 학생이 1년 유급하게 되는 상황 역시 상상하기 어렵고, 이미 졸업한 학생들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린 대학입시를 떠올리자면 그야말로 일대 혼란이다. 교육부가 고심한 결과가 ‘온라인 개학’과 수능시험 2주 연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도 학교가 열렸다고 느낄까?
교육부는 ‘학습 공백’을 우려했지만 많은 아동에게 학습은 오히려 스트레스다.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9~17세 아동의 16%는 평소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혹은 ‘많이’ 느낀다고 응답했는데, 64%는 ‘숙제나 시험 때문’, 56%는 ‘성적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싶은 청소년 비율은 5년 동안 두 배 늘었다. 학업 중단 경험이 있는 아동에서 가장 큰 이유는 ‘공부하기 싫음’(2017 청소년종합실태조사)이었다. ‘온라인 개학’이 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 같지 않다. 학교에 일정한 돌봄 기능을 기대하던 양육자들에게도, 온라인 수업 준비로 비상이 걸린 교사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학교가 열리느냐는 질문은, 누구의 입장에서 개학을 바라보는지 따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대학입시가 압도하고 있다. 등교를 하면 학교마다 달라질 상황이, 원격수업을 하면 학습과 평가에, 공정성 시비가 따라다닐 것이다. 대학입시제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첨예하게 논란이 되고 가장 두루뭉실하게 봉합된 의제기도 하다. 이러나저러나 곤혹스러운 상황 뒤로, 80% 넘는 아동이 사교육 경험을 하는 현실과 지속적인 휴원 권고에도 문을 연 학원이 80% 가량 되는 현실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관련해서도 위험하지만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이미 아동 건강을 해쳐왔던 조건이라는 점도 기억되어야 한다. 대학입시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서 혼란을 벗어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적당한 개학 시점, 공정한 평가 규칙을 정해주는 것으로 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학습도 중요하고 안전도 중요한데, 이것이 아동의 권리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방학을 기다리는 만큼 개학이 설레기도 한 것은, 수업보다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이상이다. 학교는 사회적 관계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집을 떠날 수 있는 시간도 된다. 청소년 스트레스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교생활, 부모와의 관계다. 아동의 입장에서는 학교와 집을 오가며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학교는 열려야 할 텐데, ‘사회’도 열려야 한다.
교육부가 개학 시점을 검토하는 과정 내내 사회는 오히려 닫혔다. 학교에 가고 싶은지, 가기 싫은지, 언제 어떻게 가면 좋을지 아동에게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세월호참사의 기억이 무색하게, 또 하나의 역사적 재난이 될 코로나19 앞에서 ‘어른’들은 다시 아동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의견을 내면 참견 말라 꾸짖던 그대로다. 코로나19가 모두를 일깨웠듯, 나의 욕구나 의지가 타인을 함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사회’에 아동도 함께 있다. 모든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거나 위반하듯, 아동도 여기 동참할 시민으로서 대접받아야 한다. 자기 몫의 불안을 딛고 자기 안의 윤리를 찾아가며 토론과 숙의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동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 교육은 학교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묻기에 적당한 때가 있다면 추석보다 지금일 듯하다. 학교란 무엇인가. 아동에게도 물어야 한다.
누구를 위하여 학교는 열리나
주간미류
2020/04/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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