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에 대한 질문

* 이 글은 jineeya님의 [사회진보연대의 돌봄노동 정의(?) 또는 기술(?)에 이의를 제기하며] 에 첨부된 글에 대한 질문입니다.

올려주신 자료는 잘 읽어보았어요. 제가 고민이 짧아서인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덧글로 달다가 길어질 것 같아서... (글을 쓰신 분한테 해야하는 질문인 것도 같은데... 혹시 가까운 분이시면 전해주세요~ ) ^^;;



#1.

보육을 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나 보육을 노동으로 보려는 의도-"사회적 부정의, 착취의 문제에 도전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담론적 공간"을 마련-에는 수긍이 됩니다. 하지만 이때 '노동'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그에 따라 보육이 어떤 지점에서 '노동'으로 다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보이네요.

노동이 단순히 모든 '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또한 맑스의 이론을 빌어 설명하려고 한다면, 노동에 대한 정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조금 고전적인 생산적/비생산적 노동에 대한 입장이나 물질적/비물질적 노동에 대한 입장이 밝혀져야 보육을 어떤 의미에서 노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드러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재생산노동'이라고 불려왔던 일들이 맑스의 자본론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맑스가 그것을 무시했다거나 재생산노동은 맑스의 노동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하구요.

맑스는 노동 일반에 대해서보다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하에서의 노동을 분석하고 실천적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보육을 노동으로 본다는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의 보육노동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보육의 노동일반으로서의 성격과 자본주의적 노동으로서의 성격을 구분해보는 것, 자본주의적 노동으로 인정받도록 요구-임금(사회적이든, 사적이든) 등-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사회적 인정은 어떻게 가능할지를 고민해보는 것이 의미있을 듯한데 궁금합니다.

보육 혹은 돌봄을 치장하고 있는 온갖 이데올로기들을 걷어내고 노동의 착취를 드러내려는 시도에 지지를 보냅니다.

 

#2.

마르크스의 유토피아와 필요노동을 말하면서 "공산주의 사회는 누구도 필요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맑스가 말한 바가 맞나요? 필요노동에 대한 이해가 매우 생소합니다. 맑스의 필요노동은 잉여노동과의 관련 속에서 설명되는 개념이고 이때 필요가 필수적인 무언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개념의 혼란을 야기하는 듯합니다.

필요노동은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제공하게 되는 노동 중 노동력의 가치로 인정되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부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사회는 필요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사회이기보다는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의 구분이 사라지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에서는 필요노동이 마치 필수적인 노동인 것처럼 다루어지는데 예를 들어, 무기를 생산하는 노동은 사회적으로 필수적이지 않은 노동이지만 필요노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요노동의 개념에 대해 정리를 해주시면 좋겠네요.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맑스의 필요노동 개념과는 다른 '필수적인 노동' 정도로 일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더라도 궁금한 점은 남습니다. 이 글의 요지는, "맑스가 자동화를 통해 인간에게 필수적인 노동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보았지만 사라질 수 없는 노동이 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맑스가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계급의 해방의 물질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 필수적인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앞의 요지가 맑스의 이론을 적절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필요노동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좀더 정리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3.

돌봄 노동의 특수성은 "그 자체가 목적인 산물(인간)에 투여"되는 것으로 도구적인 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특수성은 일반적인 서비스 노동에 모두 해당하는 말이 아닌지요? 그런 면에서, 돌봄과 서비스의 구분이 자신을 돌볼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로 나뉘는 것은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돌봄과 구분되는 서비스를 말할 때 그것이 단어의 일반적 의미인 '봉사'를 뜻하는 것인지,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이 아닌 서비스노동을 말하는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또한 돌봄과 보육노동을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보육노동만은 아닙니다. 의료서비스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전문성을 배제하더라도 당장 스스로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니까요. 보육노동의 특수성을 밝혀내려는 의도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특수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보입니다.

봉사나 모성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부수기 위한 것이라면 남편과 아이에 대한 노동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있어 보이지만 이때 구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스스로 충족 가능한가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보다는 아동의 권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욱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동의 권리 차원에서의 접근은 보육의 공공성 혹은 글에서 표현한 바 평등의 원리나 분배의 문제를 던지는 데에도 유의미할 듯한데 어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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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일로서의 돌봄노동'에서 지적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수긍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맑스의 이론을 빌렸다고 하면서 서술된 부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사실 정확히 모르겠어요. 앞에서 질문드렸듯이 적절한 설명이라는 느낌이 쉬이 들지 않고 굳이 필요한 부분인가 싶기도 하구요.

글이 다루는 범위가 워낙 넓어 몇 가지 질문으로 해소될 듯하지는 않지만 답해주시면 천천히 고민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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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3 12:30 2005/04/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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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이 글은 미류님의 [돌봄노동에 대한 질문]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일요일에 발견한 미류님의 트랙백... 뭔가 묻고 있다! 게다가 어렵다!답해줄 재주는 없는디...흑흑T.T 왜 트랙백 거셨어여...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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