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애기집을 들어낸 여자처럼 호두나무가 서 있어서 가슴속이 처연해졌다
철 지난 매미떼가 살갗에 붙어서 호두나무를 빨고 있었다
나는 지난 여름 내내 흐느끼는 호두나무의 哭을 들었다
그러나 귀가 얇아 호두나무의 중심으로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불에 구운 흙처럼 내 마음이 뒤틀리는 걸 보니 나의 이 고백도 바람처럼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겠다
- 문태준, <수런거리는 뒤란>
마음을 끄덕이다가 덜컥
턱이 허공에 채였다
내가 누구를 살아내는 것이냐
시가 좋기 때문일 뿐이라고
그렇다고
...
시는 정말 좋다. 사슴벌레 덕분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시인? 시집? 만났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맨발>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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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야핑 2005/11/06 00:1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거 좋다. 미류가 쓴 건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어여
미류 2005/11/07 17:0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제가 썼으면 저도 깜짝 놀랐을 꺼예요~ ^^
시집 다 읽었는데 학교 올 때 연락해서 가져가요. 시들이 거의 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