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그 곳'

내 인생의 네 가지라는 어려운 편지에는 답장을 못하구 ㅜ.ㅜ

여러 블로거들이 휴가를 다녀온 네 가지 장소에 제주도를 많이 들었길래

괜히 나도 꼽아보고 싶어졌다.



> 한동리

고양이를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꼭 그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처음 놀러갔던 자그마한 해수욕장이 있는 마을. 몇 년 전 아빠와 반짝이는 자리돔을 끊임없이 낚아올렸던 곳이기도. 지금은 바다 쪽으로 땅을 메운 듯도 하던데. 기억을 낚아올릴 수 있을 만큼의 바다가 남아있기를.

> 오름들 

이름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디에서든, 바람을 만날 수 있는 곳.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라는 시구를 입에 달고 다녔더니 어느새 세뇌되어 고향같은 느낌.

> 산방산과 송악산 

해안도로가 나있는 사계리의 반대방향-덕수리에서는 산방산의 펑퍼짐한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길은 가파르고 불친절하다. 비가 그친 후 파랗게 부서지는 하늘 아래 서서 용머리 앞바다를 내려다볼 때 불친절한 당신이 차라리 고마워진다. 이제 그/녀는 한 발만 다가서면 바닥까지 보여줄 듯 투명한 수작을 걸어온다. 내려오면서 만난 나비, 그/녀와의 대화도 잊혀지지 않는다. 산방산에서 바라본 송악산도 좋다. 그리고 송악산도 좋다.

> 아빠 무덤

바다가 보인다. 나는 산담을 쌓고 신문을 만든 제주도 무덤이 아니라 아쉽고 엄마는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제절을 만들지 못해 아쉬워했다. 아빠를 아쉬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냥 무덤가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것이 내가 바라는 것.

 

그리고 네 가지 '거기'

> 울릉도

내가 밟은 모든 길과 산마을 민박 앞에서 올려다본 '눈'부신 봉우리.

> 송광사~선암사(조계산)

눈안개가 무서워 결국 산을 넘지 못했고 에둘러가다가 만난 보리밥집에서 보리밥도, 막걸리도 먹지 못했지만 거기.

> 선유도

장자봉 올라서 바라보던 선유도. 다 못 걷고 돌아온 선유도.

> 제주도

헤헤. 거기~

 

> 여인을 만난 개암사와 마당쓰는 할아버지를 만난 무위사(도 추가 ^^)

 

(보라돌이, 답장 안 썼다구 나 미워하지 마요~ ^^;;

대신 당신 또 제주도 가게 되면 온라인 상담 해줄께요. ㅎㅎ

나 데리구 가면 더 좋구~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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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5 11:18 2006/02/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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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라돌이 2006/02/26 01:3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뭐든지...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던지면 그때부터 그건 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것이라고 난 생각하니, 미워할 이유가 없다니까...제주도 또 가게 되면, 상담해 줘요. 5.16도론지 뭔지 달리면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거 맞지? 그리고 당신이랑 가면 좋겠네. 정말.

  2. 미류 2006/02/27 17: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음, ㅎㅎ. 5.16 도로 그거 맞아요. 그리구 그 5.16이 그 5.16인 것도 맞아요.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반은 농담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받는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에 참 서툰 것 같다는 반성을 하는 요즘이라...

  3. 녹구 2006/02/28 05:5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곳'에 대한 글을 보니, '그곳들'에 가고 싶어진다... 한참 동안은 어려운 일이지만, 마음만으로라도.. ㅎㅎ 잘 지내지?

  4. 미류 2006/02/28 15: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잘 지내요. 아니, 잘 지내냐는 질문에 잘 지낸다고 대답하기까지에 익숙해져서... ㅎㅎ
    언제 '그곳들'에 같이 가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언니의 '그곳들'에도, 전에 잠깐 얘기했던 그 섬들도 궁금해요. ^^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