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째 미루던 글.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니 국회상영을 앞두고 잠깐이라도 메모.

 

순과 함께 봤다. 마침 내가 제주도에 갔을 때 여성영화제를 하고 있었고 부대끼던 하루의 끝에 영화나 보자며 나갔다. 워낙 보고 싶던 영화이기도 했으니.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순이 던진 한마디. 

"너 저렇게 살까 걱정된다"

 

멋진 언니들의 "가족"(이런 걸 영어로 쓰면 대문자 빡~ 박을 텐데, 참) 탈출기를 보고 순과 내가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딸을 데리고 간 엄마와 엄마를 꼬셔서 간 딸이 어찌 같겠누. 하지만 당연하다고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이 '생각해볼 꺼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여러 고민들을 거쳐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왔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엄마라고 불리는 그녀와 아빠라고 불리는 그와의 관계였다. 나와 그녀, 나와 그의 관계를,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면서도 그녀와 그인 채로 만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혹은 가능할까.

 

비혼을 선택하거나 이혼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뒤늦게 '남편 없는 여자'가 된 순이 던진 한마디는 그저 철없는 딸에 대한 핀잔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두려움이었을까. 그래. 이런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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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6 17:46 2006/09/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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