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FTA에 반대하는 이유를 한 명씩 써서
소식지로 보내는 활동을 시작했나보다.
막연한 선전이 아니라 한명 한명이 각자가 반대하는 이유를 알리는 것이
글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 의미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첫번째 글이 꽤나 불편하다. 쩝.


한 유대인 중매쟁이와 청년의 대화를 예로 들며

FTA 협상의 문제점을 들고 있는데

젊지도 예쁘지도 않고 돈도 없는 데다 등이 굽은 여자와 결혼을 권하는 중매쟁이에
한국정부를 빗대고 있다. 그 여자는... 아마 미국을 은유하는 것이겠고.
아마 한국의 민중들은 내키지 않는 결혼을 강요당하고 있는 청년 정도일 테고...
쩝. 대략 지겹지만 끝이 없는 은유.


쨌든, 결혼이 미친 짓이라는 데에 대략 완전 공감하지만

이 예는 결혼이 미친 짓이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젊지도 예쁘지도 않고 돈도 없는 데다 등이 굽은 여자와의 결혼을 미친 짓이라고 하는 것이라

영 마음에 안 들어요. 흠흠. 뭐라 얘기해주고 싶어지네...

 

필자의 말마따나

FTA 반대,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글들이 괜히 복잡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킨다. 으앙.

 

 



내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 - 박정수

 

한미 FTA 4차 협상이 끝나고 이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6월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문제점을 들춰내는 반대론자들과
오만한 자세로 일관하는 미국 사이에서 어찌됐든 일을 성사시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왔다갔다하는 협상단을 보노라면 어느 유대인 중매쟁이가 떠오른다.

 

이 중매쟁이가 처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청년의 불평을 듣게 된다.
“장모될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심술궂고 둔하단 말이요”

중매쟁이가 대답한다.
“그렇지만 장모랑 결혼하는 게 아니잖소. 딸하고 하는 거지.”

 

“그렇지만 그 여자는 젊지도 않아요. 예쁘지도 않고”
“그건 문제가 안 돼요. 젊지도 예쁘지도 않은 만큼 그 여자는 당신에게 더 충실할 테니까”

 

“돈도 없어요.”
“돈에 대해 말하다니. 도대체 돈하고 결혼하는 거요?”

 

“그렇지만 그 여자는 등도 굽었어요”
“아니, 당신 뭘 원하는 거요? 그러면 그 여자가 아무런 결점도 없어야 한단 말이요?”

 

반대론자와 협상단 사이에 오고간 대화도 별반 다르지 않다.
“멕시코한테 하는 걸 보니 무서워 죽겠어요.
미국은 원래 심술궂지 않나요?”

협상단 왈
“아니, 우리가 지금 멕시코랑 뭐 하자는 거요?
우리가 멕시코랑 같소?
그리고, 멕시코가 뭐 어떻단 말이오?
우린 뭐가 잘 났다고”

 

“하지만 협상도 하기 전부터 4대 선결조건부터 들어주는 건 말도 안 돼요”
“아니, 혼수도 없이 결혼하려고 그랬소? 그리고, 어차피 그건 우리한테 필요 없는 거였소.”

 

“그렇지만 처음에 얘기했던 대미수출 17%, GDP 2% 성장률도
거짓이라는 거 탄로나지 않았나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요”

“아니, 돈에 대해 말하다니. 도대체 우리하고 미국하고 돈만 가지고 따질 관계요?
북한 핵실험하는 거 보지 않았소?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이건 해야 하는 거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서라지만 우리는 미국하고 게임이 안 돼요. 질게 뻔해요.”
“그건 문제가 안 되오. 비교 열위에 있는 만큼 배우면서 경쟁력도 생기는 거요.”

 

“그리고, 알고 보니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을 사용하라는 조례나 지역중소기업 육성 지원, 지역환경 보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 같은 지방자치단체 조례 중에서
FTA 협상원칙과 어긋나는 게 86개나 되는데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그것도 모르고
FTA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요?
도대체 저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걸려들 수 있는 법규나 조례에는 뭐가 더 있는 거예요?”
“아니, 결혼도 하기 전에 결혼 후 벌어질 일에 대해 일일이 각서 쓰는 거 봤소?
그러니까 ‘포괄적’ 협상 아니오. 모르지요. 나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게다가 미국은 파산직전에다가 빈부격차도 엄청나요”
“아니, 당신 뭘 원하는 거요? 그러면 그 나라가 아무런 결점도 없어야 한단 말이요?”


5개월 남짓한 기간이었지만 왠지 길게 느껴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새만금 사업 때처럼 얻는 건 없지만
지금까지 진행해온 것을 중단할 만큼 잃는 것도 분명치 않기 때문에
한다는 식으로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합의된 것보다 합의 안 된 게 더 많고,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게 더 많은 상황에
괜히 짜증만 내다가 ‘애라, 뭐든지 하라 그래. 지금보다야 못하겠어?’ 식으로
협상 찬성쪽으로 기울지나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집값만큼은 잡겠다던 노무현이 부동산 폭등으로
몰릴 대로 몰려서 FTA 협상까지 중도무이한 무능력자라로 퇴임하기 싫어
오기를 부리지나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결혼도 이렇게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내 몰려서 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면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안 살아보고 어떻게 알겠는가?
중요한 건 미혼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남들 다 하는 결혼을 했다는 거다.’

누구랑 하든 어쨌든 FTA는 해야 하는 것이고,
미국은 가장 번듯한 상대라는 게 한미FTA 중매단의 일관된 주장이다.

좋을까?
나쁠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쁠까?
경제적으로 더 안정될까?
부대비용이 더 크지 않을까?
사실, 결혼 전에 이런 고민 안 해본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결혼하기 전에는
아무도 확실한 답을 말해줄 수 없다는 것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다가 부모와 중매쟁이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결혼해 버린다.
‘결혼’이라는 것을 일단 상정한 이상 이런 ‘지리한 고민’과
‘자포자기식 결정’을 벗어날 길이 없다.

정작 던져야 할 질문은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것인데 말이다.

 

한미FTA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한미FTA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하는 질문에 얽매이지 말고
‘나는 어떤 삶을,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라고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중매쟁이와 부모가 원하는 것이 미혼생활의 청산이듯이
협상단과 정부가 원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한국 사회를 청산하자는 것이다.
그 대신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통상확대나 관세철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 자본의 천국, 시장의 천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럴진대 거기다 대고 ‘FTA 하면 얼마나 남고 얼마나 손해야?’
라고 물어보는 순진한 짓이다.

 

돈 많은 사람,
기업할 사람,
투자할 사람한테는 분명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열심히 한미FTA를 찬성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
자신의 삶이 그런 상위 10%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우리 사회가 돈 많은 사람에게만 천국인 사회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반대하면 될 일이다.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1/18 17:09 2006/11/18 17:09
태그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aumilieu/trackback/464

<트랙백>

  1. 한미 FTA와 결혼

    2006/11/18 20:06

    미류님의 [등 굽은 여자와의 결혼은 미친 짓?] 에 관련된 글. 나도 얼마전 에서 저 글을 읽고 황당해한 적이 있다. 저 글은, 한마디로 도저히 국내의 대표적인 인문사회연구소에서 나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뎡야 2006/11/18 23:5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읽다가 불쾌해서 못 읽겠네

  2. 미류 2006/11/19 21:5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굳이 읽지 않아도 되오. 쩝...

  3. 감비 2006/11/20 09:0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글이 짜증나서 그런지, 몇번을 드나들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가 않네요. 그건 그렇고, "돈많은 사람, 기업할 사람, 투자할 사람한테는 분명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는 말은 맞기는 한가요?-.-

  4. didi 2006/11/20 09: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흐미. 필자에게 반드시 이 글을 읽히겠슴다;;; 근데, 돈 많은 사람에겐 괜찮겠죠. FTA는 자본을 위한 협정이니까.

  5. 미류 2006/11/20 10:0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감비, 제가 글을 읽기 힘들게 복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용. 문단 뛰어쓰기를 좀 해야겠어요. ^^;; '좋은 사회'가 무엇인지에 따라 맞는 말일지, 틀린 말일지가 달라질 듯도 하네요.

    디디, 여기 트랙백된 글을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6. 감비 2006/11/20 10: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하하, 글이 짜증난다는 것을 강조하려던 것이었어요...미류탓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돈많은 사람, 기업할 사람, 투자할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지들만 잘살면 그게 어디 '좋은 사회'이겠습니까?)

  7. 미류 2006/11/20 14: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헤헤, 저두 그렇게 이해했어요. 예전에 지각생인가, 글을 올릴 떄 사람들 읽기 편하게 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글을 썼었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요.
    글구 "지들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맞습니당~ ^^

  8. 리우스 2006/11/20 16: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어? 지가 오랜만에 와봤나바여? 포맷이 바뀌었네.... 그 고운 그러나 자꾸만 눈을 아프게 했던 손이 없어졌군요...

  9. 슈아 2006/11/20 16: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상도하여라...그 사람은 그 글을 쓰면서 스스로 불편하지 않았나?? 참 이상도하여라.

  10. 미류 2006/11/20 17:4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리우스, 얼마 전에 바꿨어요. 리우스가 예전에 빵에서 만났을 때 글읽기 불편하다구 그랬었잖아요? 저도 바꿀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리우스 얘기도 있구 바꿔야겠다고 맘먹고 미루기만 하다가 확~ 바꿨어요. ^^;

    슈아, 그르니까~ ^^

  11. 리우스 2006/11/21 01:1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 그러셨구나....
    여기 이 포스팅... 예로 든 여자 및 등굽은 여자... 진짜 미치겠군요... 몇번을 읽어봐도 대체.... 이 글을 쓴이는 남자가 맞죠?여잔가? 글재는 있어보이나 전시대적이라는 생각은 떨칠 수 없어요... 여자나 여자의 일생은 완존 소재일뿐 ㅋㅋ 저사람 글을 잘 썼다고 생각 안함.. 결코.

  12. 미류 2006/11/21 11:4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리우스, 글쓴이는 남자이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