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순수님의 [병의 발명 이전]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음, 역시 길어지다보니 논점이 애매해지는군요. 제 고민이 짧은 탓도 있을 듯하지만 --;
그러면, 제가 먼저 이야기할께요.
질병의 발명과 관련해서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감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가 기침을 하거나 콧물을 흘리게 되면 감기라고 생각하고
쉬거나, 병원을 가거나, 그냥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먹거나 등등의 행동을 하잖아요?
여기에는 '기침'이나 '콧물'이 일상의 신체활동과는 다른 '증상'이라는 가정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즉, 어떤 현상을 '증상'으로 채택하고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질병의 발명이지요.
정신분열증을 예로 들어볼께요.
환청을 듣거나 피해망상 등을 '증상'으로 채택하고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동일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증상'들에 대해 '치료'가 요청되지요.(사회에 의해서든, 훈육된 개인에 의해서든)
순수님의 글에서 저는 신체와 정신이 분리되었다는 선험적 가정이 포함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신이라고 우리가 칭하는 어떠한 사고작용은 물질작용과 분리되어있지 않습니다. 두뇌활동을 우리가 해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저는 별로 관심이 없긴 하지만) 다양한 형식의 물질작용을 통해 우리의 기억과 사고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데카르트의 이분법과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송과체'의 제안의 한계를 생각해본다면 더이상 신체와 정신의 이분법을 채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의 차이는 있습니다. 신체질환에서의 질병의 발명은 주로 자연과학, 측정과 실험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정신질환에서의 질병의 발명은 이데올로기적 틀에 더욱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체질환은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나 정신질환의 비현실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다시금 과학의 신화에 빠지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영국의 의사들은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각종 '증거'들 역시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역할을 한 '의학'은 결국은 통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정상/비정상의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지요. 다만, 신체질환에 있어서의 비정상성은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되나 정신질환에서의 '비정상성'은 눈에 두드러지는 배제 작용을 해왔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비판이 주로 정신질환에 대해서 이루어지는 듯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naming 이전의 작동이 naming 이후의 작동보다 차이가 적다'고 했던 것입니다. 뭐, 저 역시 이전/이후 어느 쪽이 더 차이가 크냐를 따져물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구요. ^^;
그래서인지, '감기의 경우엔 병의 발명 이전에는 주체와 관계가 없지만, 정신질환의 경우엔 병의 발명 이전에도 이미 주체와 관계가 있다'는 말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시면 좋겠네요. 사실, '신체'와 '관계'라는 구분의 기준을 잘 모르겠어서 '신체'와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관계'와 '정신'은 다른 것이니 제가 적절한 토론을 하려면 '관계'를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