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무명씨님의 [경성트로이카]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짬짬이 읽던 책을 오늘 덮었다. 사실,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난감함이 있지만 무명씨님 글에 기다린다는 덧글 달아놓고나니 슬며시 발빼기가 무안해졌다. 뭐라도 써야지 하면서 시작한다.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물론, 소설을 읽는 동안 학생들의 동맹휴업과, 트로이카의 첫 결성, 이재유의 탈출 등 툭하면 눈물을 그렁거리며 감격스러워했지만 그건 일종의 최루였다. 밤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무슨무슨 드라마의, 알콩달콩한, 혹은 가슴에린 사랑 이야기와 같은 것이었다. 보고나면 금새 그게 뭐야, 싶지만 그래도 볼 때는 주인공들의 감정에 빨려드는-아주 어처구니없거나 짜증나지만 않다면- 것과 비슷한 것이다. '태백산맥'과는 다르다.
소설은, 당대의 공산주의자들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말' 훌륭하게 싸웠다고 말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녀들의 꿈은 '사회주의' 가 아닌 무엇으로도 서술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회주의'는 더이상 '꿈' 이 될 수 없는 것이란다.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소설 덕분에 서울 거리를 다니며 훨씬 많은 상상들을 해볼 수 있었다. 박진홍과 이재유가 만난 곳이 이쯤이었을까, 이재유가 숨어있던 마룻바닥이 저기쯤이었겠군, 이런, 상상이라기보다는 환기/상기. 종로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무심코 바라본 골목이 갑자기 뿌옇게 채색되면서 30년대의 그 거리로 바뀔 것만 같았던 느낌. 고맙기도 하지만, 이런 상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소설 때문인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불성실한 책읽기가 문제였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 소설을 권하는 데에 미적거림은 없다. 우리는 박진홍, 이순금, 이효정, 이종희, 이재유, 이현상, 이관술, 김삼룡... 수많은 그/녀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니까.
덧말> ...옆에서 보면 납작한 코에 윗입술이 두텁게 튀어나온, 인물은 그다지 보잘 것 없는... 이 대목에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공주병은 어쩔 수 없구나, 다시금 절망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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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 2004/09/19 22: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소설이 '감동적'이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인 듯하다. 아마 돌아갈 수 없는 미래일 것만 같은 느낌이, 나를 그렇게 고집부리게 만들었던 것도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