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있는 자리

한 대학생이 대학을 거부하고 자퇴를 신청했다. 박수칠 일이다. 물론 오래 전부터 대학에 입학했다가 졸업하지 않고 그만둔 이들은 많았다. 현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이들도 있었고 그냥 여기저기로 흩어진 채 사라진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대학과 이 사회를 고발하면서, 그것도 대자보를 붙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그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훌륭하다. 다만, 몇몇 친구들이 눈에 밟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시도하지 않은 친구,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둔 친구들. 그/녀들은 거부 선언을 할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기는, 곱게 대학 졸업한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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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2 15:46 2010/03/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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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oya 2010/03/15 12:0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난 왜 거꾸로 생각이들지. 대학도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온 나는, 그 때 아무것도 몰랐어요. 뭔가 사회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보지 못한 채 살아왔었는데. 그래서 요즘에는 그런 이들(학교를 거부하고 군대를 거부하는 이들)이 제일 부러워요. 나는 그 때 그런 걸 몰랐었는데.. ㅋㅋ 뭐 알았다고 뭘 어떻게 할 수 있었는가는 또 다른 문제였겠지만.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의 거부만이 유의미한 혹은 훌륭한 '거부'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장소의 위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닐까? 어느 장소에서나 훌륭하게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질주해야할 그 트랙은 한 곳으로 향하면서도 모세혈관처럼 사회 곳곳에 퍼져있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면.

    그리고 이미 많은 이들이 그렇게 훌륭하게 거부하고 있고. 그 거부들을, 마이너하다고 생각되는 거부들을, 좀 더 드러내고 연결해보는 것도 좋겠다.

  2. 미류 2010/03/17 22:2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어떤 장소에서의 거부만이 의미있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모든 공간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거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드러날 때 사회적으로 의미화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고민인 거죠. 왠지 난 그대 생각과 안 거꾸로인거 같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