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뭐라도 이름을 붙여야 할 것 같아서 간담회라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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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분이 오셨다. 일곱 시에 두 분이 오셨다가 사람들 불러 온다고 나가시더니 띄엄띄엄 들어오셨다. 몇 분이나 오실까 은근 긴장했는데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아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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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두 분, 여성이 다섯 분, 그 중 두 분은 부부였다. 확실히 남성과 여성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방식은 차이가 있는 듯. 그런데 성별을 불문하고 다른 느낌이 들었던 건, 흔히 활동가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회의하는 방식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 물론 회의를 하려고 오신 분들은 아니었지만 주제를 향해 가기보다는 퍼져 나가는 이야기들을 너도 나도 펼쳐버리는 분위기. (가끔 무슨무슨 회의에 활동 경험이 없는 분들이 함께할 때, 어렵다, 고 하는 게 단지 단어의 문제만은 아닐 것 같다.) 동네의 옛 일들을 들으니 흥미로웠지만 뭔가 종잡을 수 없어 난감하기도 했다. 한 분씩 만나서 구술작업을 하면 너무 소중한 이야기들이 모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주민모임을 준비하고 개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추스러담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민모임을 열었을 때 모두들 비슷한 방식으로 얘기하시면 대략 난감할 듯.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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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들어보니 이미 30년 전에 중구청에 항의 방문을 가서 전경들한테 막히고 혼내고 싸우고 등등의 경험들이 있으신 분들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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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함과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했더니 한 할머니께서 안 적으셨다. 평생 남한테 궂은 소리를 못해봤을 것 같은 선한 얼굴을 가지신 분이었는데. 그냥 성함이 어떻게 되냐고 여쭸는데, "우리는 바깥양반이 할 거니까 걱정 마~" 이러신다. 성함을 여쭸을 뿐인데, 이런 일은 '바깥' 양반이 하실 거라고 얘기하시니 아쉬움. 그런데 어쩌면 글을 쓰지 못하는 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신 주민 분들께 자료를 나눠드렸는데 다른 분들이 안경을 빌려가며 들여다보시는 동안, 그냥 내 얼굴만 쳐다보더라는. 앞으로 주민 분들 만날 때도 늘 신경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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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님, 권사 님, 이런 호칭을 들을 때마다, "동성애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회들 생각이 나서 걱정되기도. 앞으로 만나면서, 이해관계를 따라 개발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인권'에 대한 느낌들을 나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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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모임을 하기 전에 미리 일곱 분이라도 뵈니 조금 든든하기도 하고, 주민모임이 더 설레기도 한다. 잘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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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 2011/04/18 11: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잘 살고 있나 ^^ 나 이제 휴가 2주차 들어간다~ 한가로움과 싸우는 중이다...
미류 2011/04/20 09:11 고유주소 고치기
ㅋ 벌써 2주차여? 한가로움과 싸우고 있다니 도와주려고 해도, 만나기라도 해버리면 한가로움한테 지는 거라 어쩔 수가 없네~ ㅋㅋ 혹시 좀 져도 괜찮으면 연락하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