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말했다. "전셋값이 없는 분들에게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을 왜 '빚 내서 전세값 내라는 거냐'는 식으로 고깝게 보시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거주하는 집이 있는데도 지난해 11월 회현 역 인근에 14억 원의 아파트를 분양받고 세를 놓은 사실이 알려져 변명을 하던 중 나온 말이다. 그 빚이 자기가 세를 놓은 아파트의 전세금이 될 테고, 빚을 얻고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 하는 사람들의 노동이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둔 자기의 금융수익이 되고 있는데, 왜 고깝게 보는지 모르시겠다고 하면 어쩌나. 그 빚과 이자 때문에 그 사람들은 당신처럼 14억 원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꿈도 꾸지 못해요. 5억이나 되는 전세금을 내며 아파트에 들어간 사람들은 빚을 안 얻었을 수도 있고, 얻었더라도 이자 부담을 월 임대료라 생각하며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대출 위주의 정책이 문제없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게 몸 누일 삶의 자리를 저당잡아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모든 대출은 궁극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이 아닌 소유한 사람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로 장관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한 정책이란 게지. 그러니 전세대란 대책으로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 운운하는 얘기나 겁없이 하고 있는 게지.
모든 사람이 집을 소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모두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소유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니 대출 정책이 주요한 정책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소유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대출이 아니라 임대료 규제-상한을 두든 적정임대료를 고시하든-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보호는커녕 임대료 인상의 수단으로 전락한 임대차보호'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보호기간 자체의 연장과 재계약에서 세입자가 우선권을 가지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 후라면 소득이 적어 임대료 부담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는 것은 대환영이다. 고깝기는커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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