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파베르의 인터뷰

SJM 727사건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기록물이다. 쑥 빨려들어가는 책이라 읽기를 멈추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정도였다. 

- 용역 폭력사태가 계기였지만 책 안에서 용역 폭력사태가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맞닥뜨리게 된, 그러나 돌출적이지만은 않은 사건으로서 폭력사태를 드러낸다. 뒤집어 말하면 폭력사태는 그때 거기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일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맞설 수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물론 이긴 싸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성 노동자들의 조언이 용역폭력 대응에 큰 도움이 됐다는 인터뷰 내용에 마음이 먹먹했다. 

- 연극을 하는 사람이 인터뷰를 했고, 기록은 희곡의 형식을 취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고 군데군데  지문이 삽입된다. 지문의 형식을 빌어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적어놓는데, 상대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오고 다시 이어가는 작업이기도 했다. 희곡의 형식을 취하다 보니 필자의 질문도 거의 그대로 실려있다. 때로 질문은 매우 지시적이다.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다는 생각이 있어요?"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더 괴롭잖아요." 그런데 대화를 그대로 옮겨놓으니 기록자의 개입이라는 느낌이 덜하다. 기록자도 또 다른 구술자라는 느낌이랄까. 

- 몇 가지 기억해두고 싶은 말들. 

(노동조합의 첫 이미지, 막 투쟁하고 이런 느낌들이 강했겠네요, 그때는?) 투쟁하는 이미지보다는 일단 뭔가 이제 남한테 꿀리지 않는다는 느낌. 형님들도 그렇고. (정용일)

살다 보면 남의 일이란 게 없더라고요. 눈감는 날까지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일일 수 있다니까. 그게 현실이야. 근데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내 인생관을 잘 추진해가면서 멋지게 살고 싶어. 똑바르게. (박선심)

727이 큰 건 아니고요. 인생의 사건이 큰 거죠. (...) 2개월은 밖에서 정신없이 같이 어울려 지냈기 때문에 그렇고, 그 후에 들어와서 인간관계며 뭐 이런 것들을 다시 봐야 했고, 그 전에 생활했던 것들이 확 바뀌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고 더 되새겨보게 되는 그런 거였죠.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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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 19:49 2016/06/0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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