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 강남역 살인사건 (2016.10.3.)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언도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여전히 반성하는 기색이 없이 최후진술에서도 '피해망상'이라 불릴 법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고 한다. 국선변호인 역시 제대로 만나보지를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여성혐오살인으로 본다면, 어쩌면 가해자 처벌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사법부에서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다면, 또 다른 곳에서는 어떤 흐름들이 이어지고 있을까.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미세먼지

미세먼지대책들은 '니가 문제야'라고 말하며 개인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문제들은 특히 더 개인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일한 대책이 아니라 손쉬운 대책일 뿐이다. 경유값을 올려도 자동차를 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돈을 더 내고 타게 된다. 정부의 세수 확대에 기여할지는 모르나(차라리 휘발유 값을 내리라는 대중들의 센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에는 얼마나 기여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에 대해 무언가 했음을 증명할 수 있고, 문제가 불거질수록 개인들을 탓하는 구조가 유지되게 된다. 언젠가 경유값을 올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경유 위주의 자동차 생산 유통 구조, 대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구조나 에너지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먼저다.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을 미세먼지라면 더욱, 틀부터 바꾸면서 개인들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일본국민

일본 국민이 져야 할 책임은 무엇일까. 일본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야 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 근대 형성기에 전쟁, 침략과 수탈, 식민 지배 등을 통해 동아시아 민중의 삶을 짓밟았던 일본의 역사를, 일본 지배권력이 지우고 왜곡하려고 각종 시도를 벌인다는 것이 역사를 몰라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의 국민이기 때문에 져야 하는 책임일까. 한국의 지배권력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 한국의 국민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책임은 아닐까. 명백한 가해국과 피해국이 존재하는 사실과, 가해국의 국민을 가해자로 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후자는 국민국가주의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다. 그/녀가 어떤 정치공동체에 속해 있는지에 앞서 모두가 져야 할 역사에 대한 책임이 있을 뿐이다. 다만 일본의 국민이라면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일본의 역사를 통해서 그 책임을 더욱 가깝게 질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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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5 09:44 2016/06/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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