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운동?

* 이 글은 핀트님의 [[펌]금연운동,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앞장서라.]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글을 읽으면서 이건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나는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에라, 끊어버려야지' 와 같은 말들을 한 적은 있으나 진실된 ^^ 마음으로 끊어볼 생각을 했던 적은 없다. 그러면서도 담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늘 한다. 왜냐고 물으면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담배가 많이 늘었다. 두 갑까지도 피웠고 평균 한 갑 반은 피워댔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서 줄여야해 줄여야해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담배가 늘었던 이유는 '목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목이 아프거나 목이 부어 불편하면, 나는 담배가 더 '땡긴다'. 자학이라 해도 할 말 없는데 어쨌든 그렇다. 그런데 정말 '땡기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담배를 줄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스스로 자유롭기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담배를 끊을 것을 권한다. 목감기 혹은 기관지염이 있는데 담배를 계속 피운다는 사람이 있으면 '아니, 세상에...' 라고 '표정으로' 말한다. 무안할 정도로. 어쩔 수 없다. 담배가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나? 아니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건강하게 살고 싶다. 사시사철 감기를 달고 사는 것도 지겹고 아침에 피곤에 겨워하며 일어나는 것도 싫다. 하지만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도로의 교통량을 줄여야 한다거나 운동-sports ^^;-을 해야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면... 끊기 싫으니까...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왜 하냐구... 난 이쯤에서, 세뇌되었다고 넘겨버린다. ㅡ.ㅡ

 

그래도 나름대로 담배를 피우는 데 일종의 원칙은 있다. 길을 걸어가면서는 피우지 말자, 비흡연자가 있을 때는 조심하자, 집에서는 피우지 말자(동생이 비흡연자라...), 뭐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 (사실, 엄하게 지키지는 못하는지라 말해놓고 나니 부끄러워지는군여.)

 

나의 '금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런데 '금연운동'이라~ ?

 

금연운동은 무엇을 목표로 할까? 당연히 '금연'이다. 모든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세상(?)이 왜 진보운동의 이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은 흡연이 범죄가 되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또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진보운동진영이 해야 한다구?

 

위 글의 요점은 다음 두 단락에 담겨있는 듯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을 망쳐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건강을 잃는다는 건 노동력을 잃는다는 걸 의미한다. 폐암에 걸리는 순간 이들의 가족은 곧 생계조차 곤란한 처지로 전락한다. 담배는 저소득 계층의 빈곤을 더욱 심화시키고 고착시킨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도 이들에게 담배의 해악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알려주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금연운동은 사치가 아니라 절실한 생존의 문제다. 담배를 끊지 않으면 결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이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려 생계조차 곤란한 처지로 전락하는 것을 금연으로 해결하자는 것인가?  나는 아무래도 이 문제는 의료체계의 개선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 것만 같은데, 허. 물론 더욱 근본적으로는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으나, 쩝.

글쓴이는 흡연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해왔다고 비판하는데 나는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것이 훨씬 큰 문제이고 바로 이런 담론이 그 연장선상에 있어보인다. 담배를 끊어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대목은 더욱 당혹스럽다.

경제적 지위에 따라 정보접근권의 실현이 차이날 수 있으니 '가난한 사람들'이 담배의 해약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  (과연? 하는 의문이 아직도 남지만) 그건 정보접근의 문제로 풀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 단락은 사실상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폐암에 걸리면 끝장이니 담배를 당장 끊으시오.

 

흡연은 문화다. 우리 노동 현장에서는 휴식 시간에 다같이 담배를 찾아무는 게 일상화돼 있다. 학교에서는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나무라기 보다 못본척 눈감아주고 이해하고 다독거리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으로 인정받는다. 우리는 흡연에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무관심하다. 이제 좌파적인 상상력이 필요할 때다. 담배는 민중의 적이다. 금연운동은 건강이나 웰빙 이전에 민중의 생존의 문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작업장에서 담배를 몰아내야 한다. 잘못된 문화라면 바꿔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좀더 본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진보진영이 나서야 한다.

 

그렇다. 흡연은 문화다. 그런데 왜 애써 담배를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담배는 민중의 적이고 민중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오히려 '적'들의 입장에 가깝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담배를 끊으라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담배를 끊으면 건강해질 것처럼.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는 주장은 그나마 수긍할 만하다. 건강을 위협하는 상품으로 이윤을 남겨먹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담뱃잎 말려서 돌돌 말아피우는 것까지 막는 것은 반대다. 쨌든 다국적 기업이 담배 팔아먹지 못하게 하는 것을 '금연운동'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본질적인 해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보진영이 어디로 나서야 한다는 것인지 여엉...


글을 읽는 동안 하고 싶은 말들이 뭉클뭉클 솟아났으나 다 이야기하면 말꼬투리를 잡는 것 같을 수도 있어서 두 단락만 인용했다. 참 좋은 자료들-빈곤층이 흡연을 더 많이 한다거나, 빈곤층은 병에 걸리면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생존을 위협받는다거나 등-을 가지고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역시 시작을 제대로 못한 글이라 횡설수설 ㅡ.ㅡ

정리해보자면,

이 글은 진보진영이 금연운동에 나서라는 주장을 하고 있음.

이유는 흡연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으니까.

 

나의 생각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것은 가난 그 자체이며

그/녀들을 더욱 불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가난,

또한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

이 고리는 금연을 통해서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빈곤의 해결(이 단어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휘력이 딸려서...)과

건강권의 실현(의료서비스에의 접근권이든, 불건강한 환경에서 살지 않을 권리든, 등)으로

끊어질 수 있을 것임.

게다가 위 담론은 오히려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흡연에 돌리고 있는 지배이데올로기와 흡사.

금연을 주장하거나 권장하는 것은 소리모아 할 수도 있으나

진보진영의 목소리로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0/15 12:25 2004/10/15 12:25
태그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aumilieu/trackback/93

<트랙백>

  1. * 이 글은 미류님의 [금연...운동?]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최근 금연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글을 보면서 내 의견을 정리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 자꾸 미루게 되었다. 미류님의 글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NeoScrum 2004/10/16 01:3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