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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의 불균형, 무엇을 할 것인가?

* 이 글은 미류님의 [금연...운동?]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최근 금연을 둘러싼 이런저런 글을 보면서 내 의견을 정리해서 써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 자꾸 미루게 되었다. 미류님의 글을 보고 짧은 의견이라도 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몇 자 적어 본다.

  미국 공중보건학회지 2월호인가 3월호는 금연특집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흡연의 불균형(disparity)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주제였다.  (금연이 사람들을 건강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시간관계상)



   지난 수십년간  금연운동을 활발하게 벌여온 그 나라의 흡연률은 20-30%에 불과하다.  사망원인의 일위였던 심혈관질환의 사망감소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온 미국의 역학자들중 일부는 최근 들어 개인의 행위를 바꾸는 데 치중한 금연운동은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지 않음으로서 제3세계로의 흡연문제를 이전, 심화시키는 문제를 낳았다고 반성하기도 하였다.  

  서구 사회에서 흡연이 유발하는 건강문제가 널리 알려지고 금연을 위한 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활발하지만 이는 흡연의 불균형을 확대시키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얼마전 내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한 기업에서 금연운동의 결과 사무직과 기술직의 흡연율의 격차가 11%에서 22%로 증가하였고, 금연운동에 대한 참여율, 성공율 모두 사무직에서 높았다. 이처럼 많은 건강증진운동이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단에 혜택이 돌아가 건강수준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데 기여하는 현실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고, 21세기의 건강증진은 개인의 행동변화가 아닌 건강을 지원하는 사회적 환경을 창조하는 문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건강증진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통제를 증가시키고 자신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WHO, 1984)’이다.  금연운동이라 함은 사람들이 흡연이 자신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더 나은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왜 금연운동에 나서야 하는 가의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개인적인 수준뿐 아니라 조직적, 정책적 수준에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금연운동은 빈곤과 건강권문제의 해결방안의 일부인 것이다.  그 방식이 노동자와 민중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흡연문제에 대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미류님의 질문에 대한 나의 짧은 대답은 이렇다.  첫째는 정책적 수준에서 흡연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해야 한다. 둘째, 흡연의 고위험군에 대한 금연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특히 현장에서 흡연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유해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의 통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조직하는 일은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금연운동과 같은 사업이 조합원들뿐 아니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등 사업장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회사측에 촉구해야 한다. 셋째,  진보진영내의 금연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조직적 차원에서 금연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금연캠페인, 집회시 금연정책 같은 것들을 예를 들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진보진영의 보건전문가들은 노동자와 민중에게 수용가능하고 효과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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