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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윤에굶주린자들

한미FTA에 빠져 있는 요즘.

주변의 반응은 두가지 정도

너 요즘 안보이더라 뭐하고 사니?

너 요즘 정말 바쁘겠다. 밥은 챙겨 먹냐? 이다..

 

예전에 참세상 농업기획을 하면서 신세를 진 적이 있는 지인에게 서평을 부탁을 받았다. 블로그에 끄적 거리기는 해 봤어도 서평을 써 본적이 없었던 지라 긴장 많이 했다.

그리고 서평이라기 보다는 소개글 정도..

 

사실 넙쭉 '쓸께요' 라고 답한 이유중에 하나는...

서평을 쓰면 책을 보내 준다는 그 말에 ..^^:

신중치 못했음을 탓할때는 이미 책을 손에 쥐어 받은 상태였으니..

 

'이윤에 굶주린자들'

먼쓸리리뷰에 연재 됐던 글을 모아 번역한 글이고 박민선 교수의 논문이 있다.

내용은 당연히 생명이고 뭐고 이윤에 미쳐 시장을 재편하는 초국적 자본의 얘기.

특히 농업과 관련한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의 얘기다.

 

카길이나 몬산토는 상장이 안되어 있어 실제 기업 내부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겉으로 드러나는 정도의 기업 연합이 이정도 이면 모르는 부분은 더 많겠지.

 

농업 시장 개방과 관련해, 특히 한미FTA와 관련해

이들의 요구가 무엇이고, 이후 농업 시장 재편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사실 '굶주린 세계'와 연결해서 보면 더 살이 붙는 내용이기도 하다. 누가 보내달라고 해서 참세상에 썼던 거에 살을 좀 붙였다. 그래도 어색하.. 

 

음 풀어놓고 싶은 말이 정말 산더미 같은데..

내 위에 쌓여있는 토론회 기사들도 산더미라..

더 쓸수가 없다..잉..



 

"풍요속의 기아"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의 지배강화 때문

[책] 이윤에 굶주린 자들 : "자연 순환 파괴 영농을 강요당한다"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에서 미국 측이 제안한 내용의 대부분은 대표적인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 ‘카길’사의 전직 부사장인 암스튜츠(Daniel Amstutz)에 의해 작성됐다. 1998년 APEC 식량체계(APEC Food System : AFS)에서 제안된 정책 내용, 유전자조작식품에 관한 정책, 수출보조금 철폐 등은 카길의 부사장 로빈 존슨의 보고서였다.


미국 농업부 (USDA)가 05년 2월 9일에 발표한 세계곡물 수급전망에 따르면 세계 곡물생산량은 전년대비 9.1%증가한 20억 2,087만톤이고 소비량은 2.1% 증가한 19억 8,775만톤 이었다. 세계 곡물시장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은 2003년을 기준 식품의 50% 이상, 주요곡물의 70%를 수입하고 있다. OECD 가입 30개국 중 곡물자급률이 27위에 해당할 정도로 식량자급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밀은 쌀 다음으로 중요한 곡물이지만 9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쌀 비준 국회 통과로 쌀 시장이 개방됐고 미국, 중국의 수입쌀은 각 가정의 밥상까지 올라올 수 있게 됐다.

현대의 식량 문제는 생산량의 부족에 기인한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식량의 전 지구적 상품화’에 근거한다. WTO, APEC, FTA와 같은 지역 협력체와 무역기구들은 그들의 식량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하고, 그들의 정책 방향에 맞춰 국가 정책을 강제, 정비하는 기구이다. 그들이라 불리는 뒷 장막에는 바로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가 있다. 그들의 이해가 전 세계 농업, 생산, 유통 즉자적인 식량의 지배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적 과정과 내용 그리고 대안을 담은 책이 나왔다. 


이윤에 굶주린 자들(Hungry for Profit, 울력출판), 이 책은 농업, 식품, 생태의 정치 경제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농업 자본주의의 발생부터 농업에서 소유와 지배의 집중, 자본주의적 농업의 성숙, 세계의 식량 정치까지 자본이 농업을 지배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는 식품생산의 급성장과(시장과 소득분배에 대해 상대적인) 과잉 생산의 만성화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배제와 이에 따른 기아의 확대라는 모순된 현실을 분석하고 역사적으로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영국의 예를 통해 자유로운 생산 농업이 개량과 소유제의 변화를 통해 농업자본주의로 발달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단순이 역사만 다룬 것이 아니라 미국 내 농장노동자들의 투쟁과 미국 내 지역 식품체계 복원을 위한 다양한 풀뿌리 운동의 과정 등 미국 내 다양한 활동들과 입장을 소개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성공 사례도 있다. 바로 ‘대안적 방법으로도 국가 전체를 부양할 수 있음’을 보여준 쿠바의 예이다. 쿠바는 미국으로부터의 봉쇄정책, 소련과의 교역관계 와해 등 주요 무역관계가 단절된 이후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대담한 시도를 펼쳤다. ‘고투입 농업 체계’를 자급자족이 가능한 저 투입 농업으로 재현했고, 화학물질 대신 생태학적 농업기술을, 농민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토지를 재분배하고, 지역 내 농산물 생산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진행했고 결국 식량 위기를 극복한 내용도 담고 있다.


그리고 전 지구적 위치파악 기술 GPS, 수확량의 감시나 광범위한 샘플 추출과 지도 작성, 투입량 조절기기 등을 사용해 경작지의 서로 다른 부분마다 추정 필요량에 따라 화학 비료나 농약을 투입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정밀 농업’의 현실화 과정,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의 기업연계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보고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 ‘식량 산업화’를 바라보는 경고의 메세지도 전한다.


예를 들어 책의 본문에는 IBP, 카길, 콘아그라 3개사는 미국산 쇠고기의 81%를 가공할 뿐 아니라, 오늘날에는 캐나다에도 가축 임시 사육장과 도축시설을 소유하여 미국에서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런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통합, 식품 체계의 여러 분야 간의 계열화, 복합 기업화, 세계적 통합 등의 모든 경향들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런 현상은 농민들의 탈 농민화 즉 농민층의 분해를 통한 탈농민화와 농지로부터의 추방에 의한 탈농민화를 전 지구적으로 야기 시키지만, 역으로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는 이 과정을 통해 경제적 증대 효과를 보고 있음을 기술한다. 


다른 측면에서 유전자 개발과 관련해 몬산토의 ‘라운드 업 레디 대두 종자’를 든다. 이 종자를 구매하는 모든 농민들이나 또는 유지 함량이 낮은 담백한 감자 칩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몬산토의 특별 품종 씨감자를 구매하는 모든 농민들이 같은 품종의 감자를 계속 생산하려면 계약조건에 따라 다음 해에도 다시 몬산토에 가서 종자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자-종자에서부터 밥상까지’의 정책을 실현하며 수직-수평적 통합을 이루고 있는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 그들의 지배에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모두가 종속 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그렇기에 책의 가장 큰 볼거리는 거대 농식품 기업군의 형성과 기업 연합의 출현의 경향에 대한 입증 과정이다. 자본의 집적과 집중의 경향에 따라 기업들간의 대자본 집단의 병합 그리고 이들 기업들이 생산단계 뿐만 아니라 식품 체계 전체를 통해 제품의 품질, 수량, 종류, 산지 및 가격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장의 진정한 결정자’가 됨을 기술한다.


한 예로 유전자 조작 농산물 종자 시장의 88%를 차지하는 가장 큰 종자 기업인 몬산토와 가장 큰 곡물 기업인 카길의 결합을 들고 있다. 카길의 곡물과 유지 작물 가공 및 전 세계 판매를 종자 단계에서 연계하는 합작 투자의 형태가 되는 이 형태는 기업들 간의 연계가 결국 유전자에서부터 곡물의 생산, 가공, 사료 생산, 농민과의 계약 재배를 통한 육류 생산과 가공에 이르는 일련의 농식품 체계의 단계들을 통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종자뿐만 아니라 관련 농화학 제품을 비롯해 곡물수집과 가공, 육류의 생산과 가공 등 영농 후의 가공-유통을 장악하고 톱니바퀴처럼 농민과 재배자들을 종속하는 구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환경문제, 종 다양성 상실의 문제, 농민 생존권의 문제, 기업에 의한 식량 지배의 문제 등 농업, 환경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전한다. 기업에 의한 유전자의 지배와 종자의 상품화는 필연적으로 종자의 유전적 다양성을 축소하게 되고, 이는 인류의 공동유산인 유전자원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 종자의 상품화는 많은 자본을 투여해 생산 규모를 늘리게 유도하고 다수의 소규모 생계유지형 농민들을 몰아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


그래서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윤창출이라는 유일한 목적을 갖는 자본주의 경제에 의해 농업의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고, 나아가 그 방향의 추동 세력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이란 점을 규명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최근 한미FTA와 관련한 농업쟁점의 ‘이유’를 밝혀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미국이란 ‘국가’가 ‘쌀’, ‘농업’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종자에서부터 밥상까지’의 시장 장악을 꿈꾸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의 요구가 한미FTA라는 협상 기재를 통해 농업협상, 광우병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의 지속 가능한 농업을 방해하는 것은 기술 부족 때문도 아니고 생태학적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생물학적 지속 가능하며, 흙의 양분 및 기타 성분의 순환을 고려한 농업 환경 체계를 구상하고 꾸려 나갈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농민 대다수는 이러한 지식을 활용하지 못한 채 오늘날의 경제-사회-정치적인 구조 속에 살아가고 있다. (본문 내용 p.91)”


본문 내용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알고 있더라도 구조에 의해 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 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 종자에서부터 모든 생산물이 카길, 몬산토, 듀폰, 콘아그라 등과 같은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에 종속되고 있는 지금, 쓰나미 처럼 밀려오는 검은 장막을 거둬야 할 주체의 인식과, 절대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자연순환을 파괴하는 영농 형태를 국제 경쟁력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 당해서는 안된다는 원칙,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의 농업 지배가 가져온 비참한 결과를 극복하고 재생가능한 농업 생산체계에 대한 대안의 필요성, 이는 이 책이 주문하고 있는 현 시기에 필요한 '실천'의 제기이다.


참고 : '이윤에 굶주린 자들' 이 책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출판사에서 2000년에 발간한 (Hungry for Profit: The Agribustiness Threat to Farmers, Food, and the Environment)를 번역한 글로 윤병선, 박민선, 류수연님이 번역, 옮겨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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