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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버려진 돌맹이처럼

시치프스님의 [책 '거꾸로가는 시내버스'를 읽다] 에 관련된 글.

반갑습니다.

동감이고 공감이랄까? 삶의 공명이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버스운전기사의 삶이 일반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졌던 오해와 갈등이 이 책을 통해서 일정부분 해소가 되는 것을 느낀다. 책의 후미부분을 읽노라면 길가에 버려진 돌맹이처럼 제멋대로 굴러온 건모형의 삶이 한 사람의 자서전이 아니라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산업화에 따른 격동의 7,80년대를 거쳐서 살아온 이 땅의 민중들의 일대기로 다가온다.

 

건모형이 일했던 동해운수에서 버스일터 회원으로 같이 활동했던 버스기사들과 이 책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반응들이 의외였다. 자기들 이름이 책에 나오고 사고난 거며 그런 것들이 그대로 활자화되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읽혀진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버스기사들에게나 가족들에게 읽지마라고 했다고 한다. 자기들 이야기를 팔아서 건모가 생색을 낸다며...  예언자가 자기 고향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예수의 말씀이 생각났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동해운수를 그만두고 작은책으로 간거다고 하길래,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뜻한 바가 있어서 그 뜻을 펼치기 위해서 간거로 보아야 하지 않은가고 했으나 시덥잖은 태도들이었고. 버스현장에서나 서부지역버스연대모임에서 다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건모형이 동해운수와 버스일터를 떠날 때 원만하게 합의를 보지 못한 게 감정적 응어리로 남아있는 거 같다. 우리를 버려두고 너만 그렇게 가버렸구나 하는...

 

운수산별노조와 민주노조 건설을 추진하는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http://busnodong.org)에서는 저자의 양해 아래 "꺼꾸로 가는 시내버스"를 재정사업으로 현장의 버스기사들에게 팔고 있다. 가족들이 읽어보고 버스운전이 그렇게 힘든건줄 몰랐다며 남편과 아버지를 다시 보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부부금슬이 좋아지는 책'이라며 주위의 버스기사들에 이 책을 권하고 있다.

 

건모형에게도 이 책이 많이 팔려서 작은책 출판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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