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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구하기

1.

주인집에서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했다. 그게 지난 9월의 일이었다.

2년 만에 4천만원을 올려달라고 했으니 이 세상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신문에서 보니 외모만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정신병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이런 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모두가 정신병에 걸린 세상에서 굳이 '병'을 가려내는 일이.

 

집 문제도 그렇다.

 

한국 사회는 집단적인 정신병에 걸려 있다.

왠만한 노동자가 2년 동안 죽도록 모아도 모을 수 없는 돈이 '전세금 상승분'이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려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짐으로써,

즉 집이나 땅을 소유나 자본 증식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사고를 유지함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정신병자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저 먼 땅에서 제국의 침략에 소리없이 죽어간 원주민들처럼.

인간은 그저  잠시 빌려쓸 뿐 이 땅은 원래 위대한 자연의 일부라고 말했던 그들처럼.

그래서 '토지 문서'와 '법률적 계약'이라는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앞세운 침략자들이

무참히 삶의 원천을 짓밟고 대량으로 죽이고 남은 자들마저 울타리에 가두워  버렸듯이.

 

극단적인 생태주의자나 히피 같다는 소리나 들으면서.

 

 

2.

 

아니면 그 집단적 병증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병의 일부가 됨으로써 정상인 취급을 받아야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도시의 규칙은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그렇다 해도, 이 지독한 부동산 열풍 만큼은 마냥 빗겨가고 싶었으나

출소 후 최근 3년간은 집 문제로 씨름하는 시간과 고통이 너무 컸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장기전세, Shift 정책을 알게 되었다.

어느 꼴보기 싫은 정당, 어떤 재수없는 서울시장이 도입한 정책이건간에 돈없고 집없는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기전세를 두드렸고 결국 당첨이 되어

곧 이사가게 되었다.

 

그런데 새로 이사갈 집이 너무 좁다는 이유로, 이제는 나더러 독립을 하란다.

 

물론 나는 독립이 좋다. 예전부터 독립을 원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가라니 기분이 조금 그렇다.

엄마, 아빠는 이럴 때 참 편해서 좋겠다. 늘 자기들 걱정으로 가득차 있고, 항상 그 고민을 쉽게 쉽게

표현하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저런 요구사항은 꼬박꼬박 놓치지 않고 챙기니 말이다.

 

아무튼 그래도 독립한다니 좋다. 기대만빵이다.

 

 

3.

 

그래서 어제 하루 종일 집을 보러 다녔다.

친구들이 꼬시기도 해서 집 값 싸다는 은평구 일대를 돌아다녔다.

3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불광역을 시작으로 응암, 녹번, 구산, 역촌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생각보다 싸지 않다.

그리고 재개발과 뉴타운 개발 때문에 구할 수 있는 월세가 거의 없다.

부동산에는 온통 '재개발 전문'이라는 광고 문구 뿐이고 나온 물량은 대부분 재개발을 둘러싼

'매매' 물건 밖에 없다.

 

재개발은 최소 5년 있어야 시작이고, 이제 재개발 지구로 선정받으려고 노력하는 지역은 최소 10년이

걸린다는데도 집으로 돈벌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서 은평구 전체가 이 지랄인거다.

재개발에 뉴타운에 동네 하나 개발되니 그 주변이 사방으로 이 지랄인거다.

저 먼 땅의 원주민도 못되고 시골가서 농사지을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부동산에 관심도 없는

내가 참 '살 집이 이렇게도 없나?' 짜증나서 이 동네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동네를 5호선으로 바꿔서 화곡역으로 갔다.

여기는 조금 나아서 그나마 싸고 괜찮은 집이 있었다.

그나마 물량이 많으니 비교 분석이라도 하지. 아예 물량이 없는 것보단 낫다.

 

 

* 그런데 대한민국에 언제부터 이렇게 부동산이 많았던걸까? 지하철 출구로 나와 주위를 한 번

비~잉 둘러보면 대충 봐도 부동산이 한 눈에 대여섯 군데는 보인다. 길을 따라 걸으니 1분이 멀다

하고 부동산이 나온다. 나중엔 그냥 막 웃음이 나왔다.

 

나 : "목동 학원이 8층인가? 밤에 올라가서 보니 교회 십자가가 16개 보이던데..."

친구 : "이거 뭐 부동산이랑 승부가 안되겠는데...부동산 연합하면 조직력 전국 최강이겠다."

 

ㅋㅋㅋ...이거는 오늘 친구들이랑 나눈 이야기인데,

대한민국에 고기집이랑 부동산 중에 뭐가 더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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