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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가 사라진다

1.

새로 이사온 집, 같이 사는 친구는 처음 생긴 자기방을 제대로 꾸미고 싶은 마음에 이 것 저 것 산다. 택배가 올 때마다 빈 종이 박스가 쌓인다. 박스를 내놓고 장을 보러 나갔다. 10분만에 종이 박스가 모두 사라졌다.
아빠도 고물상에 자주 갔었다. 용돈 버는 재미에 폐지가 쌓이면 고물상에 갔다. 소리없이 빈 박스를 들고 사라진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섰고 사람들은 너도 나도 경제, 경제 외쳐대고 엄마는 매일 부동산 채널만 보고 있는데...세상이 코딱지 만큼도 이뻐보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

투표를 안하신지 몇 년 된다. 이 번 총선 때도 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매일 집에서 YTN을 보고 있자니 총선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기는데 정작 사람들은 총선에 크게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한나라당이 되나 민주당이 되나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이다. 경제결정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이미 대통령 한 명이나 특정 정당이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고 경제구조가 미치는 힘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이 참 건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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