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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7] 유럽인의 생활 3

대체 이 유럽 자전거 여행 기록은 언제적 이야기란 말인가?
이 기록은 일찍이 끝났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2년전 기록들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이 급해진다. 이젠 이 글을 마무리짓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 수기를 쓰기 위해 서둘러 유럽 수기를 끝내기로 결심을 한다. 과연 결심은 결실을 맺을 것인가?


관광, 여가 문화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는 관광이나 여가 문화에 관한 것이다.
유럽 여행 도중에 가장 많이 생각했던 주제 중에 하나였다.

1.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이 주제는 나날이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주제인데...
잘 먹고 잘 사는 게 관심사인 이 땅에서도 삶의 질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매일 같이 인터넷이나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에서 오타쿠나 히끼코모리를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었고, 유럽 여행의 에너지를 받는다면 다르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게 또 상당 부분 돈과 연결이 된다.
가령 나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었다. 근데 테니스 라켓이 꽤나 비싸다.
라켓을 산다 치자. 동네에 테니스장이 없다.
그나마 요즘은 아파트 땜시 테니스장이 많이 생겼는데 아파트 테니스장은 상당히 배타적이다.
쓸만한 테니스장을 찾으면 또 높은 사용료를 내야 한다. 결국 모든 게 돈으로 연결된다.
이런 식으로 또 포기하고 만다.

공간이 많지 않은 서울에서는 그나마 농구가 공간 대비 효율이 높은 운동이다.
3:3 농구는 전형적인 도시 스타일 운동이다.
농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이거라도 자주 하고 싶은데 30대를 넘어서면
농구를 함께할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아랫집에 자주 나갈 때는 사랑방이나
문화연대 사람들 꼬셔서 종종 했었는데 이즈음은 이마저도....
조만간 다시 농구모임을 부활시켜 보리라 생각 중이다.



2.

한국은 인구수에 비해 올림픽에서 매달을 많이 딴다. 어릴 때는 그게 겁나 자랑스러웠다.
월드컵 4강 때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어서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고,
자신은 한 번도 즐기지 못하면서 남이 메달따는 걸 뭐 그리 좋아할까하는 생각만 든다.
스포츠 강국이란 말 정말 듣기 지겹다.
늘 '개인기록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 거나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 식의 멘트는
짜증스럽다. 예전 시카고 불스에서 개망나니로 유명했던 로드맨이나 맨유의 잘난척쟁이 호날두 정도는
아니어도 나는 제 멋대로 사는 스포츠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다.
누구도 자기 이야기를 안하고 늘 대의를 떠든다. 가족을 위해, 팀을 위해, 학교를 위해, 국가를 위해...
대체 나를 위해서는 뭘 할건데??
스포츠 강국이란 말 재미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별로 없는 게 비극이다.

네덜란드나 독일 북부를 여행할 때 길가에 수많은 사라포바를 보며 마냥 기분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기분이 무척 좋기는 했다.-.-;;)
그 사라포바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한국형 미녀들은 삐쩍 곯은 인형같은데 유럽형 미녀들은 건강미가 넘친다. 물론 썬크림을 잘 안발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미, 주근깨가 좀 많은 것 같아 보였다.
캠핑장에 가면 여러 가지 부대 시설이 많은데 어른들과 꼬맹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서
또 익숙한 풍경이 떠올랐다. 아저씨들은 족구하고 아녀자들은 삼겹살을 굽는 한국의 피서 풍경을.
또 밤이면 밤마다 미친듯이 술을 푸며 운동이라고는 오로지 손목운동(고스톱) 만 하는 엠티를.

이런 게 한국식 여가다. 조금 의지를 갖고 운동을 해보려는 사람은 죄다 헬스나 스쿼시다.
역시 또 돈이 문제다.


3.

관광지에 대한 인상은 훨씬 강했다.
라인강을 따라 달리면 코블렌츠로 가는 길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 중 로렐라이 언덕이 가장 유명한데,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신의없는 연인에게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진 후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여 조난시키는 반인반조(半人半鳥)의 바다 요정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 코블렌츠. 모젤강과 라인강이 만나 멋진 풍경을 연출

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로렐라이 언덕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딴 데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인위적인 건축물이나 상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관광지의 운명은 어떠한가?
좋다는 절 입구에는 수많은 술집과 음식점이 파다하다. 계곡마다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꽃구경을 가면 닭꼬치 익는 냄새가 꽃향기를 집어 삼킨다.
온갖 숙박시설, 네온사인 찬란한 러브 모텔, 노래방, 식당, 게임방, 대형 마트 등등 정신이 없다.
멀리서보면 건물들에 가려 관광지는 초근접 전까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관광은 곧 개발을 의미한다. 물론 개발도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개발은 최소한으로 자제하는 게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연을 아름답게 하는 건 그 곳에서 일상을 가꾸며 살아온 사람들과의 조화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여전히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어 그 언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제주도 개발한다고 해녀들 죄다 사라지면 돈 주고 사람들 고용해서 관광지에 해녀 복장 입혀다가
풀어놓는 게 한국식 관광정책이다. (공익들 불쌍해.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 때는 수염 달고 꾸벅 꾸벅 조는 애들도 봤다.) 그나마 남은 곳들이라도 그냥 냅두길....그게 최고의 관광정책이다.

유럽이 아름다운 이유는 수 많은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사람이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
세느강 자체가 한강보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한강은 대도시를 흐르는 강 중에서 길이나 폭이 매우 큰 편이다.
문제는 풍경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결합이다.
한강 주변은 온통 강변도로와 아파트로 가득차 있다.
세느강 주변에는 고풍스런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세느강변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역사와 문화가 축적되지 않는 이상 한강에 졸라 멋있는 분수를 만들고 인공섬을 띄운다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 예쁜 집들이 많다. 집집마다 꽃도 참 많다. 여행 갈 때마다 꽃을 키워보자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데 집이 반지하라 별 의욕이 안 생긴다.


>> 라인강변을 따라 달리는 길. 로렐라이 언덕 근처



>> 라인강을 따라 가다가 길을 건너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다. 라인강변에는 다리가 거의 없는데 이것도 환경을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궁금했다.



>> 오래된 고성(古城)을 개조해서 유스호스텔로 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성에 오르는 유일한 수단은 리프트. 저 가는 외줄에 모든 걸 맡기고 대롱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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