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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늘 날로 먹는다.

1.

처음부터 광우병 쇠고기는 관심도 없었다. 쇠고기를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광우병 아니라도 이미 식품 안전에 대한 환상은 깨진지 오래. 요즘 세상에 내가 길러 먹지 않는 이상, 아니 설사 내가 길러 먹는다해도 식품 안전을 어디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지...배불리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는 서민 정서를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터라 그냥 그런가부다 했다. 이런 헝그리 정서가 발전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머리보다 몸이 더 정직하게, 늘 먼저 움직인다.

 

그,럼,에,도

내가 촛불집회에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보수의 천박함 때문이다.

광우병을 중심으로 대립이 생겼지만 사태가 발생하고 진화,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이 땅의 보수는 최소한의 예의와 상식도 갖추지 않은데다 무식하고 무지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래서 나는 흥분하고 또 촛불집회에 나간다.

 

2.

이 사회는 늘 보수에게 관대하고 결국 버티고 뻥치고 시간끌고 둘러대다보면 어느새 보수가 원하는대로 된다. 어제는 택시를 타고 오는데 택시기사가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두서없이 노무현도 씹고 이명박도 씹다가 갑자기 '민주당도 인제 국회 들어가야지. 언제까지 저 지랄을 할라고.'이런다.

그래...바뀐 거는 아무 것도 없고 그냥 장관 몇 바꾸는 시늉하고 되도 않는 추가협상 던져주고 시간 질질 끄니까사람들은 어느새 실증내고 짜증내고 ... 언론은 계속 촛불집회 관두라고 부채질하고 검찰은 조중동 광고 거부 운동은 언론 탄압이라 되도 않는 말을 씨부리고...이게 다 매번 이런다.

 

이런 꼬라지를 10년 넘게 보고 있지나 솔직히 사람에 대한 신뢰, 특히나 대중에 대한 신뢰는

별로 없고 저 거대했던 촛불의 물결은 대체 뭘 원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군중심리가 발동한 게 아니라면 진지하게 증명해야 할 것 아닌가!! 대체 여론이란 놈은 버티기만 하면 안정희구 심리로 돌아가버리니....

 

3.

최근 몇 달간 광우병 사태와 촛불집회의 향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 현상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스멀스멀 짜증이 밀려 온다. 그 짜증은 대부분 되도 않는 말을 지껄이는 보수를 향해 있다. 근데 그게 나에게도 내성화되어 이제 지레 포기하고 세상은 뭐 원래 그런건가부다 자포자기하는 심정까지 생겨난다.

 

먼저, 폭력성에 대한 이중잣대.

보수세력의 집회를 보자. 군복 입은 아저씨들이나 가스통 들고 위협하는 HID 대원들은 공포 그 자체다. 성조기 흔들며 울어대는 보수 기독교 광신도들이나 종로에서 정세분석에 여념이 없는 할아버지들은 언제나 막무가내다. 게다가 언제나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가공할 공권력. 폭력 시위, 폭력 시위 백날 떠들어봐야 폭력의 강도나 위용으로 보자면 죽었다 깨어나도 보수를 능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쪽은 늘 폭력이라는 굴레와 멍에를 들고 다닌다. 그나마 사람들이 현명해져 촛불시위가 도덕적으로 우월할 수 있었는데 그 약발도 다 떨어져가는지 보수 언론은 신나서 촛불이 변질되고 있다 그런다. 자꾸 그러면 사람들은 또 그냥

정말 그런가부다 한다.

 

둘째, 각종 자유에 대한 이중잣대.

촛불시위 반대 1인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늘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조롱을 당한다. 하긴...MBC, KBS가 친북좌파세력의 배후 조종을 받고 있다는 허접한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욕을 먹는 건 당연한데...더 짜증나는 건 그들이 토론에서 밀릴 때마다

'우리들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 엄연히 민주주의 사회인데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도망칠 구멍을 찾는다는 거다. 표현의 자유 좋다. 그런데 왜 약자들이 짓밟히고 있을 때는 그런 말을 안하나??

자기들이 한 번도 소수였던 적이 없으니 이런 상황 자체도 피곤하긴 하겠지만...이 땅을 50년 동안 지배해 온 우파가, 전쟁 경험 세대의 과거지향적 사고에 기대 살던 사람들이, 군대와 조직과 명령과 복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런 말을 하니까 조금 역겹다.

조중동이 언론의 자유를 말하고, 검찰이 언론탄압을 규탄하고, HID가 가스통들고 촛불집회를 력시위라고 욕하니...쓴 웃음만 나온다.


얼마 전에는 동생이 이런 말을 다 하더군.

'오빠, 요새는 뉴스가 제일 재밌어. 왜 이렇게 웃겨.'

 

셋째, 이명박을 바라보는 이중잣대.

사람들은 협상 과정이 불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제 그만하자고 말한다.

적어도 국제관제에 있어서만큼은 뿌리깊은 패배주의 앞에 할 말이 없다.

이 만큼 먹고 살면 달라지겠지 싶은데도 한 편으로는 그 놈의 경제적 욕심 때문에

존재 자체가 모순이다.

 

한겨레 생활광고를 보다가 '이 손으로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잘라버리고 싶습니다.'란 문구를 봤다.

자기 손목을 잘라서 피가 철철 흐르는 강풀 만화도 봤다.

이런 식의 자기 고백은 좀 짜증난다. 이명박에 대한 환상은 온전히 환상에 불과한가?? 어차피 그 욕심이 자기 것인 이상, 그게 일시적으로 이명박에 대한 분노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 있다 해도 본질적으로 쉽게 바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먹고 사는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욕구는 온전히 제 몫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르긴 뭘....그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며 촛불시위에 나왔다. 그래서 이젠 후회하지 않을까?

그 때는 자른 손을 다시 붙여야 하나? 그리고 그 자기 모순적인 욕망 때문에 이쯤하면 그만하고 경제나 살리자는 욕구가 피어오를 때쯤 보수 언론은 이제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난리 부르스를 출 것이다.

이명박이 대운하를 쉽게 포기 못하는 것은 사둔 땅이 아까워서 그렇다 치자. 그럼 뉴타운에 열광해서 한나라당을 압도적 다수로 만들어준 대다수 사람들은 뭐 그들과 욕망이 많이 다른가?

난 사실 정권 퇴진 구호 재미없다. 별로 동의하지도 않고. 이명박은 엄청 싫지만 그래서 뭐?? 이명박 물러나면 민주당 뽑아주나??

정치공학적인 해법으론 답이 없어 보인다. 힘으로 권력구도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지겹다.

 

그래서 그런지...

 

이명박 퇴진을 외치기 전에 먼저 숨통을 끊어놓아야 할 것은 ‘우리 안의 이명박

 

이라는 시사인의 어느 글귀가 마음을 싸하게 만든다.

저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그걸 못찾아서 촛불시위에 나가면 늘 정처없다.

우리 안의 이명박. 그게 늘 보수를 승리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시간만 흐르면, 참고 기다리면, 적당히 둘러대고 돌아가면, 온갖 흑색비방과 억지로 일관하면

결국엔 자기들이 늘 승리한다는 보수의 강력한 믿음.

 

그래서 보수는 늘 날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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