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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남편 노무현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들 많다.

진보진영의 배신자로 노무현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당연하고, 나 역시 그의 죽음이 그가 남긴 많은 과오와 맞바뀌는 것이 탐탁지는 않지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노무현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연민이 간다.

 

어제 언론에서 하루종일 떠들어대는 노무현 관련 영상을 보면서 가장(家長)으로서 그가 느꼈을 감정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 가부장적 발상 어쩌고 하는 비판이 예상되지만, 죽음을 생각하게 한 많은 부분이 가족애였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아내를 감싸안지 못한 비겁한 남편으로 자식들을 조사받게 만든 무능력한 아버지로 그가 느꼈을 비애감에 많이 공감을 했다.

 

그를 추모한다.

한때 진보진영의 아이콘이었던, 이 몹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그'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노무현을 추모한다.

 

 

무겁다. 어깨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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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와 정구지

판교에 사는 대학 동기 녀석이 경주에 내려와 같이 술한잔 했다.

한창 술을 먹다 녀석이 속이 좀 쓰렸는지 돼지국밥 한그릇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역시 돼지 국밥에는 부추를 듬뿍 넣어 먹는게 맛있다며 입맛을 다시는데...

 

내가 농담삼아 그랬다.

부추 보다는 돼지국밥에는 정구지가 최고라고..

 

그랬더니 서울 토박이인 녀석이 의외로 정구지가 뭔지 모른다. 대충 눈치 긁은 다른 일행들이 금방 한 사람 바보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구지는 지방 특산물이라 서울에는 아직 보급이 안되어서 잘 모를 거라고 얘기했더니 다른 후배가 한술 더 떠 정구지는 특용작물이라 북방한계선이 있어 충남 이북으로는 자라지 못해 그렇다는 둥, 정구지가 얼마나 비싼지 정구지 넣은 돼지 국밥은 한그릇에 만 팔천원쯤 한다고 허풍을 떨었댔다.

그랬더니  어리버리한 그 녀석이 도대체 정구지가 뭔지 식품영양학과 나온 와이프한테 물어봐야겠단다.

 

배꼽 빠지는 걸 억지로 참으며, 정구지의 효능에 대해 허풍을 떠는데

워낙 비싸고 귀한거라 잘 먹지 못하지만 한번 먹으면 홍삼보다 좋다는 둥, 매일 녹즙으로 갈아 먹으면 온갖 병이 다 낫는다는 둥, 어버이날인데 엄마에게 정구지 한단 사 드려야겠다는 후배의 말에 궁금함을 참지 못한 녀석이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에 울산에 사는 친구에게 결국 전화를 했다. 정구지가 도대체 뭐냐고 혹시 인삼이나 죽순 비슷한 거냐면서....

 

한참 전화통화를 하던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녀석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린 또 한 사람 바보 만들었다.

 

*주) 정구지는 부추의 경상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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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그리 오래는 아니지만 사회생활이란 걸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언제나  '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고된 노동에 지치는 것보다 더 빨리 '사람'에게 질려하고,

힘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 보다 더 힘 든 것은 언제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서, 거미줄 처럼 얽혀서 짜여지는 것이라서...

 

들줄과 날줄과 엮이는 것처럼 관계는 늘어가는 데 날카로운 실줄에 상채기를 입는 것처럼 그렇게 상처도 늘어간다.

 

관계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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