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해당되는 글 5건

  1. Blood of a Poet (2) 2008/08/06
  2. 긴 손가락의 詩 (6) 2008/05/05
  3. 입춘 (11) 2008/01/23
  4. 난 달팽이가 좋아 - 이승훈 (3) 2007/10/28
  5. 작별들 (7) 2007/10/06

Blood of a Poet

from 움직이는이미지 2008/08/06 11:37

장콕토 , Blood of a Poet Trailer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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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6 11:37 2008/08/06 11:37

긴 손가락의 詩

from 텍스트 2008/05/05 21:19
긴 손가락의 詩

진은영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
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
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
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
의 잎들이 피어난다


꺅 그래도 글쓰는건 정말 괴롭다규!
한달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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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5 21:19 2008/05/05 21:19

입춘

from 너에게독백 2008/01/23 02:16
입춘

-황인숙


바람이 쿵쿵거리며 몰려왔어.

숲은 발가락을 꼭 오므리고
어깨를 움츠렸어.
그녀의 엉성한 머리는
울창하게 나부꼈어.

바람은 흰 불꽃을 튕기며 보라쳤어.
어린 나무가 울 듯이 속삭였어.
못 견디겠어요.
흰 불꽃은 아랑곳않고
마른 나뭇가지를 핥았어.

포식한 바람은 제먹대로 쏘다니며 흥얼거렸어.
그는 고리지 않은 음정으로
이윽고는 인디언처럼 고함치며
숲을 누벼 돌았어.

그는 목이 쉬도록
돌고, 돌고, 돌고
이제는 눈을 감고 돌았어.

한 나무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어.
미쳤군.
옆의 나무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어.
미쳤군.
그 옆의 나무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어.

쿡쿡 누군가 웃기 시작했어.
쿡쿡쿡 누군가 따라서 웃기 시작했어.
쿡쿡쿡쿡 나무들은 몸을 비틀며
정신없이 웃어댔어.

내 마음 속에 나뭇잎새가
찰랑찰랑 차오르며
목젖을 간지렸어,





어제 누가 내다 버린 시집을 주웠다. 운좋게도 황인숙, 백석 시집이 있길래 챙겼다.
같이 살게 된 친구와 어떤 사람에게 읽어 주었다.

어떤 시는 눈으로 읽는거보다 소리내어 읽는게 좋은거 같다.


배고파 죽겠다.
독립라이프는 배고픈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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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02:16 2008/01/23 02:16
난 달팽이가 좋아 _ 이승훈


난 달팽이가 좋아
난 무우도 좋아
하얀 무우
버석버석 베어먹는
너의 입이 좋아
너의 코도 좋아
웃지 않는
너의 눈도 좋아
난 기차가 좋아
가을 기차는 더욱 좋아
난 철늦은 여행도 좋아
너하고 떠나면 더욱 좋아
난 룸펜이니까
난 알콜 중독자니까
난 너의 파아란 자켓이 좋아
난 저녁에 피곤한 네가
말없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좋아
해골같은 인생도
그 때는 따뜻해
한 번 타면 다시는
내릴 수 없는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좋아
난 가을 닭장 앞에
머리를 숙이고
모이를 주는
네가 좋아
난 가을 바닷가에
모자를 쓰고
갈매기 밥을 주는
네가 좋아
난 달팽이가 좋아
그런데 달팽이는 밤에
어떻게 사랑을 할까?



아침에 월요일인줄 알고, 깜짝 놀라 이번주 까지 쓰기로 한 성명서는 어쩌나 하고 두근두근 하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정신이 번쩍나서 왠일로 아침 부터 그리 쓰기 싫던 글을 쓰고 있다.
가... 역시나 딴길로 새서 놀다보니,
이 귀여운 시가 나를 찾아오네.
뱅뱅돌던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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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9:44 2007/10/28 09:44

작별들

from 텍스트 2007/10/06 00:57
 

                                                   파블로 네루다

안녕, 안녕, 한 곳에게 또는 다른 곳에게,
모든 입에게, 모든 슬픔에게,
무례한 달에게, 날들로 구불구불 이어지다가
사라지는 주(週)들에게,
이 목소리와 적자색으로 물든
저 목소리에 안녕, 늘 쓰는
침대와 접시에게 안녕,
모든 작별들의 어슴푸레한 무대에게,
그 희미함의 일부인 의자에게,
내 구두가 만든 길에게,


나는 나를 펼친다, 의문의 여지없이;
나는 전 생애를 숙고한다.
달라진 피부, 램프들, 그리고 증오들을,
그건 내가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규칙이나 변덕에 의해서가 아니고
일련의 반작용하고도 다르다;
새로운 여행은 매번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장소를, 모든 장소들을 즐겼다.


그리고,도착하자 또 즉시
새로 생긴 다감함으로 작별을 고했다
마치 빵이 날개를 펴 갑자기
식탁의 세계에서 달아나듯이.
그리하여 나는 모든 언어들을 뒤에 남겼고,
오래된 문처럼 작별을 되풀이했으며,
영화관과 이유들과 무덤들을 바꾸었고,
어떤 다른 곳으로 가려고 모든 곳을 떠났다;
나는 존재하기를 계속했고, 그리고 항상
기쁨으로 반쯤 황폐해 있었다,
슬픔들 속의 신랑,
어떻게 언제인지도 모르는 채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고, 돌아가지 않은.


돌아가는 사람은 떠난 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닌 나는 내 삶을 밟고 되밟았으며,
옷과 행성을 바꾸고,
점점 동행에 익숙해지고,
유배의 큰 회오리바람에,
종소리의 크나큰 고독에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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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6 00:57 2007/10/06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