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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국이의 글

보통 편집작업을 할때면 신문을 보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노상 앉아있다보니 포털사이트의 낚시질에 걸려 가쉽기사들은 읽는데

신문은 왠지 그것을 들여다보고 읽는 게 일처럼 여겨진다.

아예 맘먹고 쉬어야지 할때가 아니면 말이다.

그러다보니 몇달 편집을 하는 사이 굉장히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밥을 먹고 바로 컴앞에 앉다보니 위나 장이 편칠 않아

서서 신문이나 봐야지 했다.

주욱....휘리릭...별로 눈길을 잡는 기사가 없었는데

뜻밖에도 한겨레신문 '왜냐면' 지문에 아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엇! 은국이네.

 

은국이는 지금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중인 친구다.

 

다음은 은국이가 쓴 글.

 

'눈보라처럼 진실이 몰아치다' 의 마지막 단락에서 '지금의 내 생활이 어쩐지 모조품 같고 그 바깥의 위험으로 가득찬 진실이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는 말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갇힌 제 처지가 투영되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나는 좀더 진실에 다가서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신념과 양심을 뒤로하고 군사훈련을 받았다면 제 삶과 인생이 여전히 '모조품' 같다고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감옥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이 비일상적인 곳이고 아나키스트에게는 지옥과 같은 국가권력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모조품과 같은 평온하고 안전한 삶을 거부하고 위험으로 가득 찬 진실의 공간인 '바깥'에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잖아요. 허상의 매트릭스 세계는 화려하고 안락합니다. 하지만 진실의 공간인 우주선 속은 누추하고 삭막한 세계이죠.

 

저에게 감옥은 진실의 세계입니다. 무덤과도 같은 감옥에서 오히려 '살아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하지만 신념과 양심이 없는 삶은 모조품일 뿐이겠죠. 제가 이 진실의 세계를 선택한 것에 대해 오늘은 안도감이 듭니다.

 

 

짧은 순간의 평온을 위해, 안락함을 위해

모조품과 같은 현실에 타협하는 일.....살다보면 많이 겪게 된다.

그리고 진실의 세계에 조금씩 무디어져 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은국은 서경식 선생님의 '디아스포라의 눈 - 눈보라처럼 진실이 몰아치다'를 보고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고 했는데, 난 은국의 글을 읽고나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감옥안에서 자유로운 은국이 상처받거나 병들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은 했었는데

은국의 그런 결정이 좀 더 진실한 삶에 맞닥뜨리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난 과연 이해하고 있었을까?

 

은국이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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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좋은 환경이란...

태수는 올해 3월부터 구립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자리가 없어 들어가기가 힘든 구립어린이집,

그나마 우리는 운이 좋게도 대기신청한지 몇달 안되어 등원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을 보낸 첫달은 아침마다 울며불며 엄마, 아빠를 찾는 아이를 떼어놓고 뒤돌아서는게

참 힘들고도 괴로웠다.

이렇게까지 해야되는건가, 아이랑 같이 놀아버릴까?......

 

하지만 어느새 아이도, 부모도 적응을 해 아이는 당연히 가야할 곳인양

가방을 메고, 이불가방을 질질 끌며, 가끔은 총총히 뛰어서 자신의 교실로 들어가고

부모는 일을 이유로 조금씩조금씩 어린이집에 맡기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참 감사했었다.

아이를 나 대신 돌봐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태수같은 아이를 열명씩이나 함께 돌보는 두명의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그 새 욕심이 생긴걸까?

점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가 하루종일 생활하는 교실이 너무 좁은 것 같았다. 

열명의 아이가 누우면 빼곡히 찰 것 같은 교실, 한창 아이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놀때인데

태수가 뛰어다니고 올라다니다 친구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서 위험하다고, 그래서 많이 주의를 시키고 있다고 선생님이 이야기했을때 별난 우리 아이때문에 선생님도 친구들도 고생하는구나 싶어 미안한 맘이 들었었다.

 

그리고 아직 어리다고, 바깥은 위험하다고, 선생님 두분이 감당하기엔 아직 무리라고

거의 바깥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만 있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었다.

혹여나 오늘 데리고 나갈꺼에요 하면 워낙 뛰어다니기 좋아하고 조심성 없는 태수를 선생님이 통제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데리러가면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가 튀어나오듯 교실을 튀어나와 마구 달리는 아이를 보면서

아...좀더 자유롭게 자연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곳에서 아이가 자랐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햇볕도 많이 들지 않는 좁은 교실에 아이를 가두어 두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좀 더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까?

그러던 중 알게된 공동육아

 

일단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는

공동육아의 환경은 분명 구립어린이집보다는 훨씬 좋다.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매일 바깥에 나가 노는 것도 좋았고,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속에서 많이 뛰어놀아야한다는 철학도 맘에 든다.

그리고 구립보다는 분명 선생님 한사람이 돌보는 아이들의 수가 현저히 적고

돌봄노동에 치일 수 밖에 없는 선생님들을 배려하는 노동조건도 좋다.

부모들이 그냥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키운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위해서는 구립보다 두배정도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겐 정말 부담이다.

이것을 부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해야한다면, 돈에 좀 더 매달려야 한다면,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자라며 맞이하게 되는 이런 수없는 판단의 기로

도망갈수도 없고, 유예할수도 없는 고민들....

우유부단 메이에게는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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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작업하다가....작품 강추

'자막 한방에'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주일도 안남은 제13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해외작품들에 한글자막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중이다.

 

작년에도 다른 사람들은 자막 한방에라는 프로그램을 썼는데

난 낯선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것이 오래걸리는 편이라

익숙한 프리미어를 택해 자막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열라 단순노동이지만 정말정말 오래 걸렸던 뼈아픈 기억이 있어서

올해는 기필코 이 프로그램을 배워야지 했다.

 

네이버에서 찾아봐도,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깔아주고 가르쳐준 사람도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이라 어려울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걸로 처음 작업하던 날....난 키보드를 엎었다.

성질 같아선 컴퓨터를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그 짧은 사이 난 뒷감당 생각을 했나보다.

죄없는 키보드만^^;;

 

그리고 이튿날, 나름 이것저것 뒤져가며 자막한방에를 연구했다.

ㅋㅋㅋ 몇시간 후....난 나름 달인이 되었다.(내가 만족할 수준의) 음하하하

물론 52분짜리 작품에 자막 넣는데 약 10시간 정도가 걸리긴 했지만...;;;

 

그런데 이 이야기가 본론 아니다.

본론은 자막을 넣게 된 작품의 이야기.... last firebrands.

진보넷 블러거들에게 강추하고싶다.

 

마지막 횃불 중에서

 

처음엔 우와 촬영이 정말 끝내주네 하며 봤다.

쇠락한 공단지대의 풍경을 참 잘 담아냈네.

 

포르토마르게라....

아름다운 바닷가에 이렇게도 몹쓸 화학공단을 세웠었구나.

자본이 이용할대로 이용하고 대거 떠나버린 공단의 풍경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자본가들은 유독한 화학물질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며 아름다운 베니스와 노동자들을

유린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과거엔 자신의 작업환경, 노동시간, 임금을 위해 싸웠고

이제는 환경문제를 갖고 싸운다.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노래....

 

어느날 포르토 마르게라에서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네

 

3개월 전과 같은 사람들이었어

3개월 전에 그들은 더 나은 임금을 원했고

 

이번에는 평화를 원했지

어제와 똑같이 강력하게

 

왜냐하면 모두에게 평화란

“전쟁도 없고 사장도 없는 것”이었으니까

 

사람들을 옥죄고 죽음으로 내몬 그 사장들...

텍사스에서, 로데지아에서, 콩고와 베트남에서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파업에 참여한 동지들은

 

참으로 참혹한 전쟁이라고 얘기했지

이것이 자본가들을 없애기 위한

 

마지막 전쟁이 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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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지 말것....

지난주부터인가보다.

머리속에서 생각이 맴을 돌고

입속에서 말이 나올듯 나올듯 안나오는게.....답답하다.

 

한동안 불질을 못해서인지

이곳에 글을 쓰기가 영 뻑뻑하게 느껴지지만.....

뭐 여기말고 글을 쓰는데는 한군데도 없지만 말이다.

 

늘 거리두고, 우아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다는 태도, 또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를 철저하게 방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약간의 생각정리가 필요하다.

 

물론 너무 오래 주저하는 것은 쓰지 않는 것만 못할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고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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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먼지를 털며...

두달이 넘게 포스팅을 한번도 안했구나.

뭐하며 지냈지?

 

2주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방송을 만드느라 작은 전쟁을 계속 치뤄댔고,

2주마다 울산에 내려가느라 아침기차타고 내려가 밤기차 타고 오는 긴긴하루를 보내기도 했고,

반짝이고 활기 넘치는 촛불집회에 너무나 얌전한 참석자로 아이데리고 두번정도 나간적도 있다.

 

이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순간순간 많이 하기도 했고,

내가 정말 내 의지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의심을 하게된 시간이기도 했다.

 

모처럼 세미나 모임에 참석하여 그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신기해하고 있으며

유난히 참석해야할 회의가 많은 시기이기도 했는데 난 여전히 내 목소리를 내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내가 일에 치여 다른 것은 별로 생각도 못하고 지내는동안

아이는 주로 아빠와 시간을 보냈고,

돌이 지난 이후 정말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걸 느낀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아파트 앞 마당과 놀이터, 학교 운동장, 그리고 촛불집회장 광화문 거리를 데리고 다녔다.

처음 자신의 두 발로 아파트 복도를 나섰던 아이의 흥분되고 기쁨에 찬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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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딩이 되다^^

지지난 주 일요일,

태수 태어난 지 꼭 일년째 되는날.....

우리는 며칠전부터 태수에게 "돌딩! 어서 자야지~" "돌딩! 이제 숟가락 쥐고 밥먹어볼까?"

돌딩이 되었다고 나름 주입을 하며 생일을 알리고 있었다.

 

벌써 일년이 지난것인가?

언제 올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간,

막상 맞이하니 생각보다 담담했지만 그 사이 겪었던 감정의 격랑들에 많이 단련되고 성장한 것이리라.

 

그 사이 태수는

......

정말 많이 컸다.

이제는 정말 친구같다.ㅋ

 

그 변화의 나열과 그에 대한 기쁨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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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삐익삐익삑삑삑 삐익삐익삑삑삑"

 

사무실 옆 가게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들리는 소리....

 

"어? 아줌마 뭐 고장났어요? 이게 무슨 소리래요?"

 

"으응...저기 상자 안에 봐요."

 

"흐미....아니 이 조그마한 것이 이렇게 우렁찬 목소리를 낸단 말이에요. 이야~ 너 정말 대단하구나?"

 

상자 속안엔 노오란 병아리가 열심히 울고 있다.

정말 씩씩한 울음소리....

이렇게 파는 병아리들은 병들었고, 조금 있으면 죽는다는데....기세로 봐서는 절대 그럴것 같지가 않다.

씩씩하게 자라라~~

 

"흐흐...지금은 모르지. 좀 있어봐. 이맘때 되면 꼭 사온다니까. 난 봄이 온 걸 아들이 병아리 사들고 오는 걸로 안다니까...하하하"

 

하하하....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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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사니?

지난 일요일 일이다.

모임이 있어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나갔다.

예상보다 조금 길어진 회의.....남편의 문자가 도착한다. "언제와요?"

바쁜 지난 한후 나는 일에 치여 허덕대고 있는 시간동안 남편은 아이와 함께했다.

새벽에 일찍 나가는 남편은 늘 잠이 부족한 상태.....내가 출근하는 3일은 그렇다쳐도 나머지 날까지

아이를 보느라 낮에 잠을 못자면 좀 힘들어한다.

아이 낳고서 그나마 많이 익숙해지긴 했어도 내가 바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남편 얼굴도 덩달아 헬쓱해진다.

 

그.런.데

회의가 끝날 무렵, 여러가지 이유로 뒤풀이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두 정말 오랜만에 뒤풀이를 가고 싶었다.

"아, 나두 뒤풀이 가서 술 한번 찐하게 먹고싶다. 정말..."

그러자 곁에서 그 말을 들은 한 언니가 바로 하는 말

"왜 그러고 살아요? 아무리 그래도 한달에 몇번은 술도 마시고,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야지. 그러고 어떻게 힘들어서 살아?"

 

저녁이라도 잠깐 먹고가라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종종걸음을 걸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그 언니가 했던 말 "왜 그러고 살아요?"란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정말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거지?

 

임신과 출산, 육아 근 2년동안 맘놓고 사람들과 어울려 술한번 먹어보지 못하고

(물론 그 상황을 이해하는 가까운 사람들은 주로 우리집에 와서 밤새 놀기도 했지만...^^;

  그래도 난 예전처럼 질펀하게, 모든것을 잊고 놀 수는 없단 말이지)

사람들과 저녁약속조차 잡아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회의나 모임이 길어져 귀가시간이 늦춰지면 마음이 바빠지고, 종종거리며 집으로 향해야한다.

지금보다 태수가 젖을 자주 먹을 때는 밖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이유식을 하는 요즘은 그 시간을 많이 벌어지게 할 수 있긴 하지만

아이아빠와 교대로 아이를 돌보다 보니 예전 슈아님 표현대로 어느시간이 되면 땡하고 돌아가야하는

신데렐라 처지다.

그 좋아하던 등산도, 여행도 잠시 보류상태....

 

집에 거의 가까워 올 무렵,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어디에요?"

묻는 남편의 목소리도 좀 화가 나있는 듯 하지만 그 배경으로 들리는 태수의 큰 울음소리....

다른 때 같으면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며 애를 태웠을 것 같은데

오늘은 좀 화가 났다. 남편의 화도 이해가 되고, 아이의 울음은 마음 아프지만

나름 뒤풀이도 안하고 최선을 다해 빨리 가고 있는 나를 너무도 몰라주는구나 싶어 억울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시간에 내가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아이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와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걸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밤중수유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일찌감치 끊어야한다고 많이 들었던 밤중수유였지만, 난 아직도 못끊고 있다.

처음엔 아이에게 좋을 수 있다는 말에 그랬고, 지금은 아이를 울리며 며칠간 씨름을 하는게 엄두가 안나서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 아이가 저절로 원하지 않는 순간이 올것이라 기대하며.... 

아직도 새벽에 세네차례 깨서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것은 몸도 피곤하지만

나말도 다른 사람이 돌볼때 무척이나 고생을 한다는 게 문제다.

젖을 먹어야 자는 아이를 다른 사람이 재우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든 일....

그래서 밤새 일할 때 사무실에서 아이를 재우며 일한적도 있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는 두돌 지나서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전까지 아빠 말고 돌볼 수 있는 스페어 보모^^를 구해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공동육아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아직 머리속 생각 뿐이다.

 

아이가 한살이 되어가는 동안

아이 돌보기도 처음보다 많이 수월해졌고,

아이 낳고 못하던 일들도 이제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동안 예전처럼 할 수 없는 일도 많을 것 같다.

 

그동안 나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자.

매 순간 충실할 것

먼저 체념하지 말것, 해볼 수 있는데까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다해볼 것.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할 것.

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것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는 유령에 사로잡히지 말것.......

 

또 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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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의 한풀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꽤 바빴다.

그 바쁜 순간에는 블로그에 쏟아내고 싶은 말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고작 하루 지나고 나니 시들시들^^;

 

월요일

대본 내용을 주기로 한 사람이 정오무렵에야 주다. 원래는 토요일 저녁때쯤 주기로 약속....

수요일 녹화인데 어쩌란말인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출근해 부랴부랴 대본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영 쉽지가 않다.

집에 돌아와 아이 목욕 시키고 재우고(나도 같이 두시간정도 자고) 다음날 아침에 대본을 대강 마치다.

 

화요일

아침10시부터 촬영....대본 쓰느라 30분 늦추고 나가 점심때까지 찍다.

덕분에 아이는 아침부터 아빠와 함께^^

촬영을 마치고 사무실로 가서 회의를 하고 대본 토론을 하다가 저녁 9시무렵 귀가....

대본이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 내일 녹화인데 출연자들이 대본을 미리 받아봐야하는데....

지난번에도 출연자들로부터 원성이 있었던 터....이번엔 절대 늦지 말아야지 했는데.....

 

아이가 안자고 있다. 아빠는 마지막 타임 정리를 위해 나가고 아이를 재우려고 누웠는데

피곤한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쌩쌩하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방안을 돌아다니며 논다.

한시간이 정말 소중한 순간인데.....이상스레 아이와 있는 순간엔 그런 긴장이 사라져버린다.

빨리 자주기를 기다리면서도 아이가 놀다가 지쳐서 올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어쩌면 나는 그 순간을, 일때문에 들들 속을 볶다가도 아이로 인해 허용된 이완의 시간을 나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쁜 일과 마치고 돌아오면 아이는 소리내어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참 행복한 순간이다.

아이는 잘놀고 있었는데도 그때부터는 옷갈아입을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을라치면 서럽게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그런 아이가 안쓰러워 가끔은 아이를 안고 손만 대강 씻고 젖을 물린다.

아이도 이 순간을 기다렸지만, 나도 그 순간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해진다.

 

수요일

아침 여섯시쯤에야 모든 출연자들에게 대본을 보내고, 나는 좀 더 수정을 한 뒤

10시까지 녹화장으로 갔다. 역시 아이는 아침 일찍 아빠와 함께^^;

눈도 뻑뻑하고 머리도 맑지가 않다. 커피를 들이부으며 택시를 타고 녹화장으로.....

대본의 기초내용을 주었던 교수는 자신이 늦게 준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듯 대본이 너무 늦었다며

질책이다.

대본내용에 대해 출연자들과 공유하고나니 녹화시간인 11시를 훌쩍 넘겨 12시에 다가가 있다.

아무소리도 안하고 기다리는 스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런데....30여분만에 녹화를 끝낸 지난번과 달리 NG가 많이 난다.

거의 1시무렵에야 끝이 났다.

 

결과물이 영 마음에 안든다.

출연자들도 기분이 그닥 안좋아 보인다.

스탭들에게도 미안하다.

 

아이를 낳고난 후 다시 시작한 일.....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난 일과 관계된 사람들에게 계속 미안해해야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시간에 쫒기게 해서 미안하고....

잠못자게해서 미안하고....

대본을 늦게 줘서 미안하고....

아이로 인해 배려받아야 하는 상황들이 미안하고....

 

피말리게 했던 녹화였건만 끝나고나서도 개운함은 커녕 자괴감만 잔뜩......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가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 애써 참았다.

사무실 들렀다 집에오니 저녁 여섯시 무렵.....

아이 저녁 먹이고, 씻기고, 함께 누웠다.

지난 2주의 패턴도 비슷했던 터라 아이랑 논 기억보다는 아이를 주로 재우기만 했던 것 같다.

괜히 아이에게 미안하다.

 

목요일 밤새 편집을 하고(집컴퓨터가 말썽이라 새벽에 사무실에 나가 마저 작업을 했다)

아침무렵에 들어와 잠을 깬 아이 옆에서 두시간 정도 정신없이 잤다.

그 사이 아이는 열심히 내 얼굴 위를, 가슴위를, 배위를 넘어다니며 놀았고, 가끔씩 머리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며, 얼굴을 퍽퍽 때리며 깨우기를 시도했다.

 

감자를 삶아 아이의 아침을 아빠에게 맡기고

(바쁜 동안 아이가 홀쭉해졌다. 이유식이 영 시원찮았다)

사무실로 다시 나가 마저 일을 마치고 또 종편시간보다 삼십분 늦게 갔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난 점심 대신 삼각김밥을 들고서....

 

그리고

두시간여만에 끝이났다.

정말 지나갈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끝이 났다.

하지만 녹화를 마쳤을 때처럼 개운함이 없다.

예전엔 작업 마치고 나면 성과가 내맘에 쏙 들지 않아도 후련함, 속시원함 이런게 있었는데 요즘은

난 왜 매일 이런식으로 작업을 해야하나, 왜 이렇게밖에 못하나 하는 비참함이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끼치지 말고 일을 그만두자,

나도 그만두고 싶은게 아닐까?

그만두고 놀다보면 다시 일을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 때 다시 일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일을 그만두어야겠다고, 또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참 여러번 했다.

아이 낳고서 2개월만에 다시 시작한 일,

내 조건이 옛날같지도 않고, 여러가지 제약도 있는 상황에서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세상 엄마들이 다 그렇겠지, 나는 그나마 조건이 좋은거야 하며 나를 다독이기도 여러번.....

정말로 잘 모르겠다. 어떤 것이 정말 내가 행복한 결정이지....

 

암튼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저녁무렵.....

아이와 오랜만에 저녁시간을 함께 한다.

집이 엉망이다. 부엌에는 태수가 싱크대에서 빼놓은 살림들이 널부러져 있고

거실에는 책장에서 빼놓은 책들과 장난감이 그득....발 디딜틈이 별로 없다.

싱크대에는 그 사이 밀린 설거지가 한가득.....

당장 다 치우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하여 그냥 아이 재우다 함께 잠이 들었다.

 

한풀이를 하듯 그동안의 일을 썼지만,

쓰고보니 뭐 그리 대단해보이지도, 어려워보이지도 않는다.

아이키우며 일하는 엄마들이 얼마나 더 힘든 상황에, 어려운 상황에 놓일지.....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건,

쉬고싶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잠시 일을 하지 않고 좀 놀아봤으면 하는거....

그러면 고갈되었던 상상력도, 마음의 여유도, 감수성도 좀 돌아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아이 낳고 난후 누구나 한번쯤 갖게되는, 이러다 그냥 지나가는 그런 생각일까?

 

휴우~~끝났다. 하루지나니 어제의 감정이 어제같지 않다. ㅋㅋ

하지만 풀리지 않는 나의 의문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한다.

내일은 아이를 데리고 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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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의 취미

1. 싱크대 및 각종 수납장 순례2. 박스안에서 넘어뜨리기(삼면이 방석인 이유)3. 프린터 괴롭히기 아니 고치기^^4. 세상 모든 낯선것은 입으로....

5. 현관 바닥 손과 엉덩이로 직접 청소하기

6. 여행가기 ( ㅋㅋ 엄마 주입교육중...같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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