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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2
    베이스, 그것이 사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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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1/16
    남편과 나의 관계가꾸기 프로젝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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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7/01/15
    love is matter of timin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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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01/13
    윌리암 버드(William Byr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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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7/01/07
    새로운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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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7/01/04
    멋진,,,,, 남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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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6/12/01
    어언 일 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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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6/10/15
    사진 육만칠천사백원 어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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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6/10/07
    추석 전야 케이블 시청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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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6/10/04
    공주놀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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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그것이 사랑

규민이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을 조만간 그만두게 되어, 당분간 인기 인사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대기 중. (회사든 뭐든 그만 둘 때도 이런 적은 없었지. 정작 내가 당사자일 때는 어정쩡한 관계, 어정쩡한 끝맺음인데, 애가 당사자가 되니까 쌍방 친한 척 하기 편하다. 서운해, 아쉬워, 가지마, 가기 싫어, 보고싶어 어떡해.....가 쏟아진다. )  그거 한 바퀴 돌자치니 수첩에 스케줄이 빡빡하다.

그래서 서둘러 스타트를 끊었다. 엊그제 토요일, 엄마둘이 백세주를 놓고 마주 앉았다.

 

 

하여 진탕 벌어진 수다 판.

애엄마들의 수다는 일단 무궁무진 이어진다는 특성.

각자 뒷통수에 무얼 담고 있는지를 까끌까끌하게 느끼지 않아도 통 크게 돌아간다는 특성.

 

역시 애가 중심이 되어주어 그런가보다.

나를 중심으로 얘기했을 때는..... 어디 그랬나.... 대화는 뚝뚝 끊기기 일쑤였어.

그래도 내 뒷통수에 무얼 담고 있는지 들키지 않아서  뚝뚝 끊기는 대화가 더 좋았다. 아니, 대화를 아예 갖지 않았지.

 

그 엄마와 나는 서로 애 키운 역사를 일단 꿰었다.

그리고 애 키우기 일반론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이런 애, 저런 애, 이런 케이스, 저런 케이스를 얘기하다보니, 어느덧 상통하는 진리가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feeling secure,  사랑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모두 벼라별 어려움을 겪는다.

식사습관, 간식습관, 배변습관, 관계맺기,언어,학습,사회성,....  모두 걱정 한가지씩은 다 하고 있다.

 

 

아이가 이런 어려움을 갖고 있을 때...

 

음... 이것은 말과 글이 다르다.

윗 글을 다시 보면,

'아이가 이런 어려움을 갖고 있을 때'...

평이하고 평이한 문장이다.

그 어떤 뒷말, 부연이 따르지 않는, 따를 필요가 없는.

 

그런데, 현실에서는 막상 그런 문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를 말 할 때,

보통은,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 하는 아이...' 혹은 '사회 적응이 안되는 아이', '예민한 아이'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아이가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 하는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라거나,

'아이가 사회적응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라고 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문제를 보지 않고, 아이를 본다.

아이의 문제를 보지않고, 문제아를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른들은 문제를 고쳐보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고쳐보려고 한다.

 

어린이집에 얼마전까지 논쟁의 중심이었던 한 남자아이(만 네살)가 있었다.

걜 두고 뒷얘기도 많았고, 앞얘기도 많았었는데, 어른들은 한참 쿵덕쿵덕 어쩌구 저쩌구 뒷얘기 앞얘기 하는 동안,  아이는 어느새 의젓이가 되어있었다.

매일 자정을 넘겨 퇴근하고, 주말이면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낚시와 축구를 다녔던 아빠가 변한 것이었다.

때로는 동화책 아홉권을 읽어주었다고 했다.

(동화책 읽기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 아시는 분은 안다. 세 권만 읽어도 지친다.)

 

사실 부모가 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부모는 변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변하라고 하는 일......

 

아이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병에 걸리면 낫게한다고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잘 자라지 못 하면 어려움을 겪고, 그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이것저것 문제거리다.

아이가 잘 자라려면 바로 사랑을 먹고 살아야하는 것이다.

자신이 듬뿍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feeling secure.

(요즘에는 애를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없다는 식의 평이 많지만, 그것은 죄다 사랑이 아닌 듯.

돈으로 대신 때우거나(나도 그런거 가끔하는데, 늦게 퇴근한 날이 많은 주말에 장난감 하나를 큰 거 사준다든지, 몸이 피곤한 날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여놓는다든지...), 컨디션 좋은 날 무지 잘 받아주었다가 컨디션 나쁜 날엔 내가 짜증을 낸다든가, 식의 왔다갔다...)

 

이것이 바로 성장의 베이스라는 생각.

이것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그야말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한 경우, 문제는 어른이 되어도 계속 드러난다. 나의 경우가 그럴테고, 당신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따뜻하게 성장의 베이스를 깔아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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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의 관계가꾸기 프로젝트

새해 우선 프로젝트로 관계가꾸기를 만장일치 택함

 

규칙 1. 논리에 맞고 그름 보다 상대의 감정 배려를 우선한다.

규칙 2. 논의의 진행 중에도 언제든지 감정이 상하면, "타임"을 외치고, "나 좀 기분 상한것 같아." 고백한다.

규칙 3. 위의 경우, 무조건 논의를 중단하고, 그 사람의 감정 회복에 집중한다.

규칙 4. 내 머리 속에 나의 논리 보다 상대가 들어올 여유를 먼저 확보한다.

 

어때? 훌륭하지?

결혼 9년차(꺄악)의 부부 관계, 더 이상 위험하다는 진단으로, 2007년은 관계가꾸기 해로 잡았음.

일단 여기까지 만장일치 합의했다는 데 뿌듯뿌듯하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 쪽팔리지 않으면 가끔 보고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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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matter of timing

이라 붙여놓은 유영의 글이 가슴 절절하다.

 

글의 내용은 사실 가슴 절절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담담, 평안, 소탈인데, 

그 제목을 달기까지, 사랑을 가지고 뒤흔들고 흔들리고 잡아채고 채이며 내달렸던 그녀의 연애사가 만져지면서, 새삼..... 오래된 기억에 가슴이 절절하다.

 

 

그런데, 나는 그렇다,  유영의 기억에는 가슴이 절절한데, 정작 내 과거사에는 그닥 가슴 절절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나의 나름대로 정리가 있다;  "모든 연애는 자기애더라,"라고......

 

결국 내가 한 사랑은 내 그릇 안에서 물튀기기 정도 밖에 되지 못했다는,  내 그릇이 작고 넉넉하지 못하다는 사적 고백이겠지만, 씨실날실 한 올 한 올이 어떻게 끼워졌는지 그 내막을 알고 있는 내 연애사에 관한 한, 아무튼 그것은...... 후에 되돌아봤을 때 가슴 절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이런 생각 와중에, 나는 아래의 글을 만났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에 있는 글이라는데, 아직 그 책을 읽지는 못함(빌려주기로 한 사람 잊지않고 빌려주기 바람 ).

 

 

가부장제 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 중의 하나는, 남성이 여성의 친밀성 능력과 감정 노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남자 ―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남자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성과 사랑의 주체는 남성이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여성이 한다. 여성이 노동을 그만두는 순간, 대부분의 관계도 끝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배려, 보살핌, 사랑의 생산을 위해 별다른 노동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성별 분업인데, 남성들은 주로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사적'인 영역이라고 간주되는 가족이나 연애 관계에서 관계성을 경시 혹은 부정함으로써 여성의 육체 노동, 감정 노동, 정신 노동에 무임승차한다. 관계에서 남성의 '과묵함'이나 모든 면에서 감정적이지 않으려는 심리는 이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연애를 하고 있는, 혹은 연애를 하였다는 여자들/남자들에게서 당신이 사랑한 것은 정말 무엇이(었)냐고 묻고 싶었다.  <클로져>에서 내가 나딸리 포트만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보냈던 것은,  그녀만이 인간 연애의 한계인 '자기애'를 벗어난,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인간이고 그녀는 사랑을 가르쳐주려온 천사라고 묘사하였었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후에 생각해 볼수록 그녀 역시 '자기애'를 한 것이었다. 다만 그녀는 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에 대해. 자신에 대해. 

결코 그녀가 한 것이 '사랑'은 아니었다.

 

 

사랑은 무엇일까.

'올 유 니드 이즈 러브'라고 했던 존은 사랑을 알고 죽었을까.

'쉬 게이브 미 모어, 쉬 게이브 미 올.... 알러뷰'라고 했던 폴은 분명 사랑을 모르는 게 틀림없다.

 

 

사랑은, 슈타이너(라고 발도르프 교육을 처음 만든 인지학자이다.....)가 제시한 문장에 의하면, 인류의 다음 진화해야할 방향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지금껏 사랑이라하는 것이 건네주는 느낌으로는 참으로 믿지 못할 하나마나한 허접한 소리인 것이다. 그러나 어디 사랑이란 게 그런 것인가. 인류의 진화 운운.....이 그런 것인가.

 

나는 슈타이너 종교를 막 영접한 상태로 슈타이너가 한 말이라면 일단 감동부터 먹고 보는 상황이라, 그의 이 말로 인해 (이 말은, 역시 굉장히 감동적이었던 닷새짜리 강의 중에 나왔던 한 문장으로서, 그 강의 전체가 무지하게 감동적이어서 강의 전체에 대한 리뷰를 해야 그나마 이 문장으로 전달받은 내 감동의 깊이를 전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사랑'을 생각하고 있다. 요즘.

 

인류가 다음 진화해야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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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암 버드(William Byrd)

우리집에 저 사람의 씨디가 생기게 된 것은 어언 칠팔년전 일로, 어떻게 우리집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 경위는 기억나지 않지만, 原주인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지금 그 육신은 독일에 묶여 철학인지 무언지를 공부하고 있고 그 영혼은 대기층 어딘가를 떠돌며 방황을 하고 있는 정*원씨이다.

 

그가 이 씨디를 어찌어찌하여 우리집에 흘러들어오게한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이 씨디를 주인에게 무척 돌려주고 싶어하며(나에게 전혀 상관없는 물건인데다, 물건은 주인을 찾아주어야한다는 양심에 따라) 그의 육신이 한국으로 돌아와 만나게 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부산에서 연수를 받는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났다.

 

얼마전에 떠들은 바 있는 그 '멋진 남자'로 부터 음악수업을 받았는데, 그 음악 수업은 이론과 합창이었다. 나는 이제껏 귓등으로 장조니 단조니 5도 화음이니 하는 단어를 들어봤긴 봐서 산수계산을 하듯 어쩌구저쩌구 따져 객관식 음악시험의 답 맞추기용으로는 써먹을 수 있었지만,  정말 그것이 음악으로서 어떤 것인지 도통 외계인 세상의 것으로만 느껴왔었는데,  이번에 생전 처음으로 음을 느끼고, 음과 음 화음을 느끼고, 장조와 단조를 느껴본 것이었다.

 

그것은 음악에의 첫 개안인 것이었다.

 

그러면서 덩달아  합창시간에 부른 노래들 또한 나에게 처음으로 노래를 하는 느낌을 주면서, 그 때 불렀던 각종 화음과 장조와 단조의 노래들을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하곤 하였는데, 그 중에서 유럽 중세시대의 라틴어 노래 하나를 유독 자주 흥얼흥얼하였다.

 

그 곡의 작곡가는 윌리엄 버드였다. 버드라고 발음되는지 어떤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BYRD라는 그 철자를 보고 왠지 낯이 익다, 싶었다.

돌아와서 무언가 짚히는 게 있어 씨디를 찾아보니, 그랬다, 칠팔년전에 우연히 우리집에 안착한 그 씨디가 윌리엄 버드의 씨디였던 것이 맞았다.

이 씨디와 나의 인연은 그리하여 칠팔년이란 세월이 쌓인 후에나 정식으로 맺어진 것이다.

돌아오자마자 씨디플레이어에 올린 이 사람의 곡들은 칠팔년 간의 서먹함이 새봄에 눈처럼 녹아 사라지고 예전부터 아주 친했던 것 같이 군다.

 

나는 이제 정*원씨를 만나도 씨디를 돌려줄 생각이 없다. 싹 입을 씻을 작정이다. 이 씨디의 새주인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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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퀴즈

HelterSkelter님의 [비틀즈 새 앨범 "HATE" 공개???] 에 관련된 글.

 

비틀즈 리믹스

http://www.thebeatleshate.com/index_eng.html

여기에서 들을 수 있음.

 

'굳 모닝'의 닭 울음과 의미심장한 (항상 이 가사는 무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줄리아'의 'Half of what i say is meaningless'로 시작.

 

계속 듣고 있자니, 미닝리스하다.

미닝리스한 리믹스 짓을 하면서, 들어봤자 의미없어,하고 앞대가리에서 고백하는 듯한.

의미없는 짓거리지만 근질근질했던 손을 움직이며 낄낄 재미있어했었을 디제이들의 노고에 박수를...

 

그 디제이들은 그렇게 재미를 찾았고, 그리고 우리는,

<인트로/ 레볼루션23>은, <굳모닝>, <줄리아>,<헬터스케터>,<레볼루션9>...또 뭐가 있었더라....  조각맞추기를 하는 것은...  몇날며칠 술자리를 이어주었던 비틀즈 퀴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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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남자

지금 부산에 와있습니다.

부산에 와서 열흘간 수업을 받고 있는 생활을 지금 세번째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멋진 남자를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사실 남자가 거의 없습니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성비가 얼마나 불균형한지 알겠습니다. 그러나 남자가 거의 없는 가운데에도 멋진 남자가 하나 있으니 나쁘지는 않군요. 남자가 바글바글한데 죄다 쓸다리 없어보이는 것 보다 백 배 나은 일입니다.

 

이 남자, 처음 보는 순간부터 눈을 반짝 하게 했습니다.

 

엄마는 미국인이고, 아빠는 덴마크인이랍니다.

백인남자인 것입니다. 제가 이 얘길 빠뜨렸군요. 한국남자가 아닙니다.

큰 덩치에 중절모를 쓰고 있는데, 그 모자를 벗으면 더벅머리가 나옵니다.

꼭 드루 베리무어처럼 코 아래에서 입술을 움직입니다. 모았다가 열고 다시 모아서 살짝 비틀고 앙징맞은 혀로 살짝살짝 물었다 놓는 입술. 눈을 떼굴떼굴 굴리며 헤헤 웃었다가 하하 웃었다가 하는 표정 때문에 도대체가 몇 살 쯤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소개를 하면서 영화 <아마데우스>가 자기한테 음악을 하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는데, 그 영화를 스무살에 봤다는 겁니다. 음악을 하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는 영화가 비디오로 본 영화일 것 같지는 않고, 극장에서 개봉작을 봤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대충 마흔살이 넘었을 거란 계산이.... (<아마데우스> 개봉했던 때가 대충 이십 여 년 전 맞지?)

 

음악 운운했는데, 맞습니다. 그 남자는 음악을 하는 남자입니다.

원래 영국에서 살고 있는데 부산에 온 이유는 부산에 수업 받으러 간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음악 수업을 해주기 위해섭니다. 지금 저의 음악선생님인 것입니다.

 

그의 첫 수업에서, 나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음악을 알게된 것 같았답니다.

 

그의 수업이 어떠하였는지 여기에 글로 옮기는 것은 하지않겠습니다.

아무리 자판을 뒤집어 이리저리 조합하여 찍어봐도 그의 음악 수업을 묘사하기에 적절하지 못하군요. 몇 줄 적어가다가 죄다 지웠습니다.

 

 

음악 수업이란 그렇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다니며 내가 받았던 그 숱한 저주받을 음악수업들이여.

 

그 남자는 마흔두살이랍니다. 우리 나이로 마흔세살이겠습니다.

처음에, 스물아홉이라고 대답했는데, 진짜인 줄 알았습니다.

헤헤 웃으며 마흔둘이라는데, 이게 농담이고 아까 답이 진짜 같았습니다.

청년 같은 이 남자, 그런데 벌써 아이가 셋이랍니다. 큰 아이는 벌써 열다섯이랍니다.

 

 

아이가 잘 때 오음계 음악을 연주해주고, 아이가 넘어져 무릎이 깨지면 천상으로 올라가는 듯한 화음(4도 화음이었나....)을 노래해준다는 (오늘 수업이 화음에 대한 이론이었는데,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 이 남자.

 

어떤 남자가 멋있어보이는 것이 참으로 오래간만이라, 오래도록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즐겁게. 나의 눈을 오랜만에 이토록 즐겁게 해주는 그에게 감사하면서.

서른후반으로 가는 나이에 남자가 멋있게 느껴지는 느낌은 참으로 오래간만이면서 참으로 감사할 일이더군요. 이 남자랑 뭐 어떻게 해보고싶다는 욕망의 느낌이 아니라, 그 상대에게 감사한 느낌.

 

멋있음의 감상, 남자가 멋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인간이 멋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인생이 멋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런 것들을 받아서 고맙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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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일 년

이 학교에 온지 어떻게 따지면 일년 넘고, 어떻게 따지면 일년 못되고.. 종합하여, 일년.

 

나는 혹시 이곳이 내 평생 직장이 아닌가,라는 불안한 예감도 갖기 시작.

 

이곳은, 그러니까, 내가 지금껏 전전하던 여러 곳들이 결국 안겨주었던 낭패감을 막아내는 막강한 방패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다. 인류사적으로는 상투적인 발견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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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육만칠천사백원 어치

현상, 인화하였다.

 

그 사진들 속엔, 장장 작년 이 맘때의 것들도 들어있었다.

일년치 것들을 모았으니 그만한 돈이 나올만도 하다.

산더미처럼 사진들은 쌓여있고, 그것들을 헤집어 보는 것은 참으로 보람차고 즐거웠다.

 

작년의 규민과 올해의 규민에겐 한끗차이라고 할 수 없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하늘과 땅 만큼의 정서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여기서 자료 화면이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집 스캐너는 꽁꽁 싸여 뒷베란다라는 곳에 있다. 몇개월 동안 정말 필요한가 고심하고, 그 후 몇개월 동안 돈을 맞추고, 돈을 맞추기 위해 다른 몇몇 가지들을 포기하거나 희생하면서 구입한 복합기는 한동안 반짝하였다가 잭에 이상이 생긴 이후 완전 무용지물이 되어 저 꼴이 되었다. 그래서 최첨단의 현대 테크놀로지는 싫다. 최첨단의 현대테크놀로지는 대개 다기능 다버튼인데, 그 중 얍쌍한 선 하나에만 이상이 생겨도, 오세아니아주의 키위새가 토탈 몇마리의 지렁이를 먹었는지 리얼타임으로 알려줄 것 같던 것들이 당장 올스톱되는 것이다. 플레이, 스톱, 리와인드, 훼스트호워드, 포즈, 이 다섯 단추가 전부인 기계가 훨씬 좋다. 그런 것들은 땅바닥에 몇 번 패대기쳐져도 그냥 어찌어찌 굴러간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에후엠투를 고집하는 것이다.

얼마동안 얄따란 디지탈카메라에 눈을 돌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오직 이 에후엠투가 나와 함께 오래오래 살기만을 바랄 뿐이다. 니콘에서도 이제 에후엠투는 더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얘가 늙어죽으면 세상의 한 시대가 정말 최후를 맞는 것 같아 슬플 것이다.

 

이번에 현상, 인화한 사진들 중에는 규민이 찍은 내 사진이 몇 장있다.

이 사진들이 걸작이다.

엄마가 자기를 찍고 난 후, 자기 자리에 나를 앉히고, 내가 들었던 카메라를 자기가 들고 그냥 그대로 셔터를 누른 것인데, 근데 그것들이 걸작인 것이다.

남편은 그 중의 하나를 보고, "어, 이거 영화 포스터 같아."하였다.

역시 사진을 찍을 때는 마음을 비워야한다.

사진이든 뭐든 마음을 비워야한다.

지금 규민은 아빠와 '너 가져'놀이를 하고 있는 중.

보라색 리본 끈 하나를 두고, 서로서로에게 '너 가져'라고 하는, 규민이 만든 놀이인데, 그때마다 새로운 이유를 대어야한다. 예를 들면,

"우리집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이런 거 보면 다 물어뜯거든, 그러니까 너 가져."

이렇게..

규민이 벼라별 이유를 다 만들어내며, 능구렁이처럼...

우리 딸내미, 정말 많이 컸다.

 

다음에 도서관에 갈 때, 규민이 찍은 내 사진, 몇 장 스캔해서 올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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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야 케이블 시청기

규민을 재우고 마루로 기어나온 남편과 나, 맥주 한 캔 까서 나눔.

이 때부터 남편에게는 시댁만 오면 한 번 해주고 넘어가야하는 일이 있다.

리모콘 잡고 채널 돌리기.

어떤 프로를 진득하게 보는 일 없이, 전체 채널을 다 넘어가주어야한다.

아까 언뜻 지나간 얼굴이 누구였지, 나는 그 사람이 나왔던 채널로 다시 돌아가서 궁금증을 풀고 싶지만, 남편의 올 추석 케이블 처녀비행을 망칠 수는 없다. 

이제 한 바퀴 다 돌고 다시 돌아가는 중이려니,하고 조금 더 기다리지만 채널은 끝도 없다. 새로운 채널, 새로운 채널, 채널, 채널, 채널....

 

 

지금으로부터 이십년 전에(헉, 그게 벌써 이십년 전!) 순진한 십대를 꼬득여 미국으로 언어연수랍시고 잠깐 놀다오는 사업에 순진한 십대였던 나도 속아넘어가, 미국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그 돈을 모았다면 지금 뭘 해도 했을것인디), 거기서 날 먹여주고 재워주었던 집에서 내가 첫 날 기절했던 것이 바로 수십개의 채널이었다. 그 집 자식이 리모콘을 잡고 돌려대는데, 내가 촌닭 표정을 하고 있었나보다. 나보고 한국에는 채널이 몇 개 있냐고 물었다.(내가 이걸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11번, 9번, 7번, 2번을 떠올리고 네 개라고 말했었고, 그 집 엄마가 여기는 몇십몇개라고 답을 하는데, 너희 나라는 그렇지만, 여긴 미국이라 없는게 없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도 몇 십 개의 방송이 생기는 날이 올까, 그렇다면 정말 볼 것도 많고, 얼마나 좋을까, 너무 재미있을텐데,라는 환상을 가슴에 품었다. 몇 십 개의 채널... 아, 그것은 바로 행복의 대명사.

 

 

남편은 채널을 한 바퀴 쭉 돌리는 과업을 끝마치더니, 그 과업의 동반자였던 리모콘을 나에게 건네주고, 방으로 자러갔다.

이제부턴 리모콘이 나를 동반해준다.  어깨가 뻐근해졌다.

 

나도 별 수 있나, 돌려대야지.

 

어언 한 바퀴 지나가고,

또 돌려대고,

(눈이 아프다. 멀미기분도 나는 것 같다.) 나도 방으로 들어갈까,하는 순간, 커트니 콕스와 그 누구지... 브레드 피트의 옛날 연인 발견. <후렌즈>인가 보다.

브레드 피트의 옛날 연인은 웃통을 벗고 침대에 들어가 가슴까지 이불 덮고 있다.

뒤에 어떤 남자가 역시 웃통을 벗고 함께 누워있다.

그 집의 거실에서는 커트니 콕스와 어떤 남자가 식탁에 앉아있는데, 남자가 여자더러 왜 나랑 자지 않느냐,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온통 섹스 투성이인 이 드라마는 곧 끝나고 바로 이어서 (만만치않은)<섹스 앤 더 시티>가 이어질 것이란 자막이 떴다.

<섹스 앤 더 시티>라면 내가 비디오를 한 바가지 빌려다 본 적이 있는 그 프로다.

그나마의 보람을 느끼며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얼마나 세월이 흘렀던가.

주인공들의 처지가 많이 변해있다.

주인공의 주인공, 쎄라 뭐뭐 파커는 입 주위의 주름이 꽤 늘었다. (나이 든 여배우가 여전히 나오다니, 잠깐 감격)

 

쎄라 뭐뭐 파커는 오십대의 예술가(옛날에 <백야>에 나왔던 백인배우)랑 사귀고 있었는데, 이 남자가 함께 빠리로 가서 살자고 제안. 그 제안 때문에 친구들과 갈등('네 직업과 인생은 뉴욕에 있다..')을 갖는다는 내용인데, 중간에 마흔 먹은 뉴욕 파티 킬러 여자 하나가 이제 파티에서도 담배도 못 피우고 약도 못 하는 세상이라며 창문 열고 담배를 피우다 그대로 창문 밖으로 미끄러져 추락사하는 사건과 함께 나이 먹은 싱글의 삶은 뉴욕에서도 비참하다는, 뜻밖의 신파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주인공과 사만다를 빼고 나머지 두 여주인공 또한 기혼자가 되어있다.

 

쎄라..파커는 남자친구의 함께 살자는 제안에, 드라마의 신파 기운을 타고 있었고, 오직 사만다만이 앞뒤 생각 안하며, 여전히 여럿 남자 밝히며 꿋꿋이 살고있다.

 

하지만, 비혼이든, 기혼이든, 여기 주인공들은 죄다 흐드러진 부르조아다.(이 단어는 너무 의도적이군. 그래도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교육 잘 받고, 뽄때나는 직업을 갖고, 재산도 넉넉한 사람들을 가리켜 뭐라고 해야하지?)

사만다는 자신의 '하녀'가 자기의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한다.

바이브레이터를 써야하는 싱글이지만, '하녀'는 있는 것이다.

 

그녀의 바이브레이터에 공감하고 웃으면, 그녀의 '하녀'를 둔 생활과 레벨이 달라도 그녀와 '동급'인 양 착각하게 되기 마련인데, 당연한 것이, 이 프로가 무슨 대입입시준비 프로도 아니고, '하녀'를 두며 살 수 있는 레벨에 집중한 프로가 아니라, 섹스를 알고 하고 그래서 바이브레이터가 뭔지 알아먹는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프로이니까.

 

그래서 티뷔와 주식이 20세기 가장 거대한 사기라고 했었나. 노동자도 자본가로 착각하며 살 수 있는 장치이니.

역겨울 것 없는 섹스가 난무하는 드라마들은 섹스가 칫솔처럼 생활의 필수품인 듯 광고를 하고,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가지려 미국아이들의 첫 섹스를 경험하는 나이는 점점 어려지는 것인가 보다.

구십년대 중반, 내가 쫌 친하게 지냈었던 어느 캘리포니아 출신의 미국인(캘리포니아 출신들은,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으면 미국도 아니고 재수없게, "캘리포니아"라고 대답한다.)은 첫 섹스를 언제했냐는 나의 물음에, 진실게임도 아니면서 나를 아주 화들짝  놀래킨 답을 주었었다. 열세살(그러면 우리 나이로 열네살 쯤 되겠지.)이라는 거다. 너만 그렇게 빨리 한거냐, 다 그러냐, 했더니, 역시 진실게임도 아니었던 만큼, 거기는 다 그렇다고 했다.

 

하고 싶다면 하는 게 미국식 자유라면, 섹스를 이른 나이에 한다고 뭐라 하자는 건 보수니, 노파심이니, 란 소리듣기 딱이지만, 그들이 죄다 완벽한 피임을 하고 섹스를 할까. 피임에 대해 줄줄이 논문을 쓸 수 있는 노땅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피임인데. 그것은 어차피 9*.*%의 확률에서 출발하는 것인거늘.

 

얼마전 한겨레 신문 간지에 있던 조효제 교수의 글이 생각난다.

9.11.이후 부시정권이 만든 법, 'no Child left behind Act'라는, 역시 번듯한 교육받고 눈돌아가는 연봉을 받아가며 일하는 자들답게 미끈한 제목을 달고있는 이 법 조항은, 어떤 애들도 뒤쳐지지 않도록 군(軍)에서 접근가능한 개인정보를 제공하게하는 근거가 되는 법인데, 모병제이면서 전쟁으로 먹고사는 미국이 총알받이 군인을 어떻게 계속 공급할 것이냐 아이디어를 모색하다가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대학도 가지 못하고, 마땅한 직업도 구할 수 없는 젊은 청춘에게 원하면 대학등록금과 확실한 연봉 등을 광고하는 군대는 당연 유혹적이겠지.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가 빈익빈 부익부 시스템을 공고하게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몇수십개의 케이블 채널 또한 있구나,라며 혼자 허벅지를 쳤다.

 

아침부터 밤늦도록 일하러 나간 부/모를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할렘가의 어린 아가들이 케이블을 끼고 살까. 하녀를 거느린 뉴욕 부르조아의 바이브레이터 이야기에 히히덕거리며 하녀를 거느리는 직업(을 위한 교육) 대신 바이브레이터나 혹은 건전지도 필요없는, 저절로 섰다가 정말로 싸기도 하는 바이브레이터를 선택하겠지.

 

 

몇수십개의 케이블과 그 천박하고 천박한 프로그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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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놀이

규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기(고개를 옆으로 90도 비틀어 짧은 자기 머리가 어깨에 살짝살짝 닿는 것을 곁눈질하며 도취됨), 뾰족구두 신기, 결혼식 등에 최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규민은 요즘 백조왕자, 인어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 선녀와 나뭇꾼, 미키미니마우스가 짬뽕된 공주놀이를 하고 있다. ("엄마, 우리 백설공주하고 인어공주하고 섞으자. 막내인어공주가 밖에 나가서 몰르고 사과를 먹었는데 죽었다고 그르자.")

 

 

공주는 자주 엎어지고 흐느끼고 죽고 그때마다 왕자가 와서 구해주어 결혼한다.

 

 

 

일일연속극 <열아홉순정> 맹렬시청. 혹 못 보게 되는 날엔 인터넷으로 꼭꼭 봐주고 있음.

실장님과 국화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거의 입 찢어짐. 윤정이와 우경의 장면에서도 요즘 입 찢어지고 있음. (윤정이는 극중에서 규민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뻔한 사랑놀음들, 애나 어른이나 빠지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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