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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4
    우드스탁 그 아저씨와 그 아줌마(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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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2/05
    가슴칠 일이 하나 있는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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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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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7/10/30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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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탁 그 아저씨와 그 아줌마

정독도서관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다 난 움찔했다.

 

근 10년만에 본 얼굴이지만, 첫눈에 그 아저씨를 알아봤는데,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을 잘 알았던 것이 아니고, 그 아저씨가 워낙에 얼굴 팔릴 짓을 하였기 때문이다.

 

근 10년 전 즈음에 신촌의 술집 우드스탁 토요일밤.

 

 11시도 되기 전에 그 아저씨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사이사이를 누비며 춤을 추었다. 전자기타소리가 바쁜 곡을 배경으로 전자기타줄을 바쁘게 흔드는 흉내를 내는 손가락짓과 이 다리 저다리 번갈아 구십도 각도로 들어올리느라 껑충껑충 뛰고 그에 맞춰 고개도 산란하게 좌우로 흔들며..  얼추 쉰 쯤 되지 않았을까,당시에.

그걸 매주마다 몇 년을 보았으니 그 얼굴이 잊히나.

 

가끔 안녕하세요.도 했었고, 맥주잔도 부딪혔던 것 같은데(술김에), 그렇다고 10년 쯤 지난 지금 태연하게 안녕하세요,를 할 수는 없는 사이다. 나는 모르는 척 모드로 돌아서려는데, 내가 움찔하는 것을 정통으로 목격한 이 아저씨는 니가 날 안다면 나도 널 알텐데, 넌 누구냐,는 듯 내가 얼굴을 돌리려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하나.. 우드스탁에서 뵈었잖아요... 요즘도 다니세요?

 

 

펭귄 아줌마도 있었다.

그녀도 역시 우드스탁에 매주 홀연히 술 먹으러 와서는 술김이 오르면 발그레한 얼굴로 스르르 일어나, 땅딸한 키 볼록한 배와 어울리는 짧은 스텝을 앞으로 내밀었다 다시 제자리로 빼었다하는 춤을 추었다. 얼추 마흔중반 쯤 되지 않았을까,했다.

 

그 아줌마와는 안녕하세요,를 가끔 했던가. 맥주잔도 부딪혔던가...

난 갑자기 머리 속에서 그 계산을 하였다. 아줌만 별명도 펭귄이었고, 난 불쌍하다고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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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칠 일이 하나 있는데....

반찬은 김치찌개 한 냄비 놓은 게 전부인데도 밥을 양푼으로 퍼다놓고 먹기 시작하였다.

 

엄마네 김치찌개는 어찌 멸치국물만으로 끓여도 이렇게 다냐.

 

그거 멸치만 넣은 거 아냐. 동태대가리도 넣었다야.

 

웬 동태대가리?

 

시장길 여고 후배가 언니 이거 가져가, 언니 줄려고 남들이 대가리 안 넣어준다고 뭐라 하는 걸 다 무시 하고 꼭꼭 싸놨는데. 이거 가져가.하고 날 그렇게 주고 싶어해.

 

왜 그래?

 

내가 지나가다 야쿠르트 한 병도 주고, 엄마 있을 때 엄마 드리라고 음료수 하나 사다주고,하니까 날 언니언니하면서 좋아하네. 사람들 다 나 좋아해. 영화사(엄마 다니는 절)에서도 다 나만 보면 좋아서 우리집에 놀러오고 싶어하고, 뭐든 주고 싶어하고 그런다니까.

 

그러게, 내가 봐도 엄마는 누구든 좋아할만한 양반이다. 그 나이 되도록 욕심 없고 헛치레없고 바보처럼.

그런데 아빠만은 그런 엄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세상이 다 인정하지 않는대도 서로 인정해야할 관계라면 부모와 자식이고 부부이더라. 그게 결국 인간살이더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빠, 그 고집 좀 이젠 꺽으시면 좋을텐데 여자 앞에서는 반드시 대접을 받아야한다.

 

사실 알고보면 아빠는 엄마에게 가장 의지하고 있다.

내가 봐도 알겠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외출하는 걸 무지 싫어했었는데, 난 그게 그냥 꼴통 가부장이라 그런 건 줄 알았었다. 어쩌면 내가 어렸고 두 양반이 젊었을 땐 그래서 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아빠는 집에 엄마가 없으면 날개 떨어진 수탉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곧 죽어도 붉은 벼슬을 곧추 세우는 폼을 하고 있지만, 여지없이 느껴진다. 그래서 엄마가 어딘가로 놀러간다,하면 아빠는 대리전쟁을 한다.

 

며칠전엔 엄마가 즐겨듣는 라디오 불교 방송의 어떤 프로의 공개녹화를 들으러 간다고 했단다.

토요일 오후였다.

처음에 우리 아빠는 스스로도 개선되려 마음 먹었고 그걸 보이려했는지..

당신 밖에서 밥 사먹는 거 싫어하니까 고구마 좀 싸가져가서 출출하면 먹지그래. 그게 냄새도 안 나고 좋아.했단다.

나가기 한 시간 여 전.  엄마, 안방에서 신문 펼쳐놓고 보고있는데 아빠가 난데없이 청소기를 들고 들어와 청소를 시작하며 딴 데가서 신문 펼쳐보라고 빽 고함을...

어이없는 우리 엄마, 어차피 한 시간 후면 나 외출할 건데 이왕 청소할 것 그때 아무도 없을 때 청소하면 편하잖아?(그게 원래 주부들이 일하는 방식 아닌가)

아침밥먹고 무슨 일을 했다고 지금 큰소리야.라는 아빠의 대꾸.

이런 식이다.

결국 엄마 혼자 외출을 앞두고 아빠는 불안불안.. 자신의 불만을 그러나 솔직하게 말도 못 하고 대리전쟁을 시작한다.

 

엄마는 내가 동태대가리 김치찌개와 밥 한 양푼을 먹는 동안 아빠 흉을 내차 봤다.

딸래미한테 아빠 흉 보는 게 마음 편한 엄마에게 나도 정성껏 대꾸.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그렇게 같이 아빠 흉을 본다.

 

그런데 지금 엄마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지금 속에 있는 얘기는.......

 

가슴 칠 일이 하나 있는데.. 이 얘길 내가 누구한테 하겠니.. 아고, 너한테 또 이 말하면 너도 가슴 아플텐데..

얼마전에 어린이집에서 빨개벗겨 벌 세운 선생 얘기 나왔었잖아. 그걸 보더니 나쁜놈들,나쁜놈들 그러더라. 늬 아빠가. 그런데 생각나? 우택이에게 그랬었잖아. 어렸을때. 너 기억나? 그래서 내가 눈물만 뚝뚝 흘리고 반성할 사람은 우리야.그말만 하고 말았어.

 

지금 속에 있는 얘기는 역시 동생 얘기였다.

그래도 엄마는 이제 그런 짤막짤막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엄마 앞에서 동생 얘기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올해로 동생 11주기가 된다. 벌써.

2월3일은 그 아이의 생일이었다.

나는 걔가 죽은 후 몇년 동안은 생일날에 생크림케잌을 사가지고 그 아이 뼛가루를 뿌렸던 산에 갔었다.

그런데 생일은 산 사람에게이고, 죽은이에게는 제일인것이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생일날이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생일날에 어떤 선물이 좋을까,가 더 어울리는 나이인 것이다. 걔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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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보은

 

십대 여자 주인공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취향인가보다.라고 말하면 취향이란 말이 오해를 주겠군. 그럼 그의 만화관이라고 해야하나... 평범한 여자아이의 특별한 모험, 여자아이는 평범하지만, 사실 모든 평범한 십대 여자아이의 속에는 보석이 반짝인다.

 

고양이의 보은을 몇 번 비디오로 빌려보다 디비디로 아예 사버렸다.

 

특히 좋은 부분; 엄마와 하루는 그렇게 딱 둘이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때로는 하루가 엄마를 보살펴주는 관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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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에요

이번 방학에도 어김없이, 3년을 내리 자지 못하고, 팽개친 책가방 다시 챙겨서 연수 왔습니다.

 

부산 신라대가 이젠 편안하네요.

신라대는 산 위에 있는 학교라서 덕분에 바다가 저멀리 보여요.

강의실 창문에서 보이는 바다 위로 해가 지는데,

그 일몰이 기가 막힙니다.

 

차가운 공기가 무대 커튼 처럼 층층이 내려져 있고 거기를 빛나는 주홍의 태양이 쓰윽 통과하여 바다로 딸꾹 넘어가요.

아아, 내가 시인이었어라, 그 빛을 어찌 표현하리요.

 

이번 방학에 온 선생님은 에머슨 대학 내 마이클 홀이란 발도르프 학교에서 24년간 교사일을 했던 윌리엄입니다. 윌리엄은 원래 은행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서른세살 되던 해, 내가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하고 생각하고는 사직서를 내었고, 그러고나서 내가 뭘 하고 싶나...하고 생각해보다가, 자기 인생에 가장 굵직했던 순간이 8살부터 11살까지 다녔던 발도르프 학교에서의 시절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발도르프 교사가 되겠다고 작정했답니다.

그리고 교사연수를 받고 외국어교사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윌리엄은 노르웨이계 영국인인데 5개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한답니다.

그래서 16년 동안 외국어교사와 고등학교 인문학교사를 하고, 8년간 담임을 하였답니다.

아이는 여섯을 낳았고, 둘을 더 입양했답니다.(이 활기찬 재생산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큰 딸이 낳은 손녀가 18개월 되었는데, 아직도 막내는 여덟살인가 그렇답니다. 그 막내와 막내 바로 위, 이렇게 두 소년은 집에서 암탉을 키우는데, 암탉이 낳은 달걀 4개씩을 모아 상자에 잘 넣고, 집에서 먹는 달걀 빼고 나머지를 이웃에게 팔아서 그것으로 용돈을 한답니다.

 

노르웨이에는 인지학 공동체가 잘 꾸려져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공동체가 있는 곳에는 인지학 병원이 있는데, 인지학 병원에 가면 의사는 환자를 보통 한시간 반 동안 만나서 이야기를 한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다 하는 겁니다.

오늘 남편이랑 메일을 주고받다가, 문득 인지학 상담자(심리학 상담자 같은)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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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제일 먼저

방학.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저멀리 던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않아.

삼년간 잠만 자고, 그러고 일어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

 

 

딸래미 친구들이 놀러왔다.

그리고 성당으로 우 몰려갔다. (딸래미친구는 이미 독실한 카톨릭이다.)

 

나는 비디오가게로 갔다.

슬리퍼를 찌익찍 끌며 양팔을 터털터털 늘어뜨리며 걸어갔다면 딱 어울렸을텐데, 집에 김치가 똑 떨어져버린 것.  난 엄마집에 먼저 들려 김치 한 통을 얻어 보자기로 꼭꼭 싸고 끙끙 대고 들고 비디오가게로 갔다.

정말이지 피곤해 죽을 맛인데 영락없는 아줌마다.

 

그리고 그 김치통 보자기를 들은 채로 비디오랙을 훑는데...(왜 김치통 보자기를 내려놓지 않았냐면, 난 원래 땅바닥에 가방 내려놓는 거 싫어하거든.  더러워지잖아. 집 안에 들여놓을 건데.) 그런데 왜 이렇게 땅기는 비디오가 없는 것인가 말이다. 이것은 너무한다.

그리고 또 너무한다.

그 비디오가게에는 비디오랙이 단 세 줄 밖에 없었다.

그것도 한 줄은 어린이용이었다.

 

두 줄 밖에 없는 비디오 전시대는, 그러니까 단기적으로 치고 빼겠다는 작전인 것이다.

더이상 옛날영화는 없다.

 

나는 그 두 줄 밖에 없는 전시대 앞을 오십번 쯤 왔다갔다 했다.

처음 세 번을 왔다갔다 하고는 도저히 더이상 들고있을 수 없어 김치통 보자기를 내려놓았다.

 

옛날영화들이 생각났다.

나는 언젠가, 콘택트도 다시 보고 싶고, 애정의 조건도 다시 보고 싶고, 한나와 그 자매들도 다시 보고 싶고, 또 비틀쥬스도 다시 보고싶었고, 또 바톤 핑크는 정말 언젠가  다시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말이지.

 

왜 비디오가게들이 이렇게 된걸까.

그노무 케이블때문일까.

컴퓨터때문일까.

케이블도 컴퓨터도 다 싫다.

난 비디오가 제일 좋아.

극장이랑 비디오가 제일 좋은데.

 

 

꼽은 것은 <천하장사 마돈나>, 원래 보고싶었던 것, 그래서 일찍 챙겨둠.

그러나 이 한 장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삼년 동안 잠을 자지 못 한다면 적어도 오늘 비디오를 두 편은 봐줘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없었다.

없었다.

오십번쯤 왔다갔다 했지만 없었다.

난 톰 크루즈의 잘난 전 부인... 이름이 뭐였더라... 그 여자가 나오는 스릴러 영화를 하나 빼들고 망설였다가...아닌가, 데미 무어였던가.... 모르겠다. 암튼 그 여잔지 데미 무언지가 작가로 나오는데 글을 쓰러 한적한 곳에 갔다가 꼬인다는 비디오를 하나 들고 한참 망설였다가...그냥 내려놨다. 그걸 보니 그 영화가 생각났다.

 

무슨 여자감독이 만들었던, 살인사건이 하나 나오고 배타고 그 살인사건이 났던 장소를 방문하는 분위기 이상한 두 커플.. 그중 한 여자가 주인공이었는데, 여자는 그 살인사건에서 전해받는 기운과 지금 자기 남편에게 추파를 던지는 시동생의 여자친구에 대한 질투로 눈빛이 내내 심난스러웠다. 그 영화가 뭐였더라...

 

그러나 그 영화도 없었다.

 

난 결국 규민을 위해 <고양이의 보은>을 빼왔다. 이미 서너번 본 것인데(규민이와 남편은), 일전에 한 번 더 빌려보기로 약속해주었던 것이라.

 

그리고 카운터 앞에 서니 덩그마니 내 김치통이 한숨을 쉬는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았다.

아아 이런 착한 영화가 있나.

 

나도 착해지는 이 기분.

 

고1에 남자 네 번 만나고 그리고 애낳고, (아아,) 그 애아버지 고3때 술 '드시기' 시작하고....

이상아가 아들에게, 그래도 아이 아버지라고 고3짜리가 술 마시기 시작했단 문장에 존댓말을 쓰니까 웃겼다.

이상아의 연기가 멋졌다.

지금보다 더 외로워도 괜찮겠어?

하고 자식에게 묻는데, 아아, 엄마된 나도 눈물이 나왔다.

이상아는 지금 뭐할까.

 

백윤식의 스타일을 너무 오바하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백윤식의 연기는 훌륭하였다.

 

 

사랑하였던 남자선생님의 결혼발표로 상심한 주인공은 친구와 술을 먹는다.

친구는, 그래도 너는 장래희망이 있잖아, 그런다. (주인공 남고생은 여자가 되고싶어함)

주인공, 그 말 듣고 화낸다.

나는 거기서, 그건 무엇이 되고싶은 것이 아니야, 먼저 내가 되지 말아야하는거야..이런 대사가 나올까, 하고

기다렸다.

주인공 왈, 나는, 뭐가 되고 싶은 데 아니라,  그냥 살고싶은거야, 라고.

 

 

 

 

 

영화를 다 보고, 나는 뿌듯한 기분에 정말 영화 한 편을 더 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라고 느꼈다.

 

다른 비디오가게로 갔다.

음, 여기는 좀 낫군..... 그나마 비디오랙이 다섯. 역시 하나는 어린이용.

 

그리고 나는 고르고 골라, 조니 뎁이 작가로 나오는데 존 터투로가 (바톤 핑크를 아까 떠올렸던 것의 잔상인 듯, 난 존 터투로보다는 존굿맨을 더 좋아하는데..) 자기글을 표절했다고 집요하게 나온다는 씨크릿 윈도우란 스릴러를 집었다. 그리고 더 하나.

마지막 이것이 바로 아까 내가 떠올리며 보고싶었던 영화, <웨이트 오브 워터> 감독이 케서린 비글로우.

 

캐서린 비글로우, 이 여자의 다른 영화를 내가 뭘 봤더라.

아엠디비를 찾아보니, 그렇다, 스트레인지 데이즈... 어쩌구 바셋이란 이름의 단단한 흑인여자가 나오고, 또 내가 좋아하는 줄리엣 루이스가 나왔던 세기말 영화. 그런데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그리고, 또 보니, 1990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눈화장을 하고 피키디리에 가서 남자와 보았던 블루스틸도 이 여자 영화였다. 이것도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182센티미터의 거구라고 한다.

생긴 것도 장군감이다.

 

한 번 결혼했는데, 내가 딱 싫어하는 제임스 카메론.. 완전 삼성맨같이 생긴.  영화도 그런 것만 만드는.

저런 여자가 왜 그런 남자와 결혼했을까.

하긴 이년만에 이혼했더만.

제임스 카메론을 찾아보니, 이 남자는 다섯번이나 결혼했다.

캐서린 비글로우와 이혼하고 해밀턴 어쩌구와 결혼했다.

터미네이터의 그 주인공 여자.

강골의 여자를 좋아하는가보다.  

 

 

 

<웨이트 오브 워터>

질투에 대한 무거운 영화. 물의 무게 만큼.

주인공 여자가 마흔이 훌쩍 넘어보였는데, (입가에 주름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잡힌 여주인공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왼쪽에 있는 여자. 오른쪽은 엘리자베스 헐리. 그런데 등장에서부터 매력적이었다. 주인공이니만큼 뭔가 있어보이도록 찍어주었겠지만.) 찾아보니 72년생이다. 마흔이 넘은 줄 알았는데.. 72년생인데 보톡스 한 번 안 맞으면 배우도 저렇게 되나보다.

주인공은 사진기자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대는데, 2000년도에 나온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필름 카메라, 그것도 수동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검지손가락으로 셔터 눌러 한 장 찍고 엄지손가락으로 찍 감아 필름 돌리는데..아 정겨워라.

나도 사진 찍고 싶다.

2007년, 나는 아직 디지털 카메라가 없다. 2004년에 광각렌즈 사지말고 디지털 카메라 살걸,이라고 한때 잠깐 생각한 적 있었지만, 나는 내 에프엠투가 제일로 좋다.

 

 여자는, 아까도 말했듯, 자기 남편에게 계속 추파를 던지며 남편 또한 심상치않은 표정으로 주시하는 엘리자베스 헐리에 대한 질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사실 남편을 대단히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서 자신의 이 감정이 스스로도 곤혹스럽다. 그러면서 천팔백몇년, 백년도 더 된 살인사건을 마주한다. 이 살인사건의 범인은 당시에 이미 사형에 처해졌었다. 여자 둘을 두끼로 찍어죽인 사건.

 

여자는,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던 섬에서 이것저것 (돌들, 풀들, 집의 흔적들) 사진을 찍으며 사건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순간순간 사건의 주인공의 심정에 찰칵, 찰칵, 이입되는데..

사건의 주인공이라고 여자가 설정한 사람은 살인당한 여자의 시누이.

이 시누이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자기의 오빠를 사랑했었다.

오빠도 여동생을 귀여워했었다.

그 둘이 침대 위 관계도 가졌을까.

여자는 상상한다.

오빠는 그러나 먼곳으로 떠난다. 성장한 남자로서 먼곳의 사업을 위해.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여동생.

드디어 돌아온다.

멀리서부터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달려가는 여동생.

그러나 그는 신부를 데리고 왔다.

이미 자기의 여자에게 빠져있는 오빠.

여동생은 오빠에게 자기의 존재를 환기시키려한다.

밤 늦게 몰래 자기의 침대로 끌여들이려 했을까.

그러나 오빠는 여동생으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질투, 타인을 죽여서 자기를 확인하려는.

 

 

 씨크릿 윈도우와 고양이의 보은에 대해서도 써야되는데 너무 길어졌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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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매력

두어달 전, 학교에서는 새 선생을 공채하였다.

지원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의  과 후배였다.

이력서에 써있는 사항을 보지 않았다면, 내가 졸업한 연도에 입학한 그녀를 나는 몰랐을 것이다.

그 여자는 마지막 심층 면접 순서까지 남았는데 결국 떨어졌다.

아이들에 대해 심드렁했던 그녀 자신도 채용을  별로 원하지 않았었다.

 

학교에서 며칠 지내신 소감이 어때요,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입을 벌려 웃는다.

아이들이 참 이뻐요,란 소리가 보통 나온다.

 

그런데 그 여자는 그랬다.

 

저는 사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두려워하는 편이에요.

아이란 존재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대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안경을 추스리며,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꺼내며 그녀는 말했다.

 

몇년 전, 내가 그 면접을 받았을 때, 나는 그랬다.

아이들 뒷통수가 예뻤어요.

 

나는 사실 아이들이 달려와 나한테 이것저것 묻거나 같이 놀자고 할까봐 겁났었다.

아이들은 낯선 어른한테도 서슴지않고 매달리거나 깔깔 웃으며 말을 걸었었는데,  거기서 난색하는 게 얼굴에 비치면 채용에 불리할 것 같았고, 혹은 잘못 걸려 정말 같이 놀아줘야한다면 귀찮아서 어떡하냐는 걱정이었다. 아이들이 다른 데 애들 같지 않고(?) 순진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나는 쌀을 살 수 있으면서 동시에 퇴근이 이르고 방학이 있어 소설을 쓸 수 있는 그 직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던 중이었다.(는 생각은 정말 한참 뭘 몰랐던 생각이었지. 왠 이른 퇴근)

 

저 여자가 저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일단 돈 버는 일로 발등에 불이 붙진 않았나보다.라는 생각 가장 먼저.

 

며칠 전 고금과도 얘기하고, 그리고 남편과는 주기적으로 하는 얘기인데,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그렇게 버는 걸까.

세상에 돈이 어떤 식으로 돌길래, 그렇게 소비를 해대며 살 수 있는 걸까.

나로서는 불가사의하다.

십여년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나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나를 상상할 수 없다.

이래저래 나에게는 불가사의하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

 

그녀의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내가 아이를 이뻐한다는 타평자평의 선생이 된 것을 새삼 생각했다.

 

그것은, 생각해보니, 이런 것이었다.

아이는, 아이가 아니라, 그냥 한 인간인 것이다. 따라서 매력있는 사람은 당연 좋은.

그런데 말이다, 아이란 보통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그의 순수한 의지를 발현하며 살고 있는데, (여기서 '순수한'이란 말에 현혹되지 마시오. 순수라는 것은 그야말로 다른 것이 섞이지 않았음의 말.) 인간으로서 인간의 순수한 의지를 목격하는 것은 곧 내 자신에 대한 발견이요, 인간에 대한 해석이요, 인류에 대한 이해인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학교에 있기 시작하면서, 이곳에서 본 것을 가지고 소설을 쓰기에 좋겠다,란 기대를 품기도 했었다.

그래서 아이(인간)의 순수한 의지를 방해하는 말초적인 모방거리, 곧 테레비전과 컴퓨터, 핸드폰 같은 것들을 더더욱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매일 먹고 자라는 일반학교 아이들은 물음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로 나는 진실되게 아이란 존재를 이뻐하는 선생은 아닌것같다.)

 

 

우리반엔 장애아동이 하나 있다.

나이가 한 살 더 많기도 한 그 남자아이는 덩치도 더 크다.

나는 장애아통합교육을 절대 지지한다고 표명하고 사인하고 학부모들앞에서도 우려 보다 믿으라고 큰소리 꽝꽝 치고 다니는데, 실은 그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아이는  작년에 우리학교에 편입을 했었는데, 들어오자마자부터 난 어쩔 줄 모르며 그 아이와 자주 싸웠다. 선생이 혼낸 것도 아니고 싸웠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랑 걔는 끙끙 밀고 당기며 힘싸움을 했다. 매번 선생이 이겼다. 아이는 아이인 것이고, 선생은 선생인 것이다.

나는 걔를 이쁘게 보고싶다고 기도도 하였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이쁘게 보고싶다고 기도했던 마음도 실은 그래야 일이 잘 풀리기 때문이지 그걸 정말 진심으로 바랬던 것 같지도 않다.

우리반 다른 아이들도 걔랑 많이 싸웠다.

선생한테 혼날 까봐 선생이 없을 때 때렸다.(때렸다지만 한대 툭이 전부다. 똥침을 한 번 주거나)

그러면 애는 울고 나는 달려가고 그래서 어찌된 일인지 묻지만, 실은 다 알고 있다, 처음부터.

애들도 걔가 난감하고 싫다는 것을.

나는, 울고 있는 그 아이를 보면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내 마음도 좀 해소되는 심정마저 느꼈었다.

(너무 심한 고백인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지금, 그러니까 이 년을 함께 지낸 이 아이들이 서로 엄청 잘 지내고 있다.

그 장애아동이 잘 못하는 것을 알아서 비껴가고 피해가고, 다 잘 못하지만 그중 그 아이가 잘하는 것은 잘 했네,하고 말해주기 까지 한다. 마치 어린 아가에게 엄마가 그러듯.  세상에.. 난 그 소리를 듣고 놀랐다.

"파랑이, 농부 잘 그렸네."

"넌 자동차를 좋아하니까 그럼 농부가 타고가는 경운기도 그릴래?"

아이들이 인형극을 준비하면서, 나뭇가지에 붙일 색종이 인형을 그렸을 때의 일이었다.

 

인간의 순수한 의지, 그것은 슈타이너가 그랬다는데, 정녕 지혜와 사랑을 지향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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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의 후기

바라던 조직 개편 회의. 

그러나 끝나고 난 뒤 이 쓸쓸한 기분은 뭘까.

 

버스 옆 좌석에 앉은 신참동료가 나에게 오늘 회의의 성과를 꼭꼭 씹어서 넘겨주는데, 그래, 그래, 낙관적이야, 낙관적.

근데도 이 쓸쓸한 기분은 뭘까.

 

그 동료에게 술이나 먹고 갈래요?하고 넘어오는 말을 꿀꺽 삼키고 아픈 딸래미가 있는 집으로 마음을 재촉하며 돌아왔다.

 

회의 중에 나는 갑자기 학교를 때려치우고 싶었다.

당장 그만두겠어요.

도저히 당신, 누구누구 때문에 교사회에 있지 못하겠어요.

이런 식으로 그만두면 안된다는 지적에, 나는, 내가 둘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 사람들의 말들과 행동들에 대하여 낱낱이 홈페이지에 올린다. 일신 상의 이유로, 따위의 사유 말고, 이 사람 이 사람의 이런 이런 말들과 행동들 때문에 그만둡니다.라고 사직서에 밝히며 그만두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규민이를 생각했다.

규민이가 정말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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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배가 고팠어.

학교 근처에서 순대국밥(마이 훼이보릿)을 먹으려다 딸래미가 눈에 밟혀(난 여전히 그녀가 눈에 밟힌다. 좀 유난하네,라고 어린이집 엄마들이 질타하거나, 방중 열흘 부산 연수에서  하루 비는 날 꼭 서울 올라오는 걸 못났다고 학교 동료는 말하는데, 나는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고 있음) 집으로 왔더니 먹을 게 없다. 눈에 밟혔던 아이는 마루에서 아빠와 서로 끌어안고 곤히 낮잠을 주무시고 계시다.

 

속이 울렁거리면서 멀미하는 것 같다.

빈 속인데 토할 것 같다.

 

규민이 젖 먹이며 생긴 증상인데, 배 고프면 멀미, 현기증이 난다.

빨리 뭘 먹어야한다.

 

냉동실에서 냉동찬밥 한 덩이를 물에 넣고 끓였다.

각종 김치 찌그래기들을 모아 컴퓨터 앞에 펼쳐놓고 죽밥 한 숟갈 김치 한 숟갈...... 어째 먹어도 멀미가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끌어안고 나도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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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왔다

소설을 물텅 읽은 것이 얼마만.

어쩌자고 나는 우리 조상의 과학살이니, 행복한 수학교실이니, 물방울이 구름이 되어요니,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도감이니 하는 책들만 보고 살았던가 말이다.

 

폐 속에 무언가 달라진 공기를 가지고 일어나 책을 빌리고 목도리를 친친 감고 나오며 이 느낌을 블로그에 적어야해,하고 컴퓨터실에 앉았는데, 무슨 느낌인가, 그것은.

 

아편을 진탕 물어댄 느낌.

그 속에 남편은 살고있구나, 문득 진하게 질투가 느껴짐.

그 남자는 내가 자기를 질투하는 것을 알고있다.

아마 그 말초적 충족감으로 그는 글이 안 써진다한들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천박한 인간이나 하는 생각인가..

 

세상에는 두 가지의 인간이 있다.

소설가와 소설가가 아닌 자들.

아, 세상의 소설가들은 얼마나 잘났을까.

세상의 소설가가 아닌 자들의 질투를 받으며, 손끝을 아릿아릿하게 하는 말초적 충족감에 오늘도 어디서 나른한 척 담배를 물고 있겠지.

자기의 옆얼굴을 의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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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저녁, 규민의 손을 잡고 시장에서 골목으로 꺽어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절박한 목소리.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정말 위로받을 데가 없기 때문이야.

알았지?

그러니까 그냥 도장찍고 살라고 하고, 너는 그거 꼭 챙겨 니꺼로 해."

 

누구야?

찾아보니 가로등도 비껴있는 충충한 곳에 뚱뚱한 중년여자가 서있다.

비도 안 오는데 앞머리는 비 맞은 것처럼 축축 늘어져 얼굴의 중간까지 가리고 있다.

부시시한 파마머리에 부시시한 살결이 우중충한 조명에서도 까끌까끌하다.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넣고, 대충 봐도 키도 크고 뚱뚱한 거구의 아줌마.

술도 한 잔 걸친 것 같고.

아닌가, 그냥 목소리가 걸걸한 양반인지도.

 

나도 규민이에게 저렇게 호소해야하는 날이 올까.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말이야, 정말 위로 받을 데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날 이해해주련?

 

엄마는 위로 받을 데가 없어 담배로 위로를 삼는데도 자식에게 민망하구나.

 

요즘은 도통 영화를 보지 않아 무슨 영화가 어떻게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영화는 보지 않지만, 김혜리의 영화를 멈추다, 란 한겨레 신문의 한 섹션을 좋아했는데, 그것도 이제 연재를 마친단다.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순간은 없었는데 김혜리의 연재는 아쉬웠다.

 

지나 데이비스가 야구선수로 나오는 영화 생각이 났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에스케이가 승리했다며 헹가레에 난리를 치고 있을 때.

좀, 도식적이지만, 나는 담배 핀 것으로 자식의 아량을 구하는 거구의 여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끼리만,의 풍경은 나로하여금 꼭 못된 생각을 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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