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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22
    셋째날, 후쿠오카(2)
    오리-1
  2. 2006/02/22
    둘째날, 유후인(3)
    오리-1
  3. 2006/02/20
    첫날, 구로카와 온천(5)
    오리-1
  4. 2006/02/20
    우리 엄마, 박정숙 여사(1)
    오리-1

셋째날, 후쿠오카


 

후쿠오카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지났다. 최미례가 근처에 또 맛있는 라멘집을 알아놨다고 그리고 데리고 간다. 유명하긴 유명한 집인가보다. 줄이 길다. 난 식탐이 별로 없는 편이라 서울에서도 줄서서 뭘 먹어보지 못했는데 여기와서 그 짓을 해본다.

 


 

유명하다는 라멘. 테이블 별로 절인 생강, 숙주나물 무침, 한국 김치 비스무리한 야채 등이 반찬으로 제공되어 있고 마늘과 마늘 빻는 기계도 놓여 있어 입맛대로 넣어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거기 메뉴가 몽땅 고기가 들어간지라 나는 공기밥을 시켜서 반찬과 먹었다. 일본은 공기밥에도 보라색 뭔가를 뿌려준다. 이쁘다.

 


 

식사를 마치곤 숙소에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시내 구경에 나섰다. 먼저 들른 곳은 우리 숙소가 있는 하카타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캐널시티이다. 캐널시티는 극장, 백화점, 식당 등 여러가지 건물이 모인 복합상업시설인데 건물들 사이로 긴 인공운하를 만들어 놓았다. 

 


 

일본의 자전거들. 일본 사람들 정말 자전거를 많이 타더라. 하기사 나같아도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겠는데 뭔 놈의 교통비가 그리 비싼지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나중에 일본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자전거를 가져와야겠다. 그게 남는 장사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선 한국처럼 비싸고 화려한 자전거복장을 빼입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양복을 입은 사람, 치마를 입은 사람, 장바구니를 든 사람... 생활 속에 자전거가 단거리 이동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듯 했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따로 자전거 도로가 별로 만들어져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보행자 도로로 씽씽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가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캐널시티 근처에 있는 수미요시 신사에 들렀다. 사람도 별로 없고 고즈넉한 신사. 몇몇 일본인들이 절을 올리고 돈통에 돈도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사 구경을 마치고 최미례랑 종훈이는 종훈이 친구가 여기 살고 있어 만나러 갔고 나랑 엄마는 텐진 구경을 하고 니시진으로 가기로 했다. 공기밥 한 그롯으로 점심을 때웠기 때문에 배도 많이 고프고 또 일본에 와서 일본 채식식당도 한 번 구경을 해보고 싶어 구글검색을 해서 니시진에 있는 '부키초'라는 채식식당을 봐두었다. 여기서부터 비극의 시작이었다. 텐진 구경을 하고 지하철로 니시진 역에 도착해서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보면서 식당을 찾기 시작했는데 일본 사람들이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편의점으로, 부동산으로, 꽃집으로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친절한 일본인들이 엉뚱한 식당을 가르쳐주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니시진 바닥을 샅샅이 훓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9시가 다 될때까지 돌아다녔지만 식당을 찾진 못했다. 짧은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그렇게 흘려 보낸 것이다. 배도 너무 고프고 다리도 너무 아파서 니시진 역 근처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그림을 보고 두부가 들어간 요리를 시켰다. 역시나 고기가 들어가 있었지만 건져서 엄마를 주고 허겁지겁 먹었다. 맛은 괜찮았다.

 


 

짧은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바다와 섬들.

 


 

엄마에게 재미있는 여행이었을지 모르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아주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었다. 보고 있으니 괜시리 맘이 센치해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짐이 되는 가족들도 많지만 난 가족이 있어 많은 힘을 받는다.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일 것 같다는 느낌. 이들이 없는 난 상상할 수 없다. 올 5월이면 조카가 태어나고 가족이 1명 더 는다. 첫조카가 그리 이쁘다고 사람들이 얘기해주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아이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 난데 조카라고 더 이쁨을 느낀다면 정말 혼란스럽고 내 자신에게 실망할 거 같다. 모쪼록 순산하길... 엄마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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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유후인


 

둘째날, 유후인.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온천지역이지만 이 계통의 업종(?)에 종사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미군기지와 기지촌으로 더욱 유명한 곳일게다. 기지와 관련한 인권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의 활동가들과도 꾸준한 교류가 있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고 나도 지난 2002년 서울에서 열렸던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여성네트워크 국제회의에서 유후인 해바라기회의 마츠무라 마치코 상을 만나서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녀는 일본의 유후인에서 ‘군대없는 마을 만들기’를 실천하는 평화운동가다. 95년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미군의 소녀 성폭행 사건 이후 일본정부가 오끼나와에 집중돼 있던 미군기지를 본토 다섯 곳으로 분산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유후인이다. 이 곳 단체에서는 '매향리'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미군기지의 문제를 지역의 현안으로만 사고하지 않고 지역과 국경을 넘어선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사고하는 주민들의 시각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유후인에서 미군훈련은 2월 1달 동안 행해진다고 하는데 이 시기 주민들은 훈련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밭을 대여해 작은 오두막을 짓고 미군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한다. 또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 만들기의 일환으로 지역통화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그녀는 지역통화가 지역에 뿌리내려 생활기초가 튼튼해지면 정부의 경제적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는 군사시설이 필요없다’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희망을 드러내었다. 국가, 제국, 군대라는 폭력 앞에서 주민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상식이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을 걷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평소에도 꼭 한 번 휴우인을 방문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지만 이번 여행은 효도관광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에 충실하기로 한다.

 


 

유후인 관광의 시작은 이곳 JR유후인역에서부터이다. 인포메이션에서 한국말로 된 지도 등 각종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위 사진(유후인 역을 등지고 찍은 거리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거리 양쪽으로 각종 가게며 기념품을 파는 숍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머 말하자면 유후인의 번화가쯤 되겠다.

 


 

일단 짐부터 풀기로 하고 예약을 해두었던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플로라하우스라는 곳으로 온천열을 이용해 예쁜 온실을 가꾸면서 숙박업도 겸하는 곳이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고 또 엄마가 꽃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아주 적당한 숙소였다.

 


 

플로라하우스 온실에서 찍은 각종 꽃들.

 


 

짐을 풀고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최미례가 이 근처 유명한 우동집을 검색해 왔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모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반응은 정말... 너무 짜다 였다. 이 집으로 인도한 최미례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따.

 


 

짠 우동맛을 가시기 위해 들어간 편의점. 맥주가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길래 일본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찍어보았다.

 


 

본격적으로 거리 구경에 나섰다. 번화가의 상점들은 딱히 뭘 사지 않아도 아기자기하게 볼 거리들이 많아서 눈이 즐겁다.

 


 

일본 전통술을 파는 가게도 보이고

 


 

귀에 익은 음악을 따라 가보니 '토토로의 집'도 보였다. 토토로 말고도 미야자키 하야오 에니메이션의 각종 주인공들이 가게 안에 가득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품들 뿐만 아니라 가게 자체도 참 예쁘다. 사진 아래 B라는 간판이 보이는 곳은 B-Speak이란 빵가게인데 롤케잌이 유명하다고 한다. 일본의 거리엔 이렇게 케잌을 파는 곳이 참 많다. 일본 사람들 단걸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다.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예쁜 케잌과 맛있는 센베.

 


 

거리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유후다케 산의 모습. 낮에 유후인에 도착했을 때만도 산봉우리까지 선명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구름이 봉우리를 가렸다. 더 이쁘다. 유후인은 사방이 이렇게 높이 1,000m 급의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인데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긴린코 호수로 인해 일교차가 커 아침 무렵이면 마을전체가 안개로 가득찬다고 한다. 그래서 유후인을 안개의 마을이라 부른다.

 


 

저녁은 숙소에서 만들어 먹기로 했다. 사먹는 게 사실 먹을 게 없고 비싸기도 하고... 술도 사고 과자도 사고 라멘도 사고 오뎅꼬치도 사고 두부도 사고 해서 한 상이 근사하게 차려졌다.

 


 

플로라하우스의 조식.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식사로 낫또가 나왔다. 내가 원래 콩요리는 좋아하지만 청국장을 싫어하는 관계로 낫또가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실처럼 쭉쭉 늘어지며 미끄덩거리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후쿠오카로 출발하기 전 찍은 거리 풍경. 간이역과 인력거. 유후인은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도는 것이 흔하다고 하는데(우리는 엄마가 자전거를 못타는 관계로 관뒀다)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인력거도 다니고 관광택시도 다니고 마차도 다니고 한다. 이제 후쿠오카로 다시 간다. 우리의 마지막날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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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구로카와 온천


 

우리 여행의 첫 날은 구로카와 온천이다. 구로카와 온천은 해발 700미터, 아소산 중턱에 자리잡은 소규모 온천지역으로 일본의 다른 유명한 온천의 큰 호텔식 료칸이 아니라 소규모 전통 료칸이 좁은 계곡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구로카와 온천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로 2시간 30여분 가량 걸리는데 구로카와로 가기 전에 스에다테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면서 찍은 스에다테의 모습.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이 약간 이지러져 보인다.


 

구로카와에 내려서 찍은 모습. 차길을 따라 이렇게 조그만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계속 양 옆으로 조그만 전통 료칸들이 보인다.

 

 

우리가 묵은 곳은 이코이 료칸(いこい旅館)으로 이곳 온천이 미백효과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이란다. 최근 자전거 여행 부작용으로 부쩍 늘어난 기미, 주근깨, 다크써클로 고민하던 나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맨날 보는 얼굴이라 잘 모르겠지만 오늘 보는 사람마다 좋아보인다 하니 일본까지 날아가 온천에 퍼질러 앉아있던 효과를 보는 것인지...

 


 

우리가 묵은 방 내부와 방에서 본 바깥 풍경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고 가운데는 티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티테이블 위에는 꽃무늬가 예쁜 통이 놓여져 있었는데 뚜껑을 여니 쟁반, 쟁반을 들추니 곱디 고운 차세트가 나왔다. 너무 예뻐서 한 컷~!

 


 

일본 전통 옷인지 뭔지를 입고 한 컷. 나랑 내 동생 최미례다. 5월 출산을 앞두고 있어 남산만한 배를 흔들며 이곳저곳을 신나게 다녔다. 나랑 엄마는 잠깐 온천만 해도 어질어질하고 지루하던데 쟤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온천을 좋아하나 모르겠다.

 


 

일본 양말. 게다를 신기 편하게 이렇게 앞이 쪽 갈라져 있는데 신고 있으면 약간 어색하다. 하지만 게다를 신기엔 아주 그만인 양말. 재밌다. 양말, 집에 들고 왔다.

 


 

한바탕 온천을 하고 나니 저녁을 먹으란다. 아침과 저녁, 간식은 료칸 이용요금(1인당 13000엔이 조금 넘음)에 포함이 된다. 일본 요리는 정말 화려하고 아기자기하고 인간적으로 쬐끄맣다. 밤이라 사진이 흔들려 보인다.

 


 

왼쪽 맨 위에 보이는 것이 구로카와 온천 지역 한정의 향토맥주인 '유아가리 비징’(湯上り美人)'이다. 평상시에도 카스, 라거, 하이트를 구분 못하는 나로서는 특별히 맛있는 지는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맥주병의 그림이 너무 깜찍하고 예뻐 찍어보았다. 메인으로는 철판요리가 나왔는데 고기는 동생을 주고 야채를 볶아 먹었다. 맛있었다.

 


 

동생과 동생 남편이다. 음식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온천을 한 판 하고 방에 돌아오니 간식이 놓여져 있었다. 단팥죽인데 일본식 단팥죽은 말간 국물에 팥알이 둥둥 떠 있고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크기의 납작한 새알심이 떠 있다. 보통 젓가락으로 새알심을 건져 먹고 국물은 마신다. 한국 것보다는 더 달다. 단팥죽 접시 아래 보이는 것은 일본 매실짠지인 우메보시. 무척 시다.

 


 

아침식사다. 뚝배기 단지엔 두부가 끓고 있었다. ^^ 일본사람들은 전부 밥을 그릇째 들고 먹어선지 밥상에 밥과 국을 놓을 곳이 없다.

 


 

낸 돈이 아까와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또 온천을 했다. 이곳 료칸들은 체크아웃이 오전 10시라 온천을 마치고는 짐을 싸가지고 카운터에 맡기고 근처 산책을 했다. 사진의 모습은 이코이 료칸 외부 모습인데 온천물에 삶은 달걀도 보이고 오뎅탕이 끓고 있는 솥단지도 보인다. 이것들을 사가지고 불가에 모여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면서 먹는 모양이다. 사먹어보지는 못했다.

 

 

그 옆으로는 족탕도 만들어 놓았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여기 옥수수가 많이 나는지 다른 료칸에도 곳곳에 말린 옥수수를 걸어놓았다. 색깔이 이뻐서 한 컷~!

 


 

여기는 구로카와 온천지역에서 슈크림으로 유명하다는 빵집이다. 빵도 빵이지만 인테리어도 너무 예뻐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여행을 오기 전에 혈당치가 너무 높아서 이번 여행에서 단 것은 금물이라 했는데 최미례는 정말 단 걸 잘도 먹는다.

 


 

빵집에 진열되어 있는 빵들. 정말이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 중 슈크림이 단연 맛있었는데 너무 달지도 않았고 특히 슈크림 빵 자체가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다르게 엄청나게 바삭바삭하다는 것!

 


 

거리 양쪽으로 온천장들이 죽 늘어서 있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을 중간에 두고 약 24곳의 온천여관이 늘어서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료칸들이지만 각기 다른 수질의 다양한 탕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해서...

 


 

이곳 구로카와 온천지역에는 온천여관조합 ‘카제노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판매하는 1,200엔짜리 입탕어음 ‘데가타’를 구입하면 3곳의 료칸을 이용할 수 있다.

 


 

‘신사(神社)’의 나라인 일본은 곳곳에 신사가 있다. 구로카와에서 본 자그마한 신사.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 기념품 가게 앞에 놓여있는 개 공예품이 예뻐서 한 컷 찍어보았다.

 


 

이제 다음 여행지인 유휴인으로 떠날 시간이다. 온천지역 계곡을 조금만 올라가면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참, 구로카와로 들어올 때 유후인으로 들어갈 때 풍경이 참 예뻤다고 엄마가 그러는데 버스만 타면 세상 모르고 잠이 들어버려서 아까운 구경거리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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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박정숙 여사


 

우리 엄마, 박정숙 여사. 올해 환갑을 맞았다. 평생 늙지 않을 것 같던 엄마의 얼굴엔 주름도 자글자글, 흰머리도 수북히 내려앉았다. 첨보는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어떻게 하다 삶이 이렇게 꼬였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그 때마다 부모님, 특히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다고 대답하였다. 우리 부모님은 많은 교육을 받지는 못하셨지만 지극히 상식 선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시는 분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싫다는 거 강요받아 본 적도 없고 하지 말라고 닥달 받아본 적 없다. 그래서 우리 사이엔 늘 비밀이 없었다. 대학 들어가서 학생운동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접한 것도 전라도 강진, 장흥 출신인 부모님의 아웃사이더 기질(우리 부모님은 한겨레신문 창간 때부터 독자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때문이었다 믿고 있으며 공부보단 데모를 전공하게 된 것도 최루탄이 난무하던 거리에 자식과 함께 참가했던 그분들 때문이었다. 결혼도 안하고 별다른 벌이도 없이 늙어가는 딸내미를 챙기면서 가끔 생각날 때마다 툭툭 결혼 얘기, 공부 얘기를 꺼내지만 병역거부 무죄판결이 났을 때도 젤 먼저 축하를 해준 것도 엄마였다. 나는 그런 엄마가 자랑스럽다. 

 

이번 여행은 평소 별로 효도도 못하고 살았기 땜에 환갑을 빙자해서 가족여행을 가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첨엔 근처 온천이나 제주도로 여행가자고 했던 것이 판이 커져서 일본 행으로 낙찰, 준비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후쿠오카 행을 결정했고 3박 4일 간의 온천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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