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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준비 하셨나요?

가을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도심에서는 그저 ‘날씨가 추운가보다’ 하고 생각하지만, 시골에는 아침에 서리가 내렸으니 이제 눈이오고 겨울이 오는건 금방일거다.
예전엔 겨울이 다가오면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시골이야 미리 땔감만 있으면 기쁜 맘으로 추수한 농작물 갈무리를 했지만, 도심은 김장담그랴 연탄들이랴 목돈이 들어가는것이어서 돈걱정부터 하기 일쑤였다. 달동네에서는 겨우내 땔 연탄을 들이지 못해 열장 스무장씩 들이기도하고 한두개씩 낱개로 사가기도했다.
내 기억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한집씩 돌아가며 김장을 담그고, 함께 담그고 나면 몇포기씩 싸줘서 돈 없어서 김장을 못담그는 집도 김치를 구할수 있었다. 겨울이되면 연탄을 빌려가기도하고, 누구네집은 연탄도 못들이더라는 소문이 나면 다들 안타까워하며 연탄도 꾸어주고...

 

점점 잊혀져서 요즘은 찾아볼수 없는 풍경들이다.
다들 아파트생활에 지역난방이라 수도꼭지만 틀면 뜨거운 물이 줄줄나오고, 혹은 도시가스가 들어와 겨울이되어도 ‘월동준비’가 그다지 필요치 않게되었다.
옆집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겨울은 어떻게 나는지 별 관심도 없고...
하긴 우리도 얼마전에 단독주택으로 이사왔지만, 아파트에 살아보니 내 옆집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두해을 지냈더라...

 

우리 생활이 편해진 만큼 우리가 잃어가는게 있다.
바로 ‘관심’과 ‘나눔’이다.
얼마전 화성에 사는 분을 만났는데, 농사를 안 짓는걸 알고는 주변 할머니들이 오가며 채소들을 항상 문앞에 가져다 놓는다고 하신다. 할머니들이 보기에는 뭘먹고 살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던게다.
수원만 하더라도 옆집에 불이나도 그저 돌아와서 혀를 차며 안타까와하는게 전부다. 그나마 도와주려해도 그간 서로의 사정을 모르니 도와줄 방법도 없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좀 색다른 월동준비를 해보는게 어떻겠나 싶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가져주고, 뭔가를 나누어보는거다.
한겨울 참사를 당했던 용산유가족들은 아직도 영안실과 용산 철거현장을 지키고 있고, 뜨거웠던 여름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처참하게 당해야했던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구치소에서 재판을 진행중이다.
내 바로 옆의 이웃 사정을 잘 모른다면, 이런 우리 주변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그리고 조그만 과일한봉지라도 사들고 용기내어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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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인권연대에 기고한 글이다.

정말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다들 잘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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