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모아 아와 [2]

from 2001/07/20 12:18
2. 떠난다는 것

그 날은,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천천히 고등어를 굽고 국을 끓여 밥을 먹고는 오랫동안 샤워를 했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는 것만 빼고는 다른 날들과 다름없이 평온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샤워를 끝내고 방안에서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있을 때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하얀 반 팔 티셔츠 위에 녹색 긴 팔 티셔츠를 겹쳐 입고 청바지에 스니커를 신고는 집에서부터 훌쩍 달려온 모양인지 숨이 차서 헉헉거리며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춥지 않니?]

[모르겠어. 달려와서...]

역시 웃으면서 그녀는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잠시 문가에 서 있다가 이곳에 올 때처럼 갑자기 훌쩍 웃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침대 위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꼬물꼬물 나머지 옷을 벗기 위해 꿈틀거리면서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아와, 빨리 들어와.]

몸에 물기가 있는지 확인해 본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진지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진지한 얼굴의 그녀일 때, 나는 그녀의 눈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녀의 눈 안에는 깊고 검은 우물이 있다.
우리는 아주 오래,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와가 마을을 떠나는 꿈을 꾸었어.]

[토모아는 마을을 떠나지 않아.]

[아와는 마을에서 한번도 나가 본 적이 없어?]

[나도 잠시 여행을 다녀오곤 하지만, 그건 마을을 떠나는 것과는 달라.
토모아는 마을에서 떠나면 안 돼.]

그녀가 눈을 감았고 나는 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벽지의 작은 꽃무늬들 틈에서 얼굴의 윤곽 같은 것을 찾아내고 있는 동안에 그녀는 잠이 들었고 나는 다시 돌아누워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책상 앞에 앉아 읽어야 할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와와 함께 떠나고 싶어.]

잠이 든 줄 알았던 그녀는 어느새 깨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와는 아직 토모아도 아니잖아?]

[곧 토모아가 돼. 이제 한달 후면 16살이 되는 걸.
어쨌든 떠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지금의 토모아는 벌써 104살이고, 토모아의 표식을 가진 이는 나 뿐이야.]

[아와의 생일에 돌아오자. 돌아와서 토모아가 되면 되잖아.]

돌아온다는 것은 떠난다는 것과 아주 다른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떠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루의 말대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금지된 일도 아니고 전에도 종종 여행을 다녀오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떠난다면,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왜 떠난다고 하니? 여행하고 싶다고 하면 안 돼?]

[난 떠나고 싶은걸. 여행하고 싶은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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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20 12:18 2001/07/20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