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포구 용강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용강아파트는 대략 30년쯤 된, 겉으로 보아도 안에서 보아도 아파트로 보이지 않는
무척 낡고 더러운 5층 건물이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딘가 더 좋은 곳에 살고 있는 집주인들이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하고
리모델링조차 하지 않은 허름한 집을 헐값에 세를 내놓았고
우리 엄마는 천에 삼십에 그곳에 5년째 살고 있다.
어느날 정부에서 철거예정이니 나가라는 공문이 왔다.
세입자들은 임대아파트 임대권이나 이주비용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대략 1년 쯤 된 일이다.
법에는, 세입자들이 임대권과 이주비용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엄마는 세입자들과 모여 소송을 했고 재판 결과는, 애매했다.
그래서 다시 소송을 하고 있고 재판은 12월 중순,
연말에는 결과가 나오기 힘들어 내년 초에나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이미 임대권과 이주비용을 다 받아 나갔다.
마포구에 따지니 행정착오였단다.
운좋은 사람은 행정착오로 받아나가고 운 나쁜 사람은 그냥 하나라도 받아나가랄 때 좋게 나가란다.
마포구 행정하시는 분 말하는 태도가, 영화에서 경찰이 범죄자 대하는 것보다 좀 더 심하다.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엄마에게 오늘 전화를 했다.
- 무슨 일 없어?
- 응...별 일은 아니고...
- 왜, 무슨 일 있어?
- 아니, 그냥...각오는 했던건데, 요새 용역이 들어와서 건물을 막 철거해.
아래집, 윗집, 앞집 다 철거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부수는 소리를 들으니까 너무 무서워.
겨울이라 너무 춥고. 다 철거해버리니까 집이 너무 추워서 비닐 사다 창문에 붙이고 있어.
그것보다 너무 무서워서. 용역이랑 싸우자니 말이 안통해.
마포구에 전화하니 불법으로 사는 내가 잘못이래.
일부러 겁주려고 다 뜯는 것도 같고. 보이는 앞 쪽은 안뜯고, 안보이는 데만 다 뜯어내.
- 우리집으로 우선 와.
- 집을 비우면 용역이 문을 부수고 집에 진짜 사람이 사는지 확인해. 집을 못비워. 밖에 오래 못나가.
- ......
할 말이 없었다.
전기세 못낼까봐 청소기도 못돌리는 엄마가 밤새 불을 켜놓고 잔다.
사람 사는 건물에서 사람 사는 집만 빼고 철거하면 거기 사는 사람이 안전할 수 있나?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주장하면 다 불법되고 나쁜 놈 되는 세상에
우리 엄마 어찌되려나.
평생 경찰이라고는 나 잡혀갔을 때 한번 만나본 우리 엄마, 제발 전경들은 만나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어디 빌 곳도 없다.
그래, 누구말마따나 열사만드는 세상이다.
올해 1월에 그분들이 그렇게 돌아가실 줄 누가 알았을까.
머리가 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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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마포구 용강아파트 다시
Tracked from 2009/12/07 14:48 delete개토님의 [마포구 용강아파트] 에 관련된 글. 철거 중에 66세 할아버지가 목매달아 자살하셨단다. 일단은 철거가 중단되었다. 남은 곳은 여섯 가구. 동절기 철거는 안한다더니... 추위에 대한 두려움. 정말 사악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부인은 오늘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는데, 전화도 꺼놓고 연락이 안된단다. 서울시에서 또 뭔가 수를 쓰고 있겠지. http://www.humanpos.kr/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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