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해당되는 글 1건

  1. 마포구 용강아파트 2009/12/03

마포구 용강아파트

from 우울 2009/12/03 00:32

엄마는 마포구 용강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용강아파트는 대략 30년쯤 된, 겉으로 보아도 안에서 보아도 아파트로 보이지 않는

무척 낡고 더러운 5층 건물이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딘가 더 좋은 곳에 살고 있는 집주인들이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하고

리모델링조차 하지 않은 허름한 집을 헐값에 세를 내놓았고

우리 엄마는 천에 삼십에 그곳에 5년째 살고 있다.

 

어느날 정부에서 철거예정이니 나가라는 공문이 왔다.

세입자들은 임대아파트 임대권이나 이주비용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대략 1년 쯤 된 일이다.

법에는, 세입자들이 임대권과 이주비용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엄마는 세입자들과 모여 소송을 했고 재판 결과는, 애매했다.

그래서 다시 소송을 하고 있고 재판은 12월 중순,

연말에는 결과가 나오기 힘들어 내년 초에나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이미 임대권과 이주비용을 다 받아 나갔다.

마포구에 따지니 행정착오였단다.

운좋은 사람은 행정착오로 받아나가고 운 나쁜 사람은 그냥 하나라도 받아나가랄 때 좋게 나가란다.

마포구 행정하시는 분 말하는 태도가, 영화에서 경찰이 범죄자 대하는 것보다 좀 더 심하다.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엄마에게 오늘 전화를 했다.

 

- 무슨 일 없어?

- 응...별 일은 아니고...

- 왜, 무슨 일 있어?

- 아니, 그냥...각오는 했던건데, 요새 용역이 들어와서 건물을 막 철거해.

아래집, 윗집, 앞집 다 철거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부수는 소리를 들으니까 너무 무서워.

겨울이라 너무 춥고. 다 철거해버리니까 집이 너무 추워서 비닐 사다 창문에 붙이고 있어.

그것보다 너무 무서워서. 용역이랑 싸우자니 말이 안통해.

마포구에 전화하니 불법으로 사는 내가 잘못이래.

일부러 겁주려고 다 뜯는 것도 같고. 보이는 앞 쪽은 안뜯고, 안보이는 데만 다 뜯어내.

- 우리집으로 우선 와.

- 집을 비우면 용역이 문을 부수고 집에 진짜 사람이 사는지 확인해. 집을 못비워. 밖에 오래 못나가.

- ......

 

할 말이 없었다.

전기세 못낼까봐 청소기도 못돌리는 엄마가 밤새 불을 켜놓고 잔다.

사람 사는 건물에서 사람 사는 집만 빼고 철거하면 거기 사는 사람이 안전할 수 있나?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주장하면 다 불법되고 나쁜 놈 되는 세상에

우리 엄마 어찌되려나.

 

평생 경찰이라고는 나 잡혀갔을 때 한번 만나본 우리 엄마, 제발 전경들은 만나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어디 빌 곳도 없다.

 

그래, 누구말마따나 열사만드는 세상이다.

올해 1월에 그분들이 그렇게 돌아가실 줄 누가 알았을까.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2/03 00:32 2009/12/03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