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from 우울 2009/06/02 17:07

사랑과 글을 쓰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것.

타인을 사랑하는 것.

세계를 사랑하는 것.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하면

'토끼의 눈'이나 '키쿠지로의 여름', '400번의 구타' 같은 걸 쓰고 싶지만,

나는 어린 시절 같은 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는 아마도 최소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이 말을 쓰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쓰더라도 나는 잘 알 수가 없게 된다.

 

나의 어린 시절은 천박해서

나는 그 모든 이유를 아버지에게 돌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린 아이들을 싫어했다.

 

나는 나 자신이 늘 부끄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특히 어렸을 때.

 

나는 가난하지 않은 척 했다.

부자인 척했다.

굉장한 집을 상상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는

아무도 우리집에 오지 못하게 했다.

 

비싼 운동화를 사기위해 울고,

동생은 나때문에 발가벗겨진 채로 집밖에 세워졌다.

 

부끄러운 것 투성이인 나쁜 아이였다.

 

선생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숨이 막힐 때까지 울거나 아픈 척 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의 도덕성에 확신을 얻어

반의 악인들을 뛰어난 언변으로 재판하고 형벌을 가했다.

겨우 5학년이었는데.

 

모두에게 인기있는 아이를 남들처럼 좋아하고

부끄러운 편지를 한번에 7장씩이나 보내었다.

 

나는 국민학교 6학년까지,

인생에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모두 해냈다.

 

컨닝을 한 건 아니었는데,

컨닝으로 의심받은 것도 지금까지 기억나는 걸 보면

나는 컨닝을 하고 싶을 정도로 시험을 잘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거다.

나는 그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다.

 

단 한 명의 선생도, 나는 존경해보지 못했다.

존경할 만한 선생을 가져봤던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부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선생이 될 뻔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뛰쳐나와서 모두 망쳐버렸다.

거짓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존경할 만한 어른이라는 것이 세상에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때, 나는 나를 좋아해준 선생님을 딱 한 번 만났었다.

그건 너무 이른 시기였던 걸까?

난 그 선생님에 대해서 별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다.

내 그림을 무척 인정해주고, 북돋아주고 나는 좋아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분의 얼굴은 기억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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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2 17:07 2009/06/02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