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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은 떠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죽인 전태일_이숭원

 

우리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죽인 전태일 

이승원(노동자역사 한내 사무처장)

 

전태일열사의 40주기를 맞이하였다. 살아계셨다면 환갑이 넘어 노년에 접어든 나이다. 금년에도 예외 없이 전태일열사 정신계승을 이야기하고, 많은 행사들이 열리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은 자본과 권력의 분리정책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양극화는 심화되고 계급적 단결도 못 이루고 있다. 이 가을 또 한 동지의 분신은 지난 40년간 굴곡은 있었으나 줄기차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착취하는 일관된 자본과 정권의 실체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얼마나 많은 열사와 희생자를 내어야 하는 것인가?

전태일열사는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스스로를 죽이고 우리에게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전체 노동자의 각성된 투쟁을 호소하였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에서 인용, 전태일지음/전태일기념사업회 엮음)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를 간절히 호소하고 목숨을 바친 것이다. 열사가 전사에게 남긴 유언이었다.

열사는 48년 8월 26일(음력) 출생하여 스물 두 살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힘든 생을 보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신문팔이, 구두닦이, 꽁초줍기, 하드장사, 우산장사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만큼 닥치는 대로 일했다. 어려운 환경에 초등학교를 중퇴했지만, 배우고자 했던 열망이 컸던 열사는 15살 때 청옥고등공민학교를 다닌 시기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16세가 된 열사는 1964년 봄 노동자가 된다.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시다’, 하루 열네시간의 노동에 일당 50원, 먼지 구덩이 다락방이 노동현장이었다. 열사는 그곳에서 노동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깨닫게 되었고,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고민하였다. 첫 번째 행동은 재단사가 되는 것이었다. 재단사가 되어 열악한 어린 여공들을 도와주려 했으나, 노동자인 재단사로서 열사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재단사들의 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 1969년 ‘바보회’를 만들고 평화시장의 노동실태를 조사하여 노동청에 진정했지만, 그들은 비웃음과 무시로 일관하였다. 그러나 열사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투쟁하기 위해 70년 4월 삼각산에 들어가 낮에는 수도원 공사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근로기준법을 연구하며 이후를 도모하였다. 결단을 내린 열사는 평화시장으로 돌아와 ‘바보회’를 ‘삼동친목회’로 바꾸고 투쟁조직화 하여 회장을 맡았다. 청계천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분석하여 [평화시장 피복제품상 종업원 근로조건개선 진정서]를 만들어 노동청에 진정하고 경향신문에 보도까지 되었다. 그러나 근로조건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삼동회원에 대한 회유와 협박만이 극에 달했다. 이에 본격적인 투쟁을 전개하기에 이르렀으나, 당국과 경찰의 방해공작으로 계획된 투쟁은 실패하였고, 결국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과 함께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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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열사는 조직 활동가였고, 정책가 이며, 사상가, 실천하는 운동가였다. 열사는 다섯 권의 일기를 남겼다. 자신의 활동과 사상, 느낌들을 적어 놓은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의 회상수기와 소설초안1,2,3, 모범업체 설립계획서 등을 남겼다. 현실을 극복하고 타개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과 행동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전태일열사의 40주기를 맞아 살아있는 열사의 정신은 바로 현재를 고민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나부터 변화하고 세상을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거보다 생활환경이나 소득이 나아졌고, 입고 먹는 것이 좋아졌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빈부의 격차와 노동에 대한 착취는 더 심해져 계급적 모순은 심화되었다. 현실의 모순을 바꾸려고 했던 열사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외장의 화려함과 행사의 다양함 보다 전태일이 꿈꾸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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