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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황시>_이성철

<황시>

 The Children of Huang Shi, 2008

 

이성철(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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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양자경, 조나단 리스마이어, 그리고 린다 미첼 등 호화 배역이 등장하네요. 1930년대 말(1937년 12월~) 일제 침공과 어수선한 국공합작 등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 영국 기자(George Hogg)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것입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에드워드 노턴과 나오미 와츠 주연의 <페인티드 베일>에 비하면 탱탱한 맛이 덜 하네요. 좋은 소재, 좋은 배우들이 무색해져 버렸습니다.

 

영국 기자인 호그는 일제의 난징대학살을 직접 취재하기 위해 적십자 요원으로 위장해 난징에 잠입하나, 자신이 찍은 학살 장면의 사진이 일제에 발각되는 바람에 참수를 당할 지경에 이릅니다. 이때 주윤발('천', 외국명 '잭')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하게 됩니다. 이후 곡절 끝에 호그는 중국 후베이성(호북성)의 황시마을에서 전쟁으로 고아가 된 어린아이들을 위해 살게 됩니다(사족입니다만 황시까지 가려면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후베이성 성도인 우한(무한)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다시 여기서 택시로 2시간 30분이 걸리는 먼 곳이랍니다. 1930년대 주인공이 상하이에서 여기까지 갔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겠지요). 호그는 취재를 위해 전선으로 다시 가려 하였으나, '리'(린다 미첼)가 남긴 도덕경의 한 구절을 보고 눌러 앉게 됩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라는... (<묵공>? ^^;;)

 

이후 호그의 열정으로 고아원에는 훈기가 피어나고, 아이들도 파란 눈의 이방인을 따르게 됩니다. 그러나 장개석 휘하 국민당 장교의 협박, 일제의 마을 침공 임박 등으로 약 60여명의 아이들을 간쑤성(감숙성) 샨다로 이주시킬 결심을 합니다. 북부 지방은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참고로 간쑤성은 지난 5월 대지진의 여파로 약 280여명이 사망한 곳이기도 하고, 팬더곰 서식지며, 둔황 등으로 유명한 실크로드의 시발점이기도 하죠(영화에서 황시마을의 재력가인 왕사장으로 나오는 양자경이 호그에게 [실크로드]라는 영문판 책자를 선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의 복선인 셈이죠).

 

황시에서 샨다까지의 거리는 1천 킬로가 넘고, 눈보라가 치는 겨울 산을 수없이 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끌고, 밀고, 지고, 메고....간난신고 끝에 샨다에 이르게 됩니다. 나중 이 일을 회상하는 생존자들은 이를 두고 "작은 대장정"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호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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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두고 중국판 <쉰들러 리스트>라고 하는 분도 있군요. 저는 오히려 캐나다 출신 의사 노먼 베쑨을 떠올렸습니다. 모택동 군대와 함께 대장정을 함께하고 그 도중에서 가없는 인술을 펼친 사람입니다. 참고로 언론쪽에서는 <중국의 붉은 별>을 쓴 에드가 스노우 역시 중국인들로부터 지금까지 존경을 받고 있는 분입니다. 예컨대 에드가 스노우의 묘비는 지금 북경대학 구내 미명호(未名湖) 옆 야트막한 동산에 마련되어 있고, 베쑨의 경우 길림성 장춘시에 동상과 그의 이름을 딴 약학대학이 있을 정도입니다. 베쑨의 중국 이름은 백구은(白求恩)입니다. 베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도 비디오로 나와 있습니다만, 구해 보기는 여의치 않을 것 같네요. 중고 비디오점에 혹 있을 지도 모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들 보시길...그의 전기는 실천문학사에서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한편 호그 역시 생전에는 '피그'(Pig)라는 별명으로 아이들의 우스개거리가 되지만, 사후 '허커'(何克)라는 중국 이름을 갖게 됩니다. 영화 말미에 한 생존가가 회상하는 한 마디 말이 이 영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인을 돕고 투쟁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중국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가령 티벳을 위해 싸운 사람들에게는?

 민족주의는 자칫하면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또는 <인크레드블 헐크>가 됩니다. 굳이 배링턴 무어를 들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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