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돈은 누가 가져갔을까?

정부 국정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8월말 현재 누적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37%나 증가했다고 한다. 금액만으로 무려 1641억 달러라고 한다. 이 상태로라면 올 연말까지 수출은 약 2450~2500억불에 이르고 무역흑자만도 250~300억불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정부 표현대로라면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는데, 수치만으로 따지면 이런 자화자찬이 그닥 어이없는 일도 아니다.

 

그냥 그대로만 보자면 축하할 일이다. 경하할 일이로다. 수출 잘 되어서 흑자가 펑펑 쏟아진다는데야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데 어째 뒷맛이 씁쓸하다. 수출이 잘 되어서 흑자가 난다고 정부가 국정브리핑 자료까지 쏟아놓는데도 불구하고 어째 주머니 사정은 날이 갈수록 찬바람만 휭휭 불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가?

 

 



소비자평가지수라는 것이 있다. 현재의 경기나 생활형편이 6개월 전과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하는 지수로서 기준치 100보다 떨어지면 부정적 반응을, 그 이상이면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IMF 당시 이 소비자평가지수가 65.9였는데(1998년 11월) 현재는 63.1이란다. 먹고 살기가 IMF 당시보다도 더 힘들다는 이야기다.

 

소비자기대지수라는 것이 있다. 소비자평가지수와 반대로 앞으로 6개월 후에 경기나 생활형편이 나아질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인데, 이 역시 IMF 당시(86.7)와 비교해서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87). 고로 주머니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는 것은 비단 행인뿐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가능한 것이다. 덕분에 다가오는 한가위 어떻게 보낼지 깜깜한 일이다. 서민들은 차례상 올리기가 버겁기만 한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덕담이 아니라 저주가 될 판이다.

 

조기 한 마리에 30,000원, 무 하나에 3,000원이란다. 서민생활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고 있는데, 정부에서 내놓은 안이라는 것이 물량확보를 통한 시장수급조절이란다. 언젠 물량이 딸려서 값이 올라갔나... 기껏 소비부양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특소세 인하정책인데, '대한민국 1%'를 위한 이번 정책에서 서민은 완전 배제되어버렸다. 추석맞이 선물로 최하 300만원 하는 PDP 선물할 서민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라나?

 

수출호황이므로 경제사정 이상 없다고 큰 소리 뻥뻥치는 정부의 발표는 그래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돈은 그렇게 많이 들어오는데 도대체 그 많은 돈은 누구 주머니로 다 갔단 말인가? 일단 내 주머니로 들어오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 주변에 아는 사람들 역시 주머니사정이 낳아진 것은 보지 못했다. 서민경제는 완전히 얼어붙고 시장바닥은 찬바람만 불어대는데, 돈은 남아돈다고 난리다. 공허한 정책만 언론에서 터져나오고 그 공허함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가슴은 구멍이 숭숭 뚫린다.

 

나라의 살림이 건실해지고 있다는 발표가 피부에 와닿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경제구조에 뭔가가 변화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농민들은 쌀농사지은 거 다 갈아엎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찬바람 불면서 일자리 걱정을 해야하고,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과금을 못내 당장 전기 수도 가스 끊길 위기에 처한 서민들은 선선해지는 가을날씨가 부담스럽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국민"이라는 자조가 일본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찬바람 부는 길거리에 몇만인지도 파악이 되지 않는 노숙자들이 썩어들어가는 몸을 뉘일 곳을 못찾고 있는 상황에서,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며 수출 잘 된다고 떠드는 정부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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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3 16:46 2004/09/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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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안녕하세요.
    전 지금 안동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을 찾아뵈려고 벼르고 있어요.

    추석 때까지 1000가지 중에 뭘 고를 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

  2. 허거.... 천가지씩이나.... 그런데 품목을 모르고 있으니 그 중 뭘 고를지 감감하네요.... 흠흠... 주사위나 볼펜 굴려봐야 6가지 중 하나... 천가지라... 심히 초난감...

  3. 행인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여쭙는다기 보다는 부탁드릴 일이라고나 할까요?) 메일 주소 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

  4. rmlist/ 음... 왠지 떨리는 이 두려움의 정체는 뭐져??? ㅋㅋㅋ
    finger@kdlp.org
    많이 많이 애용해주세요~~~ *^^*

  5. 네..벌써 이용하고 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