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다 살다보니~~ 허거...

현재(2004년 9월 17일 낮 2시 30분 : 이날 꼬옥~~ 기억하고 있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불끈불끈 솟는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국민은행 입구에서 10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집회의 영향으로 여의도 지하철역에서 국회의사당 방면으로 열려있는 지하차도가 폐쇄되어 있고, 산업은행 앞과 옆에 1002중대와 1003중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민주노동당사 앞에는 1001중대가 배치되어 있다~!!!!

 

집회주제는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 반대"이고 참가자는 재향군인회, 대한 상이군경회, 자유총연맹, 기타 엄청나게 많은 보수 우익단체들이다.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장엄한 애국가와 흘러간 군가들을 연신 틀어대면서 국가보안법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빨갱이 좌익세력들에 대하여 살기어린 비판 구호를 토해내고 있다. 아직은 따가운 햇볕에 그늘도 없는 길바닥에서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들의 우국충정이 장하다.

 

사실 손에 든 태극기와 어깨에 두른 "국가보안법 결사반대" 띠, 머리에 두른 이상한 띠와 방송차에서 흘러나오는 전시동원체제 선동 비슷한 방송을 제외한 채 나와 있는 사람들의 면면만 본다면 탑골공원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분위기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다가 앞쪽에서 뭔지 모르지만 "~하라~~!!"라는 구호가 나오면 "하라!! 하라!! 하라!!" 삼창 하고 나서 다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든다. 힘도 드실텐데 그냥 얼른 집으로 가시는 것이 좋겠다 싶다. 



토론회가 있어 외부에 있다가 당사로 들어오는데 이 거동도 불편한 할아버지들을 대비해서 길에 깔린 1002, 1003 중대의 살벌한 모습을 보면서 참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당사 앞에 도착하자 더욱 어이가 없어지고 말았다. 당사 앞에는 1001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지금도 헷갈린다.

 

집회의 2차 택이 민주노동당사라는 이야기가 돈다. 뭐 행인이 집회를 주도해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젤로 꼴보기 싫은 넘들 있는 곳이 주 타격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 암튼 당연한 수순인데, 그럴지라도 당사 앞에 경비를 1001이 서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허탈함을 느끼게 한다. 쟤네들이 들고 있는 저 방패 중에 내 머리통을 후려갈긴 방패도 몇 될터인데...

 

시설물 보호요청이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번 재향군인회 당사난입사건도 있고 해서 경찰들이 알아서 왔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는다. 민주노동당이 외부 비판세력의 진입이 예상된다고 해서 경찰병력으로 당사를 보호해야하는 것이었던가?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는 충분히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도통 이게 제대로 된 것인지.... 내 머리가 참으로 아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인생의 아이러니라는 것이 느껴질 나이가 된 것도 아닌듯 한데 그런게 느껴진다. 나를 주어패던 저 방패, 내가 들이 박고 철천지 원수처럼 밀어붙이던 저 방패가 오늘 나를 지켜준다고 와있다. 방패를 사이에 놓고 피터지게 싸웠던 그 수많은 문제들이 이제 해결된 것인가? 전혀 그렇지는 않은데, 그렇다면 내가 저들의 질서 안으로 편입되었다는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큰 일이다. 내가 그동안 부정했던 것이 바로 저들의 질서였으므로.

 

아...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이 헷갈리는 날을 당분간 기억해놓아야 하겠다.

날씨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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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7 14:51 2004/09/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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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님 만큼 저도 도통...뭐라고 표현해야 할지...쩝
    어케 받아들여야 할지...흠...

  2. 그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현장에서는 혈서쓰고 할복하고 난리가 났었다는데... 한 10000명 모였다죠... 앞으로도 이렇게 경찰병력이 당사 지키러 오게 될런지 갑갑합니다. 이게 정상적인 것인지 좀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좋은 생각 나시면 이야기해주세요~~ ^^

  3. 어제 일이 있어서 kbs에 가는데 아예 길을 막아두었더군요(지하차도 있잖아요) 그래서 삥삥 돌아서 본관 앞으로 갔는데 거기는 전경 버스가 빽빽히 들어차있어서 거의 곡예하듯이 들어갔어요.아저씨들...까맣고 주름진 얼굴의 아저씨들, 시골에서 올라오셨을 것같던데 안쓰럽더군요...

  4. 집회 자체를 싫어하는 거군요
    내용문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