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민주노총 대대의 향방은??

* 이 글은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 에 관련된 글입니다.

민주노총 교선실장 이수봉이 작성한 민주노총 2.22 계획문건의 전문이다. 실로 난감하기 이를데가 없다. 차라리 박정희 시대 유신회의 체육관 선거를 보는 것 같다는 평등노조 활동가 동지의 한탄이 귀에 저려온다. 언젠가 누군가가 "민주노동당에 '노동'이 없다"는 비판을 할 때, 그저 유구무언 죽을 죄를 지은 것같은 참담한 심정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오늘 이수봉의 문건을 보면서, "민주노총에 '민주'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오바인가... 일단 전문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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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위기의 의미

민주노조운동은 이제야말로 기로에 서있습니다. 1년전 이수호집행부가 탄생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선거에 의한 집행부의 교체였을 뿐이고 실제 그동안 민주노총내에 분파적 사업작풍은 여전히 남아 집행부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진정한 혁신의 길로 들어서려는 순간 분파주의자들도 자신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직감하고 전면적 공격에 나서 실질적으로 민주노총집행부를 마비시킬려고 하고 있습니다.

혁신한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내부 분파주의자들의 완강한 저항을 극복하고 진정한 혁신적 노동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고비입니다.

우리 운동이 사실 선거에서 표 더 받았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전투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정체성과 발전이 담보된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하는 순간입니다.


2.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

-관건은 폭력과 의사진행방해가 없는 대회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참관인을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본부의 허가를 받은 질서유지대. 안전요원을 제외한 단순 참관인은 입장을 불허해야합니다.
둘째 토론은 하되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호히 경고조치하고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셋째 질서유지대가 충분히 조직되어야합니다. 우선 500명을 목표로 조직되어야합니다.
넷째 대대당일 대의원들을 상대로한 홍보물이 나와야합니다.
다섯째 대회장 주변에서 조합원총회 등으로 민주노총사수결의대회를 조직해야합니다.

*동지들 중에는 이런 물리력을 준비하는게 필요한가 회의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사실 지금 여러 정황 상 폭력 행사한 분파주의자들이 움츠려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지들! 만반의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0.1%의 가능성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번 대대의 컨셉은 힘있는 민주노총의 재건입니다. 단순히 대대 안건을 처리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땅에 떨어진 민주노총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대중적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파주의는 대중노선으로 극복해야합니다.

3. 내부단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지금 그동안 집행부에 반대해온 동지들에 대해 최대한의 설득을 하고있습니다. 사실 반대파 진영내부에도 이견들이 있어서 폭력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동지들이 있습니다.
대대전까지는 최대한 설득해서 이견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4. 동지들! 지금 동지들이 움직일 때입니다.

역사는 이번 대대를 민주노조운동의 커다란 분기점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그동안 분파주의와 파행으로 얼룩졌던 민주노조운동이 2월22일 대대를 기점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기록할지 아니면 분파주의의 책동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당기간 한국노동운동의 침체기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기록될지가 판가름나는 순간입니다.

이제 10일 남았습니다.

긴급제안을 하겠습니다.
첫째 각 연맹들은 대중조직을 발동해주십시오. 조합원총회가 가능한 노조들은 조합원총회를 대대주변에서 개최해주십시오.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민주노총폭력추방결의대회를 진행해주십시오.

둘째 각 현장조직들 실노회, 기노회, 자주회 등 전국회의조직들과 가능한 모든 현장조직들은 전조직원 동원령을 내려주십시오. 민주노총사수 결의대회를 대대장소근처에서 진행해주십시오.

셋째 안전요원을 조직해주십시오. 각 연맹 및 조직별로 최대한 조직해주십시오.
본부에서 안전요원 패찰을 준비해서 대회장에 입장시키고 질서유지업무를 맡길 것입니다.
(폭력행사하는 사람을 저지하는 것이 주요임무이지 사람을 패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금속에서 100명을 조직해야합니다. 현재 연맹체계가 무너져있기 때문에 전국회의동지들이 책임져야합니다. 그리고 각 연맹별로 엄선된 동지들이 적어도 50명 이상씩 조직되어야합니다.

5.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닙니다.

- 충돌이 일어나면 항시 양비론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우리를 찬성하는 동지들도 약간은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우리 실력을 넘어서는 것 아닌가? 반대파들과 어느정도 협상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등등

- 동지들 분명히 합시다. 대중조직의 정당한 의사진행과정을 야비한 전술로 방해한 쪽이 누구입니까?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참아왔습니까? 얼마나 설득해왔습니까?

- 지혜롭게 이 난국을 처리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봅시다. 설득도 하고 필요하면 협상도 하고......
그러나 분명히 할 것은 이제 머뭇거린다면 민주노총의 지도력은 땅에 떨어지고 아무것도 못합니다. 우리의 무책임성을 보여주고 결국 분파주의에 발목이 잡혀서 민주노조운동의 쇠락을 보게될 것입니다.

동지들! 기운냅시다. 그동안 참고눌러왔던 우리의 분노와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전 조합원과 전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줍시다.
동지들 2월 18일 노연과 전국회의 합동 회의를 하여 조직을 점검하고 작전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18일은 그동안 준비된 조직과 정보를 취합해서 종합전술을 수립하는 날로 합시다.


동지들! 우리가 역사와 사회를 끌고갈 능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시다.


2005.2.12

민주노총 교선실장 이수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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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대에서의 단상점거사건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사실 이 사건에 대해서 국외자의 입장으로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어색할 뿐만 아니라, 단상점거의 과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여러가지 감정이 있어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런데 이수봉의 결사항전식 선동문을 보면서 속이 끓어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500대오로 이루어진 질서유지대로 행사장을 봉쇄하고 참관인의 출입을 일절 제한하며 의사진행방해라고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의 발언을 불허하라! 혁신적 노동운동은 사회적교섭에의 참가에 방해가 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완성된다! 그리하여 30년 전에 박정희가 진행했던 체육관 선거의 역사적 현장을 부활시키라! 그것이 "역사와 사회를 끌고갈 능력"이다!! 이건가???

 

참고 눌러왔던 이수봉이 이야기하는 "우리"가 누군지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 수많은 비정규직, 장투사업장, 비조직 노동자들... 이들이 그동안 민주노총만 바라보며 참고 눌러왔던 요구들을 "사회적 교섭"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기본적으로 교섭 또는 합의라고 하는 것은 쌍방간의 힘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전부를 얻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승리를 안을 수 있는 교섭 또는 합의라는 것은 전적으로 양 당사자의 힘이 팽팽하게 맞서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미국과 이라크가 합의를 할 수 있는가? 지금 모든 것을 다 쥐고 앉아서 거수기 역할을 할 대상만을 기다리고 있는 자본과 정부에 대해 무엇을 손에 쥐고 합의를 할 것인가? 이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판에서 대대 대회장을 물리력을 동원해 봉쇄하고 폭력적 분위기 속에서 표결을 유도하는 그 모습이 과연 합의를 준비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 말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자제하기로 한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위기라고 해도, 그 안에서 불굴의 의지로 투쟁해온 수많은 동지들을 믿기에 이 험악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고 믿기 때문에라도 더 많은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더불어 이수봉이 제시한 이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대대가 성사되고 되지 않고의 여부를 떠나 대회장을 둘러싸고 500대오의 사수대가 물리력을 바탕으로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결코 '민주'노총의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체육관 선거를 재연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즉시 민주노총은 말 그대로 붕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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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7 22:52 2005/02/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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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노총에 민주가 없다.'는건 넘 절망적이군...에효~

  2. '전노협'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요?

  3. 오늘 20년 동안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올해부터 아주 작은 조직이긴 하지만 전국 조직의 의장을 맡은 한 선배를 만나 이야기 나누던 중... 80년대 후반에 어용이라 칭해지던 집단이 현재 민주파라 칭해지는 집단보다 더 민주노조에 가깝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모르는 저에겐 지나치게 어두운 전망이지만... 그게 현실인 것은 인식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