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 떠들기 전에...

행인[난감한 현상] 에 관련된 글.

 

 

제1야당의 사무총장이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고 모든 당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술자리에서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사자는 만취한 상태에서 그 여기자를 음식점 주인으로 알고 그랬다면서 해명을 했다고 한다. 가관이다.

 

설령 여기자가 아니라 음식점 주인이었다고 해도 그렇다. 만일 그랬다면 그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는 건가? 기절할 노릇이다. 공당의 사무총장이면 사회의 최상급 '지도층'인사다. '지도층'인사가 이렇게 지도적으로 손을 잘못 놀리는 판이니 온통 미디어에 전국에서 벌어지는 성폭행 기사가 도배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검찰간부출신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했던 전력을 가진 3선의원께서 벌인 일치고는 대단히 어처구니 없는 짓거리다. 형법 298조에 규정된 강제추행죄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15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되는 범죄라는 것을 이 사람 모르고 한 짓은 아닐 거다.

 

참고로 대법원이 이런 판례를 내린 바 있다.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핼 또는 협박을 한다함은 먼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판 1994.8.23 94도630)."

 

사법시험 치루시고 검찰간부까지 역임하신 분이니 이 판례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는 너무나도 잘 아실 것이고, 이제 쇠고랑 차실 준비만 하면 되겠다. 강제추행죄가 친고죄인지라 해당 여기자가 신고하지 않을 것을 바라고 있겠지만 처벌 여부를 떠나 기가 막힌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분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이 당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 성범죄자들에게 전자팔찌 채우자고 법안까지 발의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성범죄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급등하자 이에 호응하여 외국의 사례까지 들먹이며 내놓은 것이 이 법안이었다. 사실 그 법안 하나로 많은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어 꽤나 짭짤한 장사를 한 경험이 있다. 외국 전자팔찌 사례의 실상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거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거라고 비판하면, 이걸 갑작스레 범죄자 인권과 연관을 지어 "왜 니들은 범죄자의 인권만 생각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생각지 않는 건가" 하며 힐난했던 정당이 바로 이분 계시던 당이다.

 

그런데 이렇게 성범죄에 대해 지극한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정당의 구성원들이 가끔 언론에 엉뚱한 일로 기사를 탄다. 예를 들어 이 당에서 술먹는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술성영이라는 국회의원께서는 술집 주인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성기비하의 욕설을 퍼부었는데, 이걸 기사로 냈던 한 언론사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한다고 난리를 친 바 있다. 혹시 이번 사무총장 사태를 보면서 술집주인에게 그런 욕설 했기에 망정이지 언론사 여기자에게 했더라면 큰일날뻔 했다고 안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분 역시 검찰출신이다. 대한민국 검찰들 중 일부가 기업으로부터 떡값받아 술집에다 뿌리면서 입으로 손으로 별 짓을 다하고 다니다가 국회의원이 되신 관계로 검찰 후배들까지 얼굴에 먹칠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자못 궁금한 것은 이번 사태를 유발한 해당 정당의 사무총장께서 자기 정당이 발의한 법안의 통과 후에 전자팔찌를 차게 될 것인가이다. 불행이 될지 다행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 봉변을 당한 기자가 행여 고소를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여차직해서 고소한 콩밥 사뿐하게 드시다 나오면 뽀얗게 물오른 팔목에 전자팔찌 차시고 때마다 삑삑삑 신호음 발산하면서 여생을 조용하게 보내실라는지 그거이 궁금하다는 거다. 이 무슨 허무개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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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7 07:41 2006/02/27 0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