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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홍실이님의 [Mourn for the Dead, Fight for the Living!] 에 관련된 글.

오늘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일 행사에 다녀왔음.

 

아침에 언론사에 보도자료 팩스 보내는 거 도와주러 MassCOSH 들렀다가 행사장에 갔는데... 무려 이런 곳에서....

(보도자료는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래도 좀 배웠다고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더라 ㅎㅎㅎ 신났어...)

 

 

 



The Massachusetts State House, showing the Charles Bulfinch-designed building

(사진: 위키피디아에서 퍼옴)

 

여기는 매사추세츠 주 의사당 건물. 저 금딱지 돔을 볼 때마다, 한국 국회에 저 요상망칙한 문화가 수입되지 않은 걸 퍽이나 다행으로 여기곤 했었다. 

 

우선 보스턴의 시민광장이라 할 수 있는 Boston  Common 옆 Boylston 거리의 건설현장에서 사전 행사를 간단하게 가졌는데... 여기는 지난 4월 초에 비계 설치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추락하여 본인과 그 밑을 지나던 운전자까지 사망했던 곳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매사추세츠 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78명이란다. 한동안 감소하던 것이 최근 다시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선글라스 끼고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는 아자씨가 AFL-CIO 매사추세츠 지역본부장 (이렇게 말하면 되나???)이고, 뒤에 보이는 안전모 쓴 아자씨들은 바로 뒤 현장에서 일하다가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다.

 

 


 

좁아 죽겠는데 기자들이 어찌나 설레발을 치는지...  그래도 AFL-CIO 지역 본부장 아저씨는 언론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Marcy의 해석에 의하면 올해는 이주 노동자 이슈도 큰 데다가, 바로 지난 4월의 사고 때문에 언론이 비교적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거 같다고... 대표 일간지라 할 수 있는 Boston Globe (하워드 진 할배가 자주 기고하는 나름 리버럴 신문) 는 오늘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물론 보도자료를 준비했던 Khadijah 는 기사가 거지 같다고 화내기는 했다만 ㅡ.ㅡ  지난 2주 동안 그래도 지역 유선 방송들에서 인터뷰나 관련 기사를 꽤 내보냈다고 한다.

 

 


 

이 작은 체구의 언니가 MassCOSH 의 디렉터인 Marcy.... 차분하고 바지런하다는 표현이 딱... 조용조용, 그리고 단호하게...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음.

 

 


 

현장 노동자들의 모습...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아자씨.. 조심하셈...

 

 


 

사전 행사 끝나고 의사당 건물까지 행진 (이라기보다 설렁설렁 걸어서) 한 후, Nurses Hall에서 추모식을 했다. 작년에 사망한 78명의 노동자 이름과 그들의 직업, 나이를 하나씩 호명하면서 분위기 참으로 숙연해졌더랬다. 사진에 등장하는 두 처자는, MBTA (매사추세츠 대중교통서비스)에서 도급 노동자로 일하다가 산재를 당한 이의 딸...  공공부문은 OSHA 손길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하더군. 이 바로 전에는 일을 시작한지 2주만에 산재를 당한 브라질 이주 노동자의 아내가 나와서 흐느끼는데 마음이 정말 짠했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 그 남은 가족들은 도대체 어찌 살아가야 할까나....

 

 

 


 

이 언니는, AFL-CIO 지부의 산안부장 쯤 되는 양반이다. 오늘 집회에서 가장 강경하고, 가장 단호한 어조로 산안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파르르~

마침, 오늘 신문 보도에 의하면, 올해 초에 일어났던 광산 노동자들의 함몰 사고 당시, 공기공급 구명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게 유일한 생존자를 통해 폭로되었다. 뉴스를 놓쳤었는데 이전에 텍사스에서 일어난 정유공장 대형 폭발 사고가 "노동자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단다. 적절한 훈련의 부재와 부실한 안전 설비, 이윤만을 위해 쪼아대는 작업 환경.. 이건 도대체 잘못이 없는 거냐구..... ㅡ.ㅡ

 

 

 


 

행사장 한 편에는, 작업 현장에서 쓰이는 도구들과 희생된 노동자들의 사진.. 그리고 꽃이 놓여져 있다. 저 키보드를 보니 잊고 지내던 어깨 통증이 다시 도지는 듯한.. ㅡ.ㅡ

 

 


 

행사 마지막에, MassCOSH 활동가들이 나와서 노래를 했다.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웃음이 풋... 하고 터져나와 민망..

한국 같으면 노래패가 나올텐데....

북치고 장구친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구나....

오늘 아침부터 Marcy 와 계속 같이 있었는데,

출근하자마자 홈페이지 업데이트하고, 어제 다른 volunteer가 잘못 복사한 유인물 다시 복사하고, 계속 울려대는 문의 전화 받고, 다른 활동가들의 쉴새 없는 요청에 대꾸하고 (그 좁은 사무실 사방에서 Marcy! 이것 좀 봐줘, Marcy! 이거 어떻게 해야지?) 지하철 타고 가면서 오늘 발표할 내용 점검하고, 현장에서 연설하고.... 그러더니 심지어 노래까지 부른단 말이냐.... 

 

노동보건, 폭넓게 말하자면 "노동문제 전반"이 주목받지 못하는 미국 사회에서 이렇게 열심히들 애쓰는 모습을 보노라면, 한국에 앉아 미국 노동운동이 망한 이유가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하던게 좀 머쓱해진다. 사회변혁은 완수 가능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해방의 운동으로,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참,

의사당 건물 들어갈 때 보안검색을 하는데, Khadijah 가 어떤 중년 아줌씨한테 반갑게 손을 흔들길래 누구냐고 했더니, "우리 엄마" 란다. 너네 엄마 여기 왜 오셨는데? 물어보니까... 완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왜 오긴... 울 엄마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라니까.... 오늘 행사에 당연히 와야지!!!"

음. 그렇지... Khadijah 는 진짜 생기발랄...

 

아우..

근데... 오랜만에 아침부터 부산 떨었더니 졸려서 죽어버릴 거 같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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