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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늘의 세계적 가치]

홍실이님의 [기록들...] 에 관련된 글.
홍실이님의 [좋은 선생이 되려면....] 에 관련된 글.

예전에 원서인 Global Values 101 로 일부를 읽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번역된 국문판으로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나오미 클라인, 라니 구니어, 에이미 굿맨의 인터뷰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물론 하워드 진, 노엄 촘스키의 것도 빼놓을 수는 없다. 여기 실린 글들은, 책을 읽는 누구나에게 교훈을, 고민거리를 던져주지만 특히나 원래 대상으로 삼았던 미국 주류사회의 진정한 계승자들 (글로벌 리더, 우리식 표현으로라면 사회 지도층인사??? 누가 누구를 지도하는지 모르겠다만)인 하버드생들에게 '자기 성찰'과 '가능한' 실천적 삶에 대해 고민을 요구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들이다. 이 16인의 인터뷰 글 속에는, 한편으로 감동과 치열한 고민들이 담겨 있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 내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한 의문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도주의 활동가로서 제니퍼 리닝의 진정성이나 헌신을 의심하고픈 맘은 조금도 없다. 그녀의 강의를 직접 들은 적이 있는데, 나즈막하지만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경제적/정치적/역사적 정황들을 떠나 순수한 민족갈등(?), '인종말살(genocide)'의 파국적 결과, 인도주의적 개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녀가 속해있는 건강과 인권 센터도, 911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자행하고 있는 인권유린에 대해 침묵한 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가져온 건강 피해조사에 나서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고... 폴 파머의 Haiti 활동도 이런 면에서 아쉽기는 마찬가지... 어쩌면, 제국주의라는 국가집단의 속성과 개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개인과 국가를 동일시하려는 미숙한 나의 무의식이 문제일 수 있겠지만, 도대체가 병주고 약주는, 이 미국이란 사회가 못마땅하다는게 본심인 거 같다. 그럼 미국인 개인들도 하나같이 제국주의에 손발 맞춰야 "언행일치"라며 속이 시원하겠냐? 라고 이야기하면 그건 아니고... ㅡ.ㅡ 책 내용과는 별도로 한 두마디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원서 가격이 14불 (약 1만 3천원)인데, 번역서의 가격이 1만 5천원인 현상은 어찌 이해해야 하나? 1인당 GDP가 3배 이상 차이나는데 책 값이 더 비싸다니??? 번역서의 종이 질이 어찌나 좋은지(?) 책 무게도 두 배 이상인 듯 싶다. 원서는 문고판에 재생용지로 되어 있고 그림 한 조각 없다. 예전부터, 한국의 책들이 종이질이 너무 좋고 페이지 여백이 많은 것이 불만이었는데 두 권을 같이 놓고 보니까 불만이 더욱 증폭! (한때, 여백많고 종이질만 쓸데 없이 좋은 책들이 미워서, 페이지 당 글자수에 따라 책의 단가를 매겨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으나 시를 비롯하여 글자수 많은 것만이 장땡이 아니라는 주변의 지적으로 이 의견은 철회했다) 역자이신 신기섭님은 원문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현장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셨는데, 조금 더 의역을 했더라도 좋았을 걸 그랬다. 인터뷰 당시에는 구어체로 말을 해도, 글로 옮기다 보면 문어체가 되기 마련인데, 이걸 다시 우리말로 옮기다보니 다소 어색한 표현들(현실에서 쓸 법하지 않은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어느 정도까지 의역을 할 것인가 정답이 있지는 않다. 나같은 경우는, 학술적 글이 아닌 다음에는 의역을 많이 하는 편이다. 원문을 덮고 한글 번역문만을 읽었을 때 어색하지 않도록... 하지만 소설을 쓰게 되거나 (ㅡ.ㅡ) 개작을 할 우려도 있기에 절충점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다. 어쨌든, 이 글은 인생의 혹은 학계의 선배들과 후학들이 나누던 따뜻한, 때로는 논쟁적인 대화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좀더 풀어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면 역자가 섭섭해하실까??? 그래도, 좋은 책을 번역해서 쉽게 읽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다시 인사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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