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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

며칠 전 야심한 시각에 바다소녀의 꾀임에 의해 영화보러 갔음.

영화 보고 나니까 새벽 한 시가 넘었는데, 아, 정말 피곤하더라.

 

백만년 전, 심야극장에서 영화 세 편 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와 서늘한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음하하 호탕하게 웃던 일은 이제 미션 임파서블!!!

 

영화 [행복]은 허진호 감독 작품

 

 

멜로 취향은 그닥 아닌지라, 영화에 몰입하기보다는 팔짱끼고 앉아서 '관찰' 했음 ㅡ.ㅡ



 

 

 영화 보는 내내, 임수정은 과연 '장기요양전문배우'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음.

[장화홍련]에서 핏기하나 없는 얼굴로 불쑥불쑥 나타나더니만, [사이보그지만 (밥먹어도) 괜찮아]에서 눈썹도 없는 피골상접 모드로 출연. 이 영화에서는 (결핵은 아니지만) 가장 잘 어울릴만한 질병인 폐병 환자로 출연하여 아주 빛을 발하고 있다.  창백한 '청순가련형' 얼굴에 가녀린 몸매의 그녀가 "죽을 때 내 옆에.." 혹은 (미래에 대해) "나는 그런 거 몰라" 운운 할 때, 이 비극적 멜로의 결말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만했다.

 

바다소녀는 황정민의 모습이 이따금씩 (각도에 따라) 다니엘 헤니의 필이 난다면서 좋아라했는데... 나는 자꾸 이대근 아자씨 모습이... ㅜ.ㅜ  아마도 그의 초기 작품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가졌던 첫인상이 강해서인듯하다.

그는 여전히 연기를 잘 했다.

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지 않나. '그 사람 알고 보면 착해' 그래, 알고 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딨나? 이랜드 사장도, 전두환 노태우도 집에 돌아가면 인자한 아버지요, 마음 착한 이웃들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한발만 떨어져 보면  알 수 있는 모습들, 몰염치와 이기심- 이런 것들을 황정민은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은희와의 동거와 사랑은 진심이었고 그는 매우 착하고 성실한 남자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별하자는 말조차도 은희의 입을 통해서 하게 만드는 파렴치한이었는데, 이런 복합적인 모습을 아주아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공효진의 역할을 비롯하여 '자연'과 대비되는 '도시'의 삶이 너무나 정형화되어 그려진게 눈에 거슬렸는데, 글쎄... 그런 자연이라는 것이 도시인의 머리 속에만 들어있는 가상의 유토피아는 아닐런지???

 

감독은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얼마나 찰라적인 거인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아님, 행복이란 별게 아니다??

 

 

그리고 이건 직업의식의 발로인지 모르겠으나,

문득 영화가 질병관리본부나 국립암센터 홍보 영상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킥킥대고 웃기까지 했음 ...술 담배 계속하면 어떤 말로를 맞게 되는가, 이런 것들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가... 뭐 그런....

감독님, 죄송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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